<돈을 찍는 자> 쉬진 지음, 권하정 옮김, 내인생의책 펴냄

세계 경제는 이미 지나칠 정도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세계 경제는 공생공사(共生共死)의 길에 들어서 홀로 살아남는 일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의 발달이 세계를 하나의 그물망으로 촘촘하게 엮어버린 결과다. 이러한 금융을 움직이는 곳이 각국의 중앙은행과 중앙은행가들, 이른바 ‘돈을 찍는 자’들이다.

저자는 300년 전 중앙은행의 탄생에서부터 오늘날 미 연준까지 중앙은행이 걸어온 길을 꼼꼼히 분석한다. 세계 최초의 은행인 중앙은행이 생겨난 까닭은 전쟁으로 자금 융통이 힘들어진 왕실을 보조하기 위한 단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면을 따져보면 전쟁으로 인한 왕가의 과도한 지출을 막아 자금부족의 여파가 시민에게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민간 영역의 자구책이었다. 돈을 휘두를 수 있는 저울추가 민간으로 넘어간 순간, 왕권을 위한 기관이던 중앙은행은 시민 혁명의 뒷배경이 되는 기관으로 탈바꿈했다.

중앙은행은 민간은행이기에 때로 다른 민간은행과 경쟁하고, 민간의 영역을 넘어선 공적 결정을 내리기에 국가의 권력과도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타국의 중앙은행과 국가의 미래를 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여나갔고, 그 결과는 한 나라를 넘어 전 세계의 흥망을 좌지우지했다. 이것이 중앙은행의 역사이며, 금융의 세계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