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정말 계획과 질서는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이 책은 이 의문을 품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가 찾은 답은, 우리가 세우는 적지 않은 계획들이 실행 타이밍을 방해하며, 주변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하려는 욕망은 문제 해결의 원동력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계획은 성공의 발판이 되고 어떤 질서는 진화의 도화선이 되는 것인가. 저자는 혼란스럽고 엉망진창인 상태를 뜻하는 ‘메시(Messy)’라는 개념을 통해 혼돈의 시기에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혁신의 비밀을 밝힌다.

먼저, 저자는 아마존, 애플 등이 사용한 ‘평범한 수로 상대를 이기는’ 혼돈전략을 설명한다. 지지부진하고 답이 보이지 않으며 실패 직전에 몰려 있는 극한 상황에서 써먹을 수 있는 전략이다. 초창기 아마존은 장난감 부문의 경쟁사의 제품들을 최대한 구입해 창고에 쌓아두었다. 이 때문에 물류시스템이 마비되고 재정은 파탄 상태에 직면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되자 아마존에는 경쟁사들에는 없는 제품들이 존재했다.

이 같은 혼돈전략의 제1원칙은 이미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준 바 있는 전략을 의심하는 것이다. 깔끔하게 산출된 데이터는 한 번 헤집어보고, 지나치게 효율적인 절차가 있다면 그 안에 잡음을 만들어 보라. 저자는 우리가 맹신하고 있는 질서, 자동화, 시스템, 평가, 효율, 패턴 등의 영역에 약간의 혼란과 무질서를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지 못한 기회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3M의 경우 몇 년마다 엔지니어들이 부서를 옮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보직순환은 여러 이유로 꺼린다. 수년간 동일직무를 수행하며 방음기술이나 평면스크린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더니, 백신이나 에어컨 같은 엉뚱한 부서로 발령한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사포에서 마스킹테이프를 만들어내고 포장지에서 스카치테이프를 만들어내는 혁신적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한 곳에만 쌓아 두고 공유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낭비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서도 혼란과 무질서의 위력이 드러난다. 공화당 내 후보경선 때 젭 부시 주지사는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정치명문가 출신으로서 가장 유력했고, 기업가 출신 트럼프는 당내 지지 세력이 거의 없는 최하위권의 이색 후보였다. 젭 부시는 줄곧 논리정연하며 언행이 점잖았고, 트럼프는 불법이민 등의 민감한 이슈들을 건드리며 선동적 발언으로 혼란상을 부추겼다. 이런 양상이 거듭되면서 젭 부시는 잊혀졌고, 트럼프는 바닥민심을 휘어잡는 데 성공했다.

책에는 잘 정리된 책상의 아이러니가 소개된다. 다들 정리정돈에 공을 들인다. 그래야 성과가 나고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실험결과 잘 정리된 폴더에서 파일을 찾는 것보다 뒤죽박죽인 파일들 사이에서 원하는 파일명을 검색해 찾는 것이 더 빨랐다. 팀 조직에 대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다양하게 구성된 팀은 자신들이 내린 결정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고, 진행과정을 의심했으며, 전반적으로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여겼다. 반면 동질성이 높은 팀은 의사소통이 매끄럽게 이뤄지고 무리 없이 모든 일이 풀려나가 결과도 당연히 좋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나 높은 성과를 낸 팀은 前者였다. 저자는 질서와 성과 간의 연관성을 찾기보다 어떠한 일을 해내기 위한 몰입과 다양한 시도를 성공의 원인으로 꼽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메시형 인간’들을 유형화했다. 정신없고 산만한 듯하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와 생각지도 못한 출구를 찾아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유심히 살피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여럿 있을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책상은 지저분해도 물건을 쉽게 찾는다. 서류는 자주 보는 순으로 쌓아두는 편이다. 계획의 수행률은 떨어지나 월간계획의 수행률이 매우 높다. 조직의 기량을 향상하기 위해서 규율보다 자율이 필요하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땐 일단 엎고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계획을 세우기 전에 먼저 경험해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푼돈을 아끼는 것보다 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 다소 혼란스럽더라도 구성원이 다양한 조직을 선호한다. 안정적인 발전보다 갈등을 뛰어넘는 도약이 더 의미 있다. 안 될 것 같은 일도 일단 해보면 방법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