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를 돌이켜보면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트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들 수 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시장의 예측이 빗나갔다는 것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저항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반(反) 신자유주의’라는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들은 “신자유주의가 경제를 망쳤다”고 말하는 듯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경제를 망치지 않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언뜻 보면 “경제를 망치지 않는 것은 반 신자유주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해 “신자유주의가 아닌 것은 모두 반 신자유주의”라 할 수 없기에 과거 두 사건의 경제 측면에서 그 ‘선택’이 옳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만큼 반 신자유주의가 향후 경제에 청신호를 드리운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는 이에 희망을 갖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이후 영국과 미국 증시는 시장의 예측을 뒤엎고 상승했다. 이뿐만 아니라 여타국 증시들도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반전 중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실질적인 경기회복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 희망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지난 2015년 12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기존 0.00~0.25%에서 0.25%포인트 올린 0.25~0.50%로 결정했다. 이후 미 증시는 물론 주요국 증시는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미 연준이 또 다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0.50~0.75%로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다른’ 시장반응이 나타난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수준은 주가의 방향과 반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시장은 하락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교과서’ 측면의 해석이며 실물 경제에서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추종한다. 즉, 시장금리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는 단순 인플레이션 발생이 아닌 경기회복을 동반하는 가장 긍정적인 경제 시나리오 중 하나다.

 

미 출구전략, 늦춰진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잠깐 과거로 돌아가 보자. 지난 2011년 6월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통해 ‘미 연준 출구전략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총 3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1단계는 2014년 내 양적완화(QE) 축소와 완전중단, 자산수익의 재투자 중단 결정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0월 국제 유가가 폭락하던 달에 연준은 테이퍼링(양적완화축소)을 종료했다.

 

추가적인 QE를 실시하지 않아도 국제 유가하락이 ‘디플레이션 공포’를 조성하며 시장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린 만큼 그 시기도 절묘했다.

2단계는 금리인상 준비와 금리인상으로 2015년 상반기 포워드 가이던스 변경 및 역레포 등과 함께 2015년 하반기 금리인상 시작으로 구성돼 있다. 2015년 상반기 연준은 실업률 6.5% 가이던스를 폐기했다. 실업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경기회복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였다. 또 같은 해 12월 실제로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놀라운 점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모든 것들이 이미 2011년에 계획돼 있었다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출구전략의 피날레라고 할 수 있는 3단계로 이는 금융위기 이전 1조달러 수준으로 연준 대차대조표를 돌리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월 560억달러의 자산을 축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3단계는 전혀 시행되지 않았음이 중요하다.

여전히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4조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자산을 축소하지도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최근 연준의 2017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2016년 9월 FOMC회의에서는 2회, 12월 FOMC회의에서는 3회로 늘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의 출구전략 3단계가 전혀 시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금리인상 횟수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즉, 연준이 과격한 금리인상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리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표현이 옳다. 혹은 일부러 출구전략을 지연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재닛 옐런 의장이 2016년 12월 FOMC 회의 후 트럼프의 공약에 반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의 공약이 금리인상 전망 변화에 영향을 미친 변수 중 하나였을 수 있다는 말도 전했다.

만약 미 연준이 의도적으로 출구전략을 지연시켰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코노믹리뷰>는 2016년 12월 3일 ‘통화정책은 정말 ‘사망선고’를 당했을까’ 기사를 통해 저물가 기조 속 극단적 상황을 가정, 총공급(AS)곡선이 수평이라면 재정정책 시행 시 하이퍼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다.

따라서 옐런 의장의 발언은 예상보다 상당히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세계 경제 전망, 5인의 전문가에게 물었다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인플레이션으로 턴어라운드하는 시점에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와 옐런의 구도라 할 수 있다. 이는 향후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다. 세계 경제 성장은 미국의 ‘나홀로 질주’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여타 주요국들의 경제 상황은 물론 각국의 금리수준과 이에 따른 환율의 움직임도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

<이코노믹리뷰>는 금융·경제 전문가 5인에게 향후 세계 경제 전망과 그 배경, 한국 경제의 앞날과 대응 방법에 대해 물었다. 전문가들도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전망을 내놓는다는 것은 부담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모를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