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속 한국의 위치는 나약하다. 자체 동력보다는 세계 흐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마냥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다.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서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내놨으며 결국 관심과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 대내·외 불안요인 산재… 격동의 2017년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 요소는 무엇일까.

박상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나서 중국 경기도 좋아지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부실채권, 부동산 문제가 잠재적 리스크로 지적받고 있다. 이 부분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 금리라는 점에서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가 크게 상승한다면 중국 경기에 대한 경착륙, 부채위험 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어 미국 경기회복과 함께 중국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잘 봐야 한다.

이은택: 한국 경제는 앞서 언급한 위협요소가 전부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국내 문제도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순위를 매긴다면 국정공백과 산업구조조정을 우선순위에 둘 수 있고, 가계부채 및 외환보유고는 당장의 걱정거리는 아니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그동안 신자유주의의 수혜를 입었던 굴뚝산업들이 힘을 잃고 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한국 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매우 민감하면서도 과감성 있게 추진해야 하는 과제다. 따라서 국정공백이 조기 수습되고 책임 있는 리더가 나설 필요가 있다.

임일섭: 한국 경제에 대해 가계부채, 국정공백, 외환보유고, 산업구조조정 등의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핵심 위협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너무 과장돼 있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있는데 첫째, 경기가 너무 좋을 때, 둘째, 경기가 너무 나쁠 때, 셋째, 경기와 무관한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첫 번째는 부동산 경기 호황을 지칭한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기존 주택매매와 신규주택 분양이 활성화되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났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금융규제와 감독으로 대응하면 된다. 지난 2012년부터 추진돼온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에서 다듬어온 LTV, DTI, DSR 등의 관리가 이것에 해당하며 현재까지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는 주택담보대출 혹은 신용대출을 막론하고 경기가 나빠서 사업자금·생활자금 용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관련된다. 이러한 이유로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저금리 및 규제완화 탓을 하기 어렵고 가계소득 증대·내수부양 등을 위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자산가격 상승과 결합된 부채에 대해서는 생활여건의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하다.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늘어난 부채에 대한 건전성 규제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으며 모든 부채에 대해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에 따라 임대인-임차인 간의 직접금융(사금융)이 임대인-은행 간의 간접금융으로 전환되는 현상과 관련돼 있다. 이는 개인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임대주택시장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적절한 금융규제가 수반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요인에 따른 부채증가는 불가피한 것이므로 총량 증가 그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만약 이러한 부채증가를 억제하고자 한다면 임대주택시장에서 개인의 역할을 기업으로 대체하면 된다. 이미 뉴스테이 정책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진행 중이지만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직접금융(전세)과 간접금융(월세)은 대체관계에 있기 때문에, 규제 강화를 통해 간접금융의 증가, 즉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억제하면 직접금융이 다시 부활할 것이고 이는 임대주택시장의 선진화인 기업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가계부채 등의 현안과 별개로, 우리 경제의 핵심적인 과제는 고령화와 더불어 구조화되고 있는 내수부진에 대한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노후대비의 필요성은 필연적으로 저축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증가한 저축이 다시 수요(투자 혹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민연금 등의 강제저축을 해외투자를 통해 유출시키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며 축적된 연기금이 다시 국내경제의 수요로 환류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장화탁: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는 ‘양극화’다. 가계부채, 구조조정 등 모두 양극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는 그 자체보다 가계부채의 배경 중 하나가 서민들의 소득이 줄면서 생계형 부채를 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여부에 따라 양극화 문제가 완화될 수도,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홍춘욱: 트럼프 정부와 중국의 갈등이 높아질 가능성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고 싶다. 트럼프 당선자의 대만 총통과의 통화, 그리고 최근 불거진 남중국해에서의 일련의 갈등에서 보듯 미·중 간 갈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는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 입장에서도 절대 좋은 일은 아니다.

만에 하나,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는 날에는 걷잡을 수 없는 달러 강세가 출현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시장 실질 금리가 급등할 때마다 미국 경제는 급속도로 냉각된 바 있기 때문이다.

단연 미국 경기가 냉각되면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된다. 미국 달러, 일본 엔, 스위스 프랑 같은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멕시코 페소, 브라질 헤알, 한국 원과 같은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의 환율은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침착하라 그리고 준비하라

앞서 논의한 부분에 대해 일반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박상현: 현재 트럼프의 공약을 윤곽만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정책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특히 내년 1월 트럼프의 정식 취임 이후 나올 정책이 미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할 것인지 중국과 갈등을 촉발시킬 것인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국내는 금리가 상승한다는 전제 하에 개인들의 부채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저금리 기조가 깨지는 환경에서 인플레이션에 기대는 과도한 레버리지는 경계하고 우선적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 이후 금리, 물가, 경제가 상승한다는 삼박자가 갖춰지면 투자적 관점에서 주식, 원자재 등의 비중을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 즉, 선(先)부채 관리 후(後)투자라 할 수 있겠다.

이은택: 결론적으로 2017년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환율 정책이다. ‘환율조작국’의 어감 자체가 매우 부정적이지만 사실 이 정책은 장점도 많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 해도 원화 강세가 체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

물론 일반인들은 이러한 정책의 방향을 잘 감지하고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임일섭: 일반 개개인에게 거시경제의 파급효과를 고려하라는 주문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개인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집단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와 유인구조를 설계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화탁: 지금 세상은 일반인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도 결국 일반인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한국의 ‘촛불’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나타난 사회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반인 역시 최근 글로벌 격변의 원인과 이유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언론에서 나오는 언어적 프레임(Frame)에 갇혀 정치‧경제‧사회‧경제적인 의사결정을 잘못할 경우 개인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올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전하고 싶다.

확실한 것은 2017년이 여러 측면에서 사회적 ‘격동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인의 일상사, 국내만이 아닌 사회적인 변화, 전 세계적인 흐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홍춘욱: 지금 상황에서 일반인들은 자산배분의 원칙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미중 갈등이 부각되는 세계 경제의 전망이 악화될 때, 달러 등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자산에 대한 투자가 유망하다.

큰 틀에서 보면 채권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인플레이션 시대에 더 부각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편,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성장주보다 가치주의 강세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성장주란, 미래 이익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 시장 평균보다 높은 주당순자산비율(PBR)을 적용받는 기업이다. 반대로 가치주는 보유한 자산가치는 높지만, 미래 이익성장에 대한 기대가 낮아 시장 평균보다 낮은 PBR 레벨에서 거래되는 기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장금리는 기업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 역할을 하기에,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높은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