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업이라고 하면 솔직히 차가운 인상이 강하다. 그들은 혁신을 말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일반 대중이 보기에 그들의 꿈은 어렵고 난해하다. 천재들의 집단. ICT 기업은 동경과 어려움의 대상이다.

특히 글로벌 ICT 기업의 경우 이러한 심리적 진입장벽은 배가 된다. 그들에게 있어 한국 시장은 단순히 돈을 벌기 쉬운 곳, 혹은 테스트 베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이 작기에 중국 정도의 대접을 바라는 것은 아니어도 마음 한 켠에는 아쉬움이 남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기기에 문제가 생겨 논란이 불거질 경우 홈페이지에 대충 영문 안내문을 걸어도 우리는 감내해야 한다. 독도를 자꾸 일본 땅이라고 우겨도 ‘그러지 마세요’라고 징징거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큰돈을 벌어도 사회 환원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아도 어쩌겠는가. 따스함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는 중이니까.

하지만 어딜 가도 별종은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그 별종에 대한 이야기다. 이름부터 어려운 퀄컴이다.

▲ 출처=퀄컴

퀄컴의 CSR 프로그램… 경쟁하나?

퀄컴의 CSR 프로그램을 처음 봤을 때 한 생각은, 혹시 ‘퀄컴의 회장이 한국인인가?’라는 의문이었다. 당연히 폴 제이콥스는 한국인이 아니다. 뻔히 알고 있음에도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엄청나니까. 물론 한국에서만 프로그램이 구동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외연적 무게감은 상당한 편이다.

먼저 ICT 기업에 걸맞은 이공계 인재를 위한 장학 프로그램이다. 현재 퀄컴은 인재 양성을 위해 국내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대학생 장학금 지원, 본사 초청 및 R&D 센터 방문, 석박사 과정 연구 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먼저 퀄컴 공대생 장학금 프로그램이다. 한국 IT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이공계 인재 육성을 목표로 지난 2004년부터 매년 10명 내외의 우수 학생을 선발하여 학생들에게 한 학기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퀄컴 IT Tour도 있다. 2003년부터 매년 30여명의 이공계 대학생들을 선발, 샌디에이고에 소재한 퀄컴 본사에 초청하는 행사다. 글로벌 회장과 임원 앞에서 직접 기술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미래 무선통신의 비전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해 특히 인기가 높다는 후문이다. 현재까지 3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그중 6여명은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실질적인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퀄컴 이노베이션 어워드는 이공계 석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연구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어떠한 조건이나 의무사항 없이 연구 및 학업만 몰두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특징적이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서강대등을 포함한 국내 다수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총 100만 달러 이상의 연구비와 장학금을 지원한다. 더불어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퀄컴의 기술 엔지니어들과 함께 본인들의 연구 성과에 대해 토론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얻는 퀄컴 이노베이션 어워드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살아있는 생생한 노하우를 얻어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여겨진다.

위테크(WeTech) 글로벌 스콜러(Scholar) 프로그램은 약간 특이하다. 과학‧기술‧공학 및 수학 (STEM) 분야의 여성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비영리기관인 국제교육원(IIE, 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과 함께 ‘위테크(WeTech) 글로벌 스콜러(Scholar)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타깃팅이 있다는 뜻이다. 위테크 글로벌 스콜러 프로그램은 국내 대학에서 기초과학 및 공학을 전공하는 여학생들에게 장학금 및 퀄컴 엔지니어와의 1:1 멘토링, 학업 증진을 위한 각종 활동 참여, 롤모델 설정과 직무 훈련 등 향후 기초과학‧공학 분야로의 진로 개발과 진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한다. 공대 아름이를 위한 특화 솔루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코리아 로봇 챔피언십(Korea Robot Championship) 장학금도 있다. 퀄컴은 FEST창의공학교육협회가 주최, 주관하는 국내 최대의 청소년 로봇축제 코리아로봇챔피언십(KRC)에 참가할 FTC 부문의 팀 중에서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진 팀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한다. 또한 퀄컴은 이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교육, 로봇 연습경기장 운영, 참가팀 코치와 학생들을 위한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원한다고 한다. 더불어 여학생들로만 구성된 팀을 위해서도 별도의 장학금을 전달한다고 한다.

어윈 제이콥스상(Dr. Irwin Jacobs Award)도 있다. 한국정보통신학회(KICS)와 함께 국내 정보 및 통신 분야의 연구 활성화와 해당 산업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며 2013년 11월 정부, 학계 및 업계 관계자 100여명 이상이 참석한 컨퍼런스에서 초대 수상자를 발표한 바 있다. 매년 정례화하여 혁신을 촉진하고 학계와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여기까지가 ICT 계열에 집중된 프로그램이라면, 퀄컴 와이어리스 리치(Wireless Reach)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대단위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 3G/4G 무선통신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자 46개 국에서 1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사랑의 안심폰 프로젝트가 있다. 퀄컴은 서울시 및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2010년부터 진행한 사랑의 안심폰 프로젝트로 저소득층 홀몸노인들을 위한 복지안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650명의 복지사, 6500명의 참가자가 수혜를 받았다. 디지털 교육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현재 퀄컴은 디지털교과서협회와 함께 퀄컴의 P2P 솔루션을 활용한 디지털 교과서 교육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성남시 분당 소재의 샛별중학교 학생 및 교사에게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탑재된 LTE 지원 태블릿 총 140대를 지원하고, 비상교육과 YBM의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동통신 기술기반 교수법을 일반 교실에 적용, 혁신된 교육환경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큐케어(Q-Care) 및 셀프 퀄리티 케어(Self-Quality Care) 프로젝트도 있다. 기술이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정교한 방법론이다. 퀄컴의 통신 기술을 활용해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환자와 의료 종사자들에게 교육과 알림 기능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2011년부터 KT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셀프 퀄리티 케어의 2단계 사업인 Q-케어는 퀄컴, KT, 질병관리본부, 경기도가 협업하여 효과적인 당뇨병 관리를 위한 시범 프로젝트다. 30~64세 사이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홈 헬스 게이트웨이(HHG), 웹 포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3G 기반 시스템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에서 해당 시스템은 당뇨병 환자들의 효과적인 질환 관리뿐만 아니라 관련 지식, 건강 습관, 자가 관리 효율 등 전반적인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강력한 위력을 보여준 바 있다.

마지막으로 큐케어(QCare)라는 사내 봉사활동 커뮤니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직원 및 가족들이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고 북카페를 조성하는 한편, 장애학생들의 야외 활동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미국 자선구호재단, 경기도와 함께 ‘희망 업(UP) 지역아동센터 만들기’를 후원하고, 비영리 공익재단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퀄컴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하루’를 진행해 판매수익금 전액을 난치병 환자를 위해 기부한 바 있다.

▲ 출처=퀄컴

“산타클로스, 상 줘야”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상에서 ‘선행’은 의무가 될 수 없다. 자사 중심의 생태계 중심을 위해 다양한 CSR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그 자체로는 고무적인 일이다. 여기에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입장에서 퀄컴의 행보는 다소 파격적이다. CDMA를 기점으로 한국과의 인연이 깊으며, 퀄컴도 나름의 로드맵을 통해 CSR 프로그램을 전개시키는 것이지만 그 범위와 깊이가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착한 일을 하면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고 배웠다. 세월이 흘러 이제 산타클로스는 믿지 않게 되었지만, 최소한 그 의미는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퀄컴 같은 기업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한 번 정도 곱씹고 넘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