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초연결사회 등 트렌드 키워드는 유통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유통업계에서 각 업태의 고정적 경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나라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에서 온라인몰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온‧오프라인이라는 비교적 확연한 경계를 넘어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라는 온라인 마켓끼리의 경계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각 유통 업체들의 목적은 분명하다.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켓의 형태를 떠나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일련의 변화들이 가장 뚜렷하게 반영됐던 분야가 바로 소셜커머스다.

하이브리드 마켓 플레이스?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동구매를 유도하는 ‘소셜커머스’의 본래 개념은 사실 오래 전부터 흐려진 지 오래다. 앞서 산업의 흐름에서도 설명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소셜커머스 방식 판매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점점 증가하면서 각 업체들이 취급하는 품목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에 기존 ‘단기 판매 딜’로는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더 다양한 품목의 판매를 위해 개별 판매자와 소비자들을 중개하는 오픈마켓형 시스템을 일부 반영했다.

여기에 본래 IT 기술을 운영 시스템의 근본으로 했던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모바일 최적화, 상품 큐레이션을 통해 기존 오픈마켓들과 차별화를 추구했고, 성공을 거뒀다. 전통적 구분의 소셜커머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오픈마켓도 아닌 복합형 온라인 마켓, ‘하이브리드 마켓 플레이스(Hybrid Market Place)’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소셜커머스에만 고정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오픈마켓, 홈쇼핑 등에서도 모바일 최적화와 큐레이션을 강화하면서 업체들은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된다.

크로스오버 VS 마이웨이

현재 쿠팡과 티몬이 내세우고 있는 전략과 위메프의 전략은 방향성 측면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쿠팡과 티몬은 자사의 업종에 대해 더 이상 소셜커머스라는 표현을 애써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쿠팡은 업종 구분상 오픈마켓을 의미하는 ‘통신판매중개업’과 소셜커머스를 의미하는 ‘통신판매업’ 인가를 모두 보유하면서 독자적 시스템의 오픈마켓 ‘아이템 마켓’을 론칭하는 등 확실한 탈(脫)소셜커머스를 추구했다. 티몬은 지난 9월 금융감독원에 전자금융업 등록을 통해 ‘통신판매중개업’ 즉, 오픈마켓 사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에 지난 9월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오픈마켓 서비스 다이렉트 마켓(딜)을 시작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소셜커머스만으로는 수익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음을 자각한 업체들이 선택한 나름의 크로스오버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위메프의 방향성은 앞의 업체들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소셜커머스라는 업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직매입을 중심으로 한 신선식품 판매(신선생), 배송 서비스 개선(원더배송)으로 브랜드 고정 고객들을 확실하게 잡는 일종의 ‘마이웨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변화는 필수, 하지만 정답은 없다. 지금은.

세계 최초 소셜커머스 업체 그루폰의 경우 계속되는 경영난에 시달리며 아마존 등 대형 유통업체에 밀려 초기에 비해 시장에서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을 같은 선상으로 놓고 볼 수는 없지만 고정된 사업 영역에 머무르다가 변화의 때를 놓치는 것은 업체의 생존 가능성을 낮춘다는 교훈으로 다가온다. 현재 시점을 변화의 과도기로 본다면, 어떤 업체의 방법론이 옳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의 평가는 의미가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끝까지 살아남은 업체의 방식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을 주목하라?

업계 전문가들에게 이후 온‧오프라인 유통업의 전망을 들으면 입을 모아 강조하는 바가 있다. 바로 ‘오프라인’의 중요성이다. 이것은 유통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통합 비즈니스가 성립되고 있는 수많은 사례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오래 살아남는 방법도 고객 접객의 영역인 ‘오프라인’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데 있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BNK 투자증권 신건식 연구원은 “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냉정하게 평가해서 현재의 소셜커머스들이 지난 십여년 이상 오픈마켓을 운영해온 기존 업체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온‧오프라인을 효과적으로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SNS유통연구소의 박대옥 소장은 “유통업은 과거처럼 고정된 영역이 아닌 여러 방면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점점 확장되고 있다”며 “온라인 마켓이 아무리 성장을 거듭한다고 해도 온라인만으로는 분명히 성장의 한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며, 특히 그간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의 약점인 오프라인 영역의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들을 효과적으로 제안하는 업체가 앞으로 더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