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간단하다. 화살 몇 발에 승부가 갈린다. 이번 상대는 캐나다인이다. 다음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인이다. 글로벌 유저와 실시간 대전이 가능하다. 게임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해외 유저가 많다. 블루홀피닉스에서 개발한 모바일 양궁게임 ‘아처리킹’ 이야기다. 지난 11월 25일 글로벌 출시했다.

아처리킹은 글로벌 게임시장에 명중했다. 출시 열흘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했다. DAU(일일 활성 유저)는 최고 300만명에 달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미국 포함 71개 국 무료게임 1위를 기록했다. 전작인 모바일 볼링게임 ‘볼링킹’은 누적 다운로드가 4000만건이다. 추세를 보면 아처리킹은 볼링킹을 능가하는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 꾸준히 가는 게 더 중요하죠.” 김정훈 블루홀피닉스 공동대표는 겸손했다. 블루홀피닉스는 2012년 설립된 게임 개발사다. 글로벌 시장에서 1000만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게임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회사다. 2015년 블루홀에 인수되면서 기존 피닉스게임즈에서 블루홀피닉스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대표작은 볼링킹을 비롯해 ‘리우2016’, ‘명랑스포츠’, ‘건좀비’ 등이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페이투윈은 NO, 코어 게임성에 집중”

아처리킹은 뜻밖의 대박이 아니다. 분명한 철학을 바탕으로 접근한 결과다. 김정훈 대표에 따르면 사실 아처리킹은 대놓고 글로벌 흥행을 노리고 만든 게임이다. 볼링킹을 통해 1대 1 대전 스포츠 장르가 글로벌 시장에서 먹힌다는 걸 확인하고 제대로 노렸다. 물론 초반 분위기가 그의 기대 이상이긴 하다.

“모바일 인터페이스에 적합하면서도 1대 1 대결에 어울리는 스포츠 종목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활쏘기가 떠올랐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니 꽤 재미가 있었고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본격적인 개발은 지난 1월에 시작했다. 게임을 완성하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다른 회사는 1년 내내 프로토타입만 개발하기도 한다.

여기서 블루홀피닉스의 스타일이 나온다. 코어에 집중하기. 재미있겠다 싶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프로토타입을 재빨리 만들어본다. 프로토타입 제작은 아무리 길어도 한 달을 넘기지 않는다. 그 다음엔 코어 게임성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재미없다면 바로 버린다. 검증을 통과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정식 서비스까지 완주한다. 김 대표는 말했다. “우린 코어에 집중해요. 아웃풋 이미지가 시작 단계부터 분명합니다. 불필요한 시간은 최대한 제거하죠.”

▲ 출처=블루홀피닉스

아처리킹은 스포츠와 캐주얼의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된 게임이다. 일단 게임 자체는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다. 정식 출시 일정을 향해 볼륨을 키워나가기보단 빼는 작업에 몰두했다. “최대한 많이 빼려고 했죠.” 김 대표가 그랬다. 이는 볼링킹을 서비스하면서 배운 점이다. 글로벌 시장엔 정말 다양한 환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최대한 미니멀해야 흥행에 유리하다는 교훈이다. 그러면서도 활쏘기 본연의 재미는 모두 담았다. 타격감이라든지 바람 강도에 따른 변수 같은 것 말이다.

페이투윈(Pay to Win)도 지양했다. “서양 유저들이 돈을 쓰면 이기는 게임을 두고 쓰는 표현입니다. 특정 장비를 실제 돈을 지불해 갖추면 무조건 이긴다는 인상을 줄 경우 그들은 페이투윈 게임이라며 싫어합니다. 한국에서는 핵과금러(게임에 과도한 과금을 하는 게이머)들이 핵과금(과도한 과금)을 해주기 때문에 대놓고 페이투윈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그러지 않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죠.”

김 대표는 글로벌 흥행 게임의 조건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했다. “집중해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대부분 개발사가 콘텐츠 볼륨이나 외형적 퀄리티에 집중을 많이 하는데 이보다는 코어 게임성, 진정한 플레이의 재미에 집중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비용은 늘고 확률은 낮아진 시장, 해법은요”

그는 한국 시장 공략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RPG(역할수행 게임) 대작 중심인 까닭이다. 이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돈이 들었다. 비용은 늘어나는데 흥행 확률은 계속 줄어드는 기이한 모양새다. 한국 시장에 맞게 게임을 만들어도 시장의 독자성 탓에 글로벌 서비스는 쉽지 않았다. 블루홀피닉스는 글로벌 시장으로 방향타를 돌렸다. 한국 시장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글로벌 보편성에 치중했다. 오히려 잘 풀렸다.

“지금 우리나라에 사실 PC 온라인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많진 않아요. 비용 경쟁이 심해진 탓이죠. 이젠 판돈을 댈 수 있는 회사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장이 됐습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도 굉장히 빠른 시간에 PC 게임화되고 있어요. 이런 분위기가 계속 가고 있는데 다른 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규모의 경쟁으로만 가면 중국 회사들이랑 경쟁이 안 될 것 같거든요. 규모의 경쟁에 치우치지 않고 게임 본연의 재미를 찾는 데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블루홀피닉스는 2017년에도 아처리킹이 흥행 궤도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애쓸 생각이다. 업데이트를 통해 코어 게임성은 유지하되 볼륨을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다. 기존 과녁 말고 다른 오브젝트를 추가할 수도 있다.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도 고려 중이다. 헌팅이나 빙고 모드를 추가할 수 있다. 이 모든 업데이트는 테스트를 거쳐 유저 반응을 보고 냉정하게 도입을 결정한다.

김 대표는 2017년에 추가로 2개 게임을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기본적으로 PvP(유저 대결) 게임입니다. 스포츠 장르가 아닐 수도 있고요. 고민 중입니다. 캐주얼 장르 중엔 아직 도전할 만한 카테고리가 남아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