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이사. 사진 = 티켓몬스터 제공

“모바일 커머스 넘버 원 회사가 되겠습니다.”

2015년 10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모바일 B2B 이벤트 맥스서밋’에 참석해 포부를 전한 티몬 신현성 대표의 말이다. 국내 이커머스의 역사를 살펴봤을 때 티몬은 국내 1호 소셜커머스 업체로서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2010년대 당시 주요 오픈마켓 위주로 돌아가던 국내 온라인 마켓의 구도는 티몬의 등장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소셜커머스라는 개념이 전무하던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해 해마다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5년 만에 6조원대의 산업으로 시장을 키운 주역이 바로 티몬이다. 쿠팡이 대규모 투자유치로 현재의 상승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티몬은 업계 1위 사업자로서 입지가 굳어 있었다.

그러나 티몬은 경영권 소유의 문제로 한동안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2011년과 2013년 미국의 소셜커머스 업체인 리빙소셜과 그루폰 등에 잇따라 매각되고 경영권이 옮겨지면서 불안정한 경영 여건이 지속됐고, 그 사이에 후발주자인 쿠팡은 티몬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015년 4월 신현성 대표가 사모펀드 KKR 컨소시엄, 엥커에퀴티파트너스와 함께 그루폰의 지분을 인수하고 경영권을 되찾으면서 티몬은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다시 업계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으나, 항상 뭔가 ‘살짝 아쉬운’ 감이 남는 사건들이 터지면서 한창 성장 궤도에 오르던 티몬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한다.

 

야심작 ‘슈퍼마트’와 ‘무료반품’

티몬이 다시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어필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부터다. 온라인 마켓에서의 생활용품 판매가 본격화되던 당시 티몬은 온라인 최저가 생필품 판매 마트인 ‘티몬마트’를 2015년 6월 론칭한다. 티몬마트는 화장지, 생수, 라면 등 생필품 500개 브랜드 3000여종을 온라인 최저가보다 최대 10%가량 싸게 판매하는 것을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티몬마트는 이후 ‘슈퍼마트’로 이름을 바꾸면서 티몬이 자랑하는 경쟁력의 한 축으로 성장한다.

같은 해 10월, 티몬은 슈퍼마트의 상품을 주문 후 24시간 내에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슈퍼배송’을 시작하고, 전용 콜센터를 구축해 주문취소와 동시에 환불을 받을 수 있는 ‘슈퍼환불’ 제도를 실시한다.

슈퍼마트를 운영하면서 티몬은 온라인 마켓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이 어떤 시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지를 연구했다. 이에 2015년 11월 첫 론칭된 이래 현재까지도 국내 온라인 마켓들에서 티몬만이 운영하고 있는 혁신적 서비스 ‘무료반품’ 제도를 공개한다.

무료반품은 말 그대로 고객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에도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제도다. 제품 실물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전자상거래의 특성을 감안한 티몬의 아이디어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단순 고객 변심으로 환불을 요청할 시에 반품 택배비를 요구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접근이었다. 론칭 이전에 티몬은 고객 반품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했고, 반품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힘입어 슈퍼마트는 서비스 시작 5개월 만에 주문 건수는 3배, 월 매출은 5배가량 성장하는 성과를 이룬다. 11월 말까지 누적된 슈퍼마트의 주문 건수는 200만건을 넘어서면서 6월 대비 3배의 성장률을 나타냈고, 30억원대 수준이었던 월 매출은 11월에 150억원대로 5배가량 증가한다. 슈퍼마트의 성공은 이듬해 2월 유통업계 최저가 경쟁에서 티몬이 유리한 입지를 굳히는 데 여러모로 일조했다.

 

O2O의 실현, CU와 손잡다

티몬은 2016년 초, 편의점 브랜드 CU와의 제휴를 맺고 티몬에서 주문한 상품을 전국 1만여개가 넘는 CU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는 ‘픽업’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 역시 국내 전자상거래 역사상 최초의 시도로, 본 서비스는 이후 이베이코리아가 GS25와 함께 론칭한 편의점 택배수령함 ‘스마일박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6월부터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한 티몬은 그간 누적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단점을 보완하고 11월부터 전국 7000여개 CU 매장에서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택배 배송 시 안전상의 문제를 걱정하는 여성 고객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으면서, 티몬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혁신은 때로 ‘무리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최초’를 추구했던 티몬의 혁신적 시도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티몬은 온라인 마켓에서 암묵적인 금기(禁忌)로 여겨지던 수입 자동차 판매를 시도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관행상 자동차의 판매는 주로 오프라인 딜러들의 영업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티몬은 무료반품에 이어 수입 자동차 재규어의 판매 딜을 통해 다시 한 번 전자상거래 업계 최초의 수식어에 도전한다.

그러나 자동차 공급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성립된 부실한 계약으로 딜을 진행했고, 예정된 수량의 딜이 단 몇 시간 만에 판매했음에도 차량을 공급할 수 없는 웃지 못 할 상황에 직면한다. 심지어는 해당 자동차 브랜드 본사는 자사 제품 판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티몬은 한순간에 자동차 업계와 전자상거래 업계의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아울러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질타를 받으면서 그간 쌓아온 좋은 이미지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다.

도전은 계속된다

잘나가다가 자동차로 크게 헛발을 디딘 티몬은 세간의 평가에 크게 동조하지 않으며 기존의 노선을 지켜나갔다. 식품업체 농심과 협업으로 가정간편식 브랜드를 론칭하는가 하면,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 제품의 편의점(CU) 판매를 이끌어내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액션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쿠팡의 독주를 막고 업계 1위 자리를 되찾는 것,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위메프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 등 티몬의 목표는 명확하다. 그러나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매출액(1959억원)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영업손실(1419억원) 문제를 앞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