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메프 박은상 대표이사. 사진= 위메프 제공

“우리의 목표는 온라인 커머스 1위 업체가 되는 것이다.”

위메프 박은상 대표는 온라인 마켓에서의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강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 중 시장 진입이 가장 늦었음에도 위메프는 나름의 전략적 대응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 성공했고, 살아남았다.

그래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위메프도 본격적인 경쟁 모드에 돌입해야 할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들을 맞이하며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기업 이미지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오점이 될 수 있는 ‘갑질’ 논란에 휘말리면서 전문 용어로 모든 것이 ‘말렸’다. 순식간에 2014년 위메프의 방문자수, 실적은 모두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이에 대한 반사 이익으로 같은 기간 쿠팡(726만명→761만명)과 티몬(543만명→566만명)의 방문자수는 늘어났다.

그렇게 2015년을 맞이한 위메프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머지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과 슈퍼마트, 무료 반품을 앞세운 티몬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조용히 지켜봐야 했다. 잘못 나섰다간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었던 덕분인지 상대적으로 2015년의 실적은 매출 2165억원, 영업손실 1445억원 등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위메프는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하며 경쟁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한동안 유지해왔다.

터닝포인트, 유통업계 ‘최저가 경쟁’

2015년에 위메프가 마주했던 여러 가지 악재들은 2016년이 되면서 소비자들에게서 더 이상은 회자되지 않을 정도로 흘러간 이슈가 됐다. 이에 치열한 경쟁의 틈에서 다시 앞으로 나설 시기를 살피던 위메프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지난 2월, 쿠팡과 이마트의 대결 수도로 시작된 유통업계 최저가 경쟁은 모든 유통업체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계기였다.

위메프에게는 2015년 한 해 동안 조용히 지냈던 가운데 준비를 마친 ‘직매입’에 대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에 위메프는 최저가 경쟁 참여를 선언하며 직매입한 품목을 업계 최저가로 판매하는 ‘위메프 플러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위메프 플러스 판매 대상 품목들은 실시간 가격 모니터링으로 최저 수준을 유지했으며 여기에 위메프는 ‘마트보다 위메프’ 캠페인을 함께 진행해 대형마트에서 최저가 선언을 한 상품에 대해 총 15개 품목의 가격을 더 저렴하게 조정했다. 이렇게 위메프는 그간 경쟁업체에 뺏겼던 고정 고객들을 다시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위메프의 2월 순방문자수(PC, 모바일 합산)는 총 1334만7319명(닐슨코리안클릭 기준)을 기록하며 쿠팡(1302만6429명)을 제치고 소셜커머스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이것으로 그간 뒤쳐졌던 모든 것을 역전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위메프에게 일련의 작은 성과들은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긍정적 신호와 같았다.

변화의 해, 2016년

‘탄력’을 받은 위메프의 적극적 행보는 올해 여름 이후부터 본격화된다. 당시 온라인 마켓의 주된 화두는 ‘역직구(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직구하는)’였다. 통계청은 2016년 1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5071억원)이 구매액(4463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에 위메프는 국내 역직구몰 최초로 지난 8월 전자상거래 수출신고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독자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동안 역직구 쇼핑몰들에게 복잡한 수출신고 절차는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였다. 수작업으로 모든 품목의 수출신고서를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 신고대행 의뢰비용 부담 등은 보이지 않는 수출 장벽처럼 여겨졌다.

위메프가 개발한 ‘수출신고 시스템’은 관세청 ‘전자상거래 간이수출신고제도’의 기준에 맞춰 해외 구매자가 상품 구매 시에 기록되는 판매정보를 관세청 통관시스템으로 전송해 복잡한 역직구 통관절차를 간소화한 체계다. 이는 위메프가 산업통상자원부와의 전자상거래 해외수출 활성화 협약에 따라 구축한 체계로, 전자상거래를 통한 해외수출 활성화에 적용 가능한 효과적 방법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위메프는 지난 8월 새로운 배송 서비스인 ‘지금사면 바로도착’을 선보였다. 고객 주문 즉시 구매정보가 배송차량에 전달되고, 배송지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배송차량이 배송을 완료하는 방법으로 ‘가장 빠른 배송’을 지향하는 서비스다. 평일 오후 4시 이전 주문은 당일 저녁까지 상품을 받아볼 수 있으며, 추가비용 없이 무료배송으로 평일과 주말에도 이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 위메프는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에 힘입어 기존의 직매입 배송 서비스인 ‘위메프 플러스’를 ‘원더배송’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무료배송의 범위를 이전보다 강화한다.

 

일단은, 쿠팡과의 격차부터 줄여야

위메프는 2016년의 분위기 반전으로 서비스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간 것과 별도로 운영 측면에서도 변화를 추구하기에 이른다. 오프라인 유통, 검색 사업자, 글로벌 소셜미디어 등 고유 사업영역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e커머스 기업만을 경쟁자로 국한하지 않고, 시장의 변화에 더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위메프 박은상 대표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이른바 셀(Cell) 형태 조직개편으로 기존의 마케팅, 인사, 법무 등 스탭(Staff) 부서의 기능을 ‘위탁사업본부’, ‘직매입사업본부’, ‘플랫폼사업본부’ 등 3개 본부로 이관해 각 조직에게 ‘셀(Cell)’ 형태 독립조직으로서 사업을 이끌어갈 권한을 부여했다.

여기에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하지 않으면 여전히 치열한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위메프 경영진의 계산이 반영돼 있다.

2014년이나 2015년보다는 조금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냉정하게 박은상 대표가 목표로 하는 G마켓은 아득히 멀고, 같은 소셜커머스 업계 1위 사업자인 쿠팡을 따라잡는 것도 아주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쿠팡의 손실액이 큰 것이 문제라고 치더라도 매출 규모의 절대비교에서 위메프와 쿠팡은 약 10배가량 차이가 난다.

거기에 아마존을 모델로 삼아 유통혁신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쿠팡이 자신들이 구상하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게 되면, 사실상 소셜커머스의 절대 지위를 차지하면서 나머지 두 업체의 생존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효율성을 전제로 한 장기적 관점의 몸집 키우기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분명히 위메프도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