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김범석 대표이사. 사진= 쿠팡 제공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 되고자 합니다.”

2015년 쿠팡 김범석 대표이사가 미국 투자회사 세쿼이아캐피털에 이어 금융업계의 거물인 블랙록이 주도하는 투자를 유치한 직후 <포브스(Forbes)>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전한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온라인 마켓에서 쿠팡만큼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또 많은 뉴스를 생산하는 업체도 드물 것이다. 2010년 티몬에 이어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의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이후 단 몇 년 만에 회사를 몇 배로 성장시키며 업계 1위 업체로 올라선 것은 기록적인 성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쿠팡의 성장이 점점 가시화됨에 따라 김범석 대표는 ‘유통 혁신’을 부르짖으며 자신이 꿈꿔왔던 큰 그림을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일련의 노력들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감동시키기에 이르며, 2015년 6월 쿠팡은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원)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다. 이에 탄력을 받은 쿠팡은 미국의 아마존이 그랬던 것처럼 독자적 물류 체계를 구축하고 ‘로켓배송’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운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후, 쿠팡이 제안하는 모든 서비스는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편성된다. 그러나 이것은 쿠팡에 대한 평가가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확실히 달라진 영향력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쿠팡의 행보에는 자신감이 붙었다. 김범석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기자간담회를 통해 2017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 각지에 쿠팡 물류센터 거점을 완성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한 로켓배송의 안정적 운영으로 4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자신 있게 밝혔다. 이러한 자신감은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들에게도 자극제가 되는 동시에 그동안 온라인의 영향력을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던 오프라인 유통채널들까지도 각성하는 계기가 된다.

이에 지난 2월 국내 유통 대기업 신세계 ‘이마트’는 쿠팡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그간 소셜커머스가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제품 가격으로 선전포고를 날린다. 이러한 대결구도는 오픈마켓과 다른 대형마트들까지 확산되면서 온라인 유통업체 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무차별적 최저가 경쟁으로 번진다. 결론적으로는 어느 한 쪽이 이기거나 졌다 말할 수 없는 것으로 승부는 끝났지만, 이것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린 것은 쿠팡이었다. 유통업계 절대 강자인 이마트와 ‘맞장’을 붙어서 밀리지 않은 소셜커머스였다는 것만으로도 쿠팡은 과거와는 달라진 영향력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 출처= 쿠팡

로켓배송이 특별한 이유

‘로켓배송’은 쿠팡의 배송서비스를 나타내는 고유명사처럼 활용되고 있지만, 단순한 배송의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로켓배송은 유통업체가 물류 및 운송사업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직접 갖추고 운영하는 방식의 서비스다. 이것은 기존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물류 전문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을 절약하는 방식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유통업체가 접객(接客)의 영역까지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주력사업인 ‘제품 판매’에 준하는 역량을 집중함으로 서비스의 수준을 올리고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인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이러한 사업의 대전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되는 투자다. 쉽게 말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수익을 낼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수 있으면 시장에서의 독보적 입지는 확고해진다. 이와 같은 방식은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거론되는 미국 아마존이나 중국 알리바바처럼 충분한 자국(혹은 글로벌) 수요를 바탕으로 한 막대한 자본력이 있다면 가능한 모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제한적인 수요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쿠팡이 이 사업을 자신들의 계획대로 단기간에 완성시키기에는 어려운 점이 매우 많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던 것이 바로 2016년 4월 발표된 쿠팡의 2015년 실적이다.

 

쿠팡의 고민, 역마진과 배송 부담

쿠팡의 2015년 실적은 매출액 약 1조1300억원, 그리고 52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어쨌든 매출이 손실보다는 2배가량 많으니 괜찮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의 존속가치에 많은 의문을 가진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좋지만은 않다.

경쟁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손실 수준(위메프 1445억원, 티몬 1419억원)에 비해 5000억원이 넘는 쿠팡의 손실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는 직매입에서 나타나는 역(逆)마진, 그리고 배송을 직접 하면서 드는 고정비용 문제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적공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의 2015년 상품매출원가율(매출에서 원가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99.8%를 기록했다. 쿠팡의 상품매출은 대략 30% 정도를 판매마진으로 확보한다. 수수료 매출은 상품별로 다르지만 10~15%의 판매수수료를 받는데 상품매출 마진폭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쿠팡이 배송과 재고에 대한 부담을 직접 감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합리적 수준의 상품매출원가는 80% 정도가 돼야 한다. 즉 상품 가격으로 대입해 계산하면 800원에 구입해서 1000원에 판매해야 할 상품을 801.6원에 판매한 것이다. 이는 거의 역마진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쿠팡은 플랫폼 차별화를 위해 빠르고 친절한 쿠팡맨의 가치를 내걺과 동시에 높은 배송원가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물류업계의 계산에 따르면 2014년 쿠팡의 박스당 배송원가는 6000원 정도로 산출되는데, 이에 반해 배송을 직접 하지 않는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의 배송원가는 2000원 선으로 산출된다. 전국 21개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재고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고객에게 친절하고 빠르게 상품을 배송한다면 플랫폼의 차별화는 확실하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경쟁업체들의 배송서비스 수준이 현저한 차이가 없음에도 차별화를 위해 지나친 배송원가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쿠팡의 수익모델이나 전략에는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시기에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로켓배송에 투입되는 지나친 비용을 회수하는 방안을 이야기했고, 실제로 쿠팡은 11월에 로켓배송 무료배송의 기준을 종전 98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인상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여전히 존재한다.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1조라는 자본의 힘은 향후 몇 년을 버티게 해줄 것이며 현재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쿠팡이 지배적 플랫폼으로써 충분한 트래픽(고정 고객)을 발생시키고 필요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상황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방법론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은 일반 판매자들에게 쿠팡 물류 시스템의 ‘소싱’하는 것이다. 쿠팡이 그렇게 닮고 싶어 하는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처럼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쿠팡의 물류시스템을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면 물류센터 운영에 대한 고정비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즉, 판매자들이 자신의 재고를 쿠팡의 물류시스템에 맡길 수 있을(현재로서는 일반택배와의 배송 원가 차이로 실현이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정도가 된다면 규모의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마존을 열심히 따라 하고 있는 쿠팡이 우리나라에 아마존과 같은 물류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