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황산벌>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황산벌(2003)>에서 신라 장수 김유신(정진영)은 백제 장수 계백(박중훈)과의 전투에서 심각한 교착 상태를 마주하게 된다. 양 측의 소모전이 극에 달했을 때, 김유신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다!”라는 말로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결국 전투에서 승리한다.

현재의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황산벌 전투 못지않은 치열하고 끈질긴 경쟁으로 현재는 일종의 ‘불안한’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쿠팡, 티켓몬스터(이하 티몬),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 등 소위 ‘3대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조금이라도 더 각인시켜 고정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3사 모두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행해지는 지금의 모든 ‘투자’들로 미래의 생존을 100%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소셜커머스의 경제 규모와 경쟁을 고려했을 때, 세 업체 중 적어도 한 군데는 ‘망해야(?)’ 나머지 두 업체가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물론 세 업체 중 자신들이 사업을 접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곳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살아남기 위해 사력(死力)을 다하는 경쟁뿐이다.

돌아보면 올해만큼 소셜커머스 업계에 많은 이슈들이 집중된 적도 없었다. 이에 각 업체들은 사실상 각자가 꺼낼 수 있는 카드들을 거의 다 오픈했다. 그래서 2017년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에게 더 중요한 시기가 됐다. 2016년 한 해 동안 겪은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사활을 걸고 제대로 맞붙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국내 각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2016년 한 해 동안 치열한 경쟁을 통해 남긴 온 '생존의 기록'들을 통해, 경쟁 구도를 진단하고 이후 산업의 방향성을 진단해 보기로 한다.

 

 

 

‘소셜커머스’니 ‘오픈마켓’이니 하는 말들은 사실 일반 소비자들에게 그 개념이 명확하게 전달되는 표현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는 G마켓이건, 11번가이건, 쿠팡이건 그저 온라인에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쇼핑몰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최근에는 그 구분이 큰 의미가 없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에 대한 것은 조금 뒤에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업체들의 근간에는 분명히 소셜커머스라는 표현을 써서 별도로 구분될 요소들이 있었고 일부는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소셜커머스는 어떤 온라인 마켓을 의미하는 것일까? 본격적인 업체별 분석과 전망에 앞서 소셜커머스의 개념, 그리고 산업의 흐름을 간략하게 짚어 보기로 한다.

소셜커머스의 개념과 유형

지식백과 사이트에서는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를 ‘제품과 서비스의 거래를 돕기 위해 소비자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 인맥을 활용하는 온라인 커머스의 한 형태’로 정의하고 있다. 즉,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데 SNS의 인맥 연결을 활용한다는 뜻이다.

이를 비즈니스 모델을 기준으로 조금 더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소셜쇼핑·프라이빗 쇼핑클럽· F(페이스북) 커머스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이들 중 가장 지배적인 형식은 파격적 가격 할인을 제공하는 공동구매 형태의 ‘소셜 쇼핑’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업체들도 이 범주에 속한다.

한편, 소셜미디어의 성장, 모바일 기술의 진화로 최근 글로벌 온라인 마켓에서는 소셜커머스에서 파생된 비즈니스의 유형이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딜 어그리게이터, 다이렉트 딜피드 등 소셜미디어 속성에 더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소셜커머스 산업의 흐름

소셜커머스의 확산은 2008년 미국의 ‘그루폰(Groupon.com)’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그루폰은 공급자가 정하는 하루 한 가지의 품목이 최소 판매량을 달성하면 원래 가격에서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판매했다. 이때, 판매화면 상단에 SNS와 연동되는 탭으로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지인들을 공동구매로 끌어들며 구매가 이뤄지면 일정 금액을 마일리지로 적립해줬다.

지인을 통해 제공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상품정보, SNS를 활용한 빠른 확산 등으로 그루폰은 서비스를 제공한 지 약 2년 만에 50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며 급격히 성장했다. 아울러 미국의 소셜커머스 전체 시장 규모도 16억1200만달러(1조9200억원)대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소셜커머스는 2010년 5월 티몬이 시작한 소셜쇼핑에서 시작됐다. 초창기의 소셜커머스는 정해진 시간에 ‘딜(Deal)’이 뜨면 짧은 시간 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의 공동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주된 거래방식이었다. 이러한 판매는 특정 품목에 대한 소셜커머스만의 가격경쟁력을 갖게 했고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같은 해에 쿠팡(2010년 8월)과 위메프(2010년 10월)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0년대 이후 국내에 급격하게 확산된 모바일쇼핑으로 인해 소셜커머스 시장은 다시 한 번 급성장의 시기에 진입한다. 업계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소셜커머스 이용자의 72%가 모바일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오픈마켓(37%) 이용자나 대형마트 온라인몰 이용자들(28%)의 모바일 이용비중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2010년 120억원 규모로 시작된 소셜커머스 시장은 2010~2014년 사이 연평균 36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 2014년에는 5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산업의 ‘붐 업(Boom Up)’으로 인해 2011년 5월에 국내에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200여개까지 늘어났다가 1년 후인 2012년 5월 15개로 줄어들었다.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당시 수많은 군소업체들은 대부분 적자로 인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그루폰코리아가 티몬의 지분을 인수하고 2014년 여름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면서 현재의 티몬, 위메프, 쿠팡 3사 경쟁구도가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