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본인제공

평소 자주 드나드는 패션 커뮤니티가 하나 있다. 회원수가 75만명에 육박하는 만큼 내로라하는 패션 고수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수많은 고수 중에서도 ‘네임드’라 불리는 고수가 있기 마련. 이를테면 스니커즈의 고수, 수트의 고수 등이다. 이에 시계전문웹진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은 이들 중 럭셔리 워치의 최고수 A씨를 만나 워치 스타일링 그리고 소장 시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개인의 요청으로 직업, 나이 등 A씨의 자세한 신상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시계 라인업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애착 가는 시계는 무엇인가.

솔직히 애착이 가지 않는 시계는 없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파텍필립 노틸러스다. 시계 케이스를 보고 있으면 유난히 눈길을 많이 간다고 해야 할까. 디자인도 그렇고 가장 즐겨 차고 아끼는 시계다. 괜히 파텍필립이겠나?

파텍필립 노틸러스,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등 특히 럭셔리 스포츠 워치를 즐겨 차는데 스타일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스타일링 팁에 대해 조언한다면? 

수트나 포멀한 차림 보다는 캐주얼한 스타일링을 주로 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드레스워치보다는 럭셔리 스포츠 워치를 즐겨 찬다. 스타일링 팁이라면, 주저 없이 부티크를 방문할 것을 강권한다. 부티크에 방문해 다양한 스타일의 시계를 착용해봐야 자신한테 어울리는 시계를 찾을 수 있다. 사람마다 손목, 손모양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착용만큼 확실한 스타일링팁은 없는 것 같다.

 

▲ 파텍필립 노틸러스 5980과 소장 액세서리. 출처=본인제공

다양한 시계를 차봤을 텐데 시계 고르는 팁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

(잠시 고민한 뒤) 온라인상에서 사용하는 말을 써도 되나? 흔히 말하는 방패 간지나 사이즈가 큰 시계를 손목이 얇다는 이유에서 피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적당히 큰 시계는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제 경우 역시 손목이 얇지만 럭셔리 스포츠 워치를 주저 없이 차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지극히 주관적인 시계를 고르는 것이 두고두고 후회를 하지 않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차본 최고의 시계와 최악의 시계를 꼽는다면 어떤 시계가 있는가.

이 질문이 가장 쉽고도 어려운 질문인 거 같다.(웃음) 최악의 시계는 군입대를 앞두고 위병소 앞에서 산 전자시계다. 브랜드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계다. 왜냐하면 그 시계 덕분에 훈련소 시절 쇳독에 걸려 꽤나 고생을 했다. 안 그래도 힘든 훈련병 시절인데 엄청 서러웠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최고의 시계도 정해진 거 같다. 당시 쇳독을 옮긴 전자시계를 버리고 지인을 통해 세이코 알바웹을 택배로 받았는데 월등한 착용감과 기능으로 시계의 역할을 다해줬다. 저에게 지금까지 최고의 시계 아니 인생시계는 세이코 알바웹이다.

첫 번째 구매한 럭셔리 워치는 무엇이었나. 그 시계를 택한 이유에 대해 말해 달라.

최고의 시계와 최악의 시계만큼이나 첫 시계 역시 강렬했다. 모델은 대부분 럭셔리 워치 입문자들이 구매하는 롤렉스 서브마리너였다. 컬러는 블랙 다이얼을 택한 게 특이하다면 특이한데 다른 이유 때문에 첫 시계의 인상이 강렬하다. 하고 있는 일이 성과를 내기 시작할 때였다. 자연스레 수트, 구두, 벨트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시계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롤렉스를 첫 시계로 정했다. 시계가 손목에 익숙해 질 때 쯤 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약속이 있어 들린 곳에서 화장실을 갔다가 놓고 나온 것이다. 이후 일은 상상하는 대로다. 시계는 당연히 사라졌고 첫 럭셔리 워치는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지금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파오려 한다.(쓴웃음)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홈페이지]

▲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오픈워크 15407. 출처=본인제공

자동차 보다 시계에 관심이 많은 몇 안 되는 남자분인 것 같다. 드림워치와 조만간 구매 예정인 시계가 있는지.

커뮤니티에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옷 욕심이 상당하다.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사고 싶은 것은 사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시계 역시 그렇다. 부티크를 방문했다 마음에 드는 시계가 있으면 구매하려 한다. 그렇다 보니 시계가 늘어났고 지금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는 것 같다.(하하) 최근에도 눈 여겨 보고 있는 시계가 하나 있다. 얼마 전 마이클 버크 루이비통 최고경영자가 한국에 왔는데 기회가 닿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루이비통 월드타이머 시계에 도쿄를 대신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넣어 주겠다는 제안을 하더라. 평소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루이비통인 만큼 고민하고 있다. 얼마 전 구매한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스켈레톤을 조금 더 착용하고 진지하게 고민해 볼 생각이다.

시계를 차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선 아닌 거 같은데.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감성과 멋을 빼놓을 수 없다. 시간을 알리는 시계 본연의 역할도 있겠지만 왜 브랜드에서 다양한 소재, 디자인을 내놓겠는가. 당연히 자신들만의 감성과 멋을 전하려고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시계는 남자에게 허락된 몇 안 되는 액세서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싶은 시계가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이유 역시 궁금하다.

주로 차는 시계가 5점 있다. 파텍필립 노틸러스 5980,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오프쇼어,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오픈워크 15407 그리고 까르띠에 칼리브 드 까르띠에 카본, 브라이틀링 크로노맷 자개 다이얼이 그것이다. 아이만 좋다면 5점 모두 물려주고 싶다. 롤렉스 서브마리너처럼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웃음)

 

▲ 파텍필립 노틸러스 5980. 출처=본인제공

사진 속 손이 유난히 고운 것 같다. 평소 관리법이라도 있는지.

그런 소리 정말 자주 듣는다. 그럴 때 마다 저의 답변은 한결 같다. 좀 거북해 하실 수도 있는데 괜찮은가? 손은 정말 타고 난거 같다.(하하) 흔한 핸드크림도 바르지 않을 정도로 특별한 관리법이 없다.

시계 뿐 아니라 링, 브레이슬릿 등 다른 액세서리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시계와 궁합이 좋은 액세서리 매치 요령이 있는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액세서리를 많이 하지만 이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반지 하나, 팔찌 하나 정도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다 레이어드를 시도해보고 본인 만에 조합을 찾는 게 맞는 거 같다. 정말 이 과정이 꽤 재밌다. 근데 액세서리를 좋아하지만 어느 날은 시계 자체가 최고의 액세서린데 굳이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계를 충분히 즐기다 질리거나 스타일에 변화를 줄 때 액세서리를 조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계 브랜드 외에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엇인가.

단연 루이비통이다. 특히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에 위치한 루이비통을 좋아하는데, 직원들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유일하게 단독 부티크를 갖추고 있어 쇼핑하기 너무 편하다. 구비해 둔 아이템들도 좋아하는 것들뿐이고, 매년 구입하고 있는 런어웨이 파이톤 스니커즈와 이번 시즌 나온 네메스 시리즈는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