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4th Industrial Revolution)은 생산기기와 생산품의 상호소통을 바탕으로 전체의 프로세스를 최적화시키는 방식으로 풀이된다.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4.0 등으로 명명하지만 대체적인 의미는 대동소이한 편이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의 명확한 뜻을 냉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누구나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다가올 '근미래에 닥쳐올 거대한 파도'정도로 이해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에서 착안할 수 있는 소소한 단서는 있다. 1차 산업혁명의 경우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계적 혁명,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힘을 이용한 대량생산의 시대,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활용한 자동화 시대로 보는 시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1차 산업혁명을 역사시대가 관통했던 가내수공업의 패러다임을 부수고 새로운 에너지의 발견으로 파생된 후폭풍에 비유한다면, 이후의 산업혁명은 에너지의 정체성과 흐름에 따른 격렬한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에너지, 즉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기존의 에너지를 둘러싼 기간 인프라의 획기적인 변화를 말하기도 한다. 3차 산업혁명에서 시작된 새로운 비전의 연장선상이다. 중국에서 전통적 사업인 제조업의 향상을 위해 '제조업 플러스'라는 단어를 4차 산업혁명의 근간으로 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출처=위키미디어

"4차 산업혁명을 향하여"
4차 산업혁명의 깃발을 가장 선명하게 올렸던 곳은 유럽이다. 자동차 사업 등 제조업의 중심인 독일을 중심으로 불거진 인더스트리 4.0이 대표적인 사례다. 설비 및 단말기 중심의 플랫폼을 빠르게 발전시켜 공장의 고성능 설비와 기기를 연동시켜 제조업 생태계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기존 제조업 생태계의 강력한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을 초연결 그 자체에서 찾아내고 있다. 산업인터넷이라는 개념이 GE를 중심으로 빠르게 체화되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레딕스로 명명되는 산업인터넷의 가치는 인더스트리 4.0과 비슷한 목표를 추구하지만 무형의 소프트웨어 인프라에 더욱 천착하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클라우드를 중심에 두고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의 현실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을 살리는 방식 중 하나가 클라우드, 즉 가상화 플랫폼의 미래를 노리는 방식이 흥미롭다.

중국은 스마트제조2025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제조업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더욱 현장으로 끌어들인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의 퀀텀점프를 위해 독일식 개념과 비슷한 의미로 목표를 추구한다. 다만 노동 집약적 제조 환경을 빠르게 스마트 제조로 돌리려는 시도는 인더스트리4.0과 다소 결이 다르다. 기계화 및 자동화의 발전에서 시작된 인더스트리 4.0과는 출발점이 약간 다르다는 뜻이다. 물론 목표점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정체는 무엇일까? 희미한 단서를 쫒아간다면 빅데이터, 인공지능, 센서, 초연결, 공유경제, 클라우드 등의 키워드가 솟아난다. 즉 모든 것을 연결하는 초연결 상태의 생태계에서 기존 기계식, 단방향식 프로세스의 방식을 유기적인 지능화 시스템으로 풀어낸다는 뜻이다. 이를 무기로 삼아 기존의 제조 환경을 더욱 스마트하게 창출하는 것이 최종목표다.

▲ 출처=픽사베이

4차 산업혁명의 아들, 스마트팩토리
4차 산업혁명의 뜻은 불분명하지만,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종합하면 결국 생산 과정에서의 스마트한 조절, 나아가 생산과 공급의 유기적 연결은 물론 그 자체를 아우르는 초연결 기반의 큐레이션을 중요한 화두로 볼 수 있다. 특히 전자의 생산 과정에서의 유기적인 조절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제조업에서 생산 프로세스는 기계화 및 자동화로 정의된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계의 등장으로 대량생산의 시대가 시작되며 정치 및 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강렬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대량생산시대의 등장은 물질적 풍요로움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나, 이를 냉정하게 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량생산시대가 열리면서 공장이 풀가동으로 막대한 이득을 얻기도 했으나, 갑작스러운 불황이라도 찾아오면 괴멸적인 피해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창기 대량생산시대가 열렸던 19세기 말, 20세기 초에는 이 문제를 식민지 개척이라는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후로는 마케팅 및 물류 관리적 측면으로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완벽한 관리는 어렵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 과정에서 호황일 때 많은 제품을, 불황일 때 적은 제품을 생산하려는 자본주의의 꿈은 다양한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배팅에 따르는 기회비용이 너무 커지는 것도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스마트팩토리다. 일차적으로는 센싱기술을 바탕으로 공장을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로 변화시키는 방법론이 대두됐다. 일반적인 기계식 대량생산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기회비용의 소진을 풀어내기 위환 관점이 핵심이다. 가상 물리 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s, CPS)과 생산라인의 모듈화가 그 중심에서 작동하기도 한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Giga Factory)가 좋은 사례다. 파워월(Powerwall)과 파워팩(Powerpack)과 같은 2차 전지를 생산하는 기가팩토리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약 5조6800억 원을 투자해 55만7418㎡ 부지에 단일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기가팩토리의 진정한 강점은 가동식 현상에서 나온 앨런 머스크 CEO의 멘트에 있다. 그는 "기가팩토리는 단순한 공장이 아닌, 공장 그 자체로 제품이다"며 "궁극적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공장의 작동문법을 파괴하려는 앨런 머스크의 야심을 보여준다. 원청과 하청으로 분리되어 경계의 생태계로 움직이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공장 자체가 하나의 CPU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 출처=테슬라

결국 초연결의 방식을 기본 인프라로 설정하고 빅데이터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인공지능이 큐레이션해 클라우드로 저장, 스마트 제조의 마지막 단계인 로봇이 컨베이너 벨트를 능가하는 생산성을 추구하게 만드는 것이 기가팩토리의 야심이다.

오프라인의 시설물을 하나의 두뇌로 묶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시키는 스마트 팩토리의 강점이며, 이는 곧 존재하는 모든 방식을 소프트웨어로 환치시킨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가팩토리의 공포는 이러한 '일사분란함'에 있다. 앨런 머스크가 기가팩토리는 '하나의 상품'이라고 표현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반열로 올린 진짜 이유다.

아디다스의 로봇 제조 공장인 ‘스피드 공장’(Speed Factory)도 좋은사례다. IT 전문매체 엔가젯은 지난 8월 아디다스가 ‘애틀랜타 집’이라고 불리는 7만 4000 평방미터에 달하는 부지를 확보했으며 올해 말에는 기계들을 들여놓고 작동을 시작할 수 있게 준비를 마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제조업과 리쇼어링(Reshoring) 강화 정책으로 첨단 제조, 스마트 제조 등을 위한 연구 개발 예산 확충 및 프로그램 시행도 견인하고 있다. 연방정부 주도로 SMLC(Smart Manufacturing Leadership Coalition) 컨소시엄을 통해 통해 지능형 시스템을 공장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 출처=아디다스

독일의 경우 지멘스의 암베르그(Amberg) 공장과 지멘스와 SAP의 장비 및 솔루션을 적용한 BMW 공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일본은 기계학회를 중심으로 IVI(Industrial Value-chain Initiative)라는 제도를 활용, 공장마다 서로 다른 규격으로 운영되고 있는 설비 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도록 통신규격과 보안기술의 표준화를 추진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SDS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인 ‘넥스플랜트(Nexplant)’를 출시했다고 밝혔으며 SK(주) C&C는 스마트 팩토리 종합 솔루션 브랜드 ‘스칼라(Scala)’를 지난 7월 공개했다. LG CNS는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활용한 ‘소터관리시스템(SMS)’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 스마트팩토리는 생산과정에서 치밀하고 냉정한 방법론을 도입, 빠르고 유연한 플랫폼을 꾸려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불량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생산가동 자체를 빠르게 계산하는 방식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