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사는 70대 이선일(가명) 씨 부부는 은퇴를 앞둔 5년 전 양평군에 땅을 사 전원주택을 지었다. 그런데 이 씨 부부는 은퇴 이후에도 양평 전원주택으로의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전원생활도 좋지만 병원이나 마트 등의 생활 인프라가 없는 곳으로 가 노후생활을 시작할 일이 내키지 않아 주말용 집으로 쓰고 있고 최근에는 매각도 고려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원주택지였던 경기도 양평은 여전히 은퇴자들이 전원생활을 꿈꾸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이 곳의 분위기는 좀 달라졌다. 

17일 네이버 부동산 매물 현황에 따르면 1600여건이 넘는 전원주택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과 가까운 서종명과 양서면의 전원주택은 각각 352건과 223건이 나와 있다.

양평 일대 중개업소에도 전원주택 매물은 2000여건 넘게 나와 있다. 그럼에도 전원주택을 사겠다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겼다.

양평 Y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전원주택을 사러 오는 사람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산업 전반의 불경기가 올 것이라는 불안감에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은퇴 후 거주지나 주말용 ‘세컨 하우스’로 쓰던 전원주택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규모 면에서도 축소 추세다. 전원주택도 소형 주택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예를 들면 과거에는 5-10억원 사이의 집들이 매매가 잘 이뤄졌다면 현재는 2-3억원대 주택을 선호하는 식이다.

중개업체 관계자는 “과거에 대지면적 200평(661㎡)에 건축면적 40평(132㎡)를 선호하던 사람들이 대지 150평에 건물 30평 정도를 원한다. 전원주택에 투자 규모를 줄이고 관리 부담이 적은 소형 주택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인근의 D중개업체는 “전원주택 특성상 단기간에 주택 수요가 많이 늘거나 많이 줄거나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사실 매매가 쉽지 않은 것을 유의하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나오는 매물들에 대해 “입주한 지 2~3년이 지나면 전원생활에 적응못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그리고 전원주택 거주자들도 주위 환경이 지겨워지면 다른 지역, 신축 전원주택 등으로 이사를 한다. 양평 지역에 신축 전원주택이 많이 지어진 탓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부동산투자자문 알투코리아의 분석에 의하면 올 상반기 거래된 전원주택 중 2010년 이후 신축 단독주택 거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 양평군이었다.

전원주택 매물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토지 수요는 더 높아지고 있다. 인근 중개업체들에서는 토지는 매물이 많이 없어지고 있다며 최근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는 매매할 땅이 없다고 말했다. 문호리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양평 일대의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모여 여는 ‘문호리 리버마켓’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양평 인근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당장 집지을 용도가 아닌 투자용 땅을 찾는 사람들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향후의 용도 변경 바라보고 구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양평 땅값은 평균적으로 계속해 올랐다. 양평지역은 과거 2004년 1년간 땅값이 100% 상승하기도 했다. 환경이 쾌적하고 서울과의 거리가 가까운 덕분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서울∼양평 주간선도로인 국도 6호선이 이미 포화상태라면서 송파-양평 민자고속도로 건설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가도로망 계획 및 고속도로 5개년 계획에 반영해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09년말 양평역과 용문역이 중앙선으로 개통됐고, 2017년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있어 서울과의 접근성은 더욱 개선된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교차하는 양평은 그린벨트나 한강수계지역이 많아 영업용 건축 규제가 심하고 자연환경은 쾌적한 편이다. 양평군은 현재 인구 10만명을 훌쩍 넘어 시로 승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