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이상, 혹은 수천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세대와 세대를 거쳐 내려오는 고전은 그 존재만으로도 역사적, 문학적 가치가 있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고전들은 당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생활상에 이야기로써의 재미를 위한 ‘환상(Fantasy)적’ 요소가 가미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종교 경전의 경우 교리적인 부분과 더불어 인간의 세계와 신(God)의 영역을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리적인 가르침을 떠나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도 가치가 높다. 이번 시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도서 ‘성경’의 기독교적 세계관, 그리고 이슬람 구전문학의 정수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의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성경 “종교적 교리, 그 이상의 스토리텔링”

성경은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역사책이다. 물론 종교 경전인 만큼 “~하라”혹은 “~하지 말라”는 등 종교적 가르침을 위한 수많은 구절들이 있기 때문에 종교와 무관한 일반인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성경에서 교리적인 부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즉 성경은 신과 사람, 혹은 사람과 사람들 간 수많은 갈등 구조들을 이야기로 풀어낸 서사 문학이기도 하다. 이러한 스토리의 원 소스들은 문학적 수사부터 그림,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됐다. 이를테면 신이 천지(세상)와 피조물(사람)을 만든 이후, 악마의 꾐에 빠진 인간들이 신을 배반해 삶의 수많은 번뇌와 고통을 짊어지게 되는 성경 속 이야기는 존 밀턴(1629-1640)이라는 대문호를 만나 ‘실락원(失樂園)’이라는 문학작품으로 탄생했으며, 혹은 구약(舊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 중 하나인 다윗(David)왕은 미켈란젤로를 만나 다비드상(像)이라는 예술 작품으로 표현됐다. 

또한 성경은 ‘대작’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역대 아카데미상 최다부문 수상작인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Ben-Hur, 1959)는 예수 그리스도 시대 유대와 로마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물론 성경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결론에서 주인공이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자신을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친구를 용서하는 것에서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한다. 이 외에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만화 이집트 왕자(The Prince Of Egypt, 1998)는 구약의 지도자 모세의 이야기를 성경에 표현된 그대로 담아냈으며, 영화 노아(Noah, 2014)는 ‘노아의 방주’ 사건을 모티브로 상상력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또한 성경은 직접적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영화 문법의 ‘콘셉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SF영화의 한 획을 그은 매트릭스 시리즈에서는 주인공 네오(Neo)가 모두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인류를 위한 예수의 희생 콘셉트를 반영하기도 한다. 

이처럼 성경은 역사적 배경, 그리고 상상력이 가미된 세계관으로 수많은 콘텐츠들의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천일야화 “구전문학, 그리고 에로티시즘” 

흔히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천일야화’는 이슬람권 국가에서 수 천년동안 구전(口傳)으로 떠돌던 이야기들을 모은 문학작품의 모음이다. 구전문학인 만큼 각 이야기들의 정확한 저자들은 밝혀지지 않았다. 

작품의 원형은 7세기 중엽 사산조 페르시아(Sassanian Persia, 226~651)에서 페르시아어로 유행한 ‘1000가지 이야기(Hazar Afsanah)’로 이후 1400년대와 1600년대 이집트에서 책으로 간행되기도 했다. 이후 18세기 유럽에서 이슬람권 문학작품을 연구하는 이들에 의해 번역된 이후 천일야화는 세계인들에게 소개되기 시작했다.

천일야화는 큰 틀의 메인 스토리가 있고 그 안에 1000가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액자식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 영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출처= 네이버 영화

페르시아 왕 샤리아르는 어느날 자신의 아내인 왕비가 흑인 노예와 정사(情事)를 벌이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에 격분한 샤리야르는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살해하고 새로이 법령을 내려 온 나라 안에서 미인을 하룻밤에 하나씩 아내로 맞아들여 그 다음날 아침 사형에 처한다. 이에 한 대신의 딸이 자신이 왕의 아내가 되기로 자처하고 나섰는데, 그녀는 잠자리에서 왕에게 하루에 한 가지씩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는 조건으로 생을 하루씩 연장한다. 이후 1000가지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법령을 철회한다. 이 이야기들이 1000일 동안 밤(夜)에 한 이야기라고 해서 천일야화다. 

이 1000가지 이야기들의 주된 주제는 역사 속에서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의 삶이 반영된 배신, 사랑, 연애, 그리고 이슬람 신앙의 판타지적 요소 등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알라딘과 요술램프’,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은 유럽인들이 아랍 문학을 번역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천일야화에 새롭게 추가한 이야기들이다.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의 가르침에 근거한 권선징악(勸善懲惡)은 천일야화 속 거의 모든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흐름이 된다. 또한 우리가 많이 접하지는 못하는 내용이지만 천일야화는 남녀간의 사랑을 ‘아주’ 적나라하게 다루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즉, 이슬람권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투영된 수천년의 역사라는 방대한 세계관이 담겨있다.    

천일야화는 지금까지도 애니메이션, 문학작품, 영화 등 수많은 방법으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가장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역사 이야기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