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머징(Pharmerging) 시장이 고성장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파머징은 제약을 의미하는 ‘Phama’와 신흥을 뜻하는 ‘Emerging’을 합한 신조어로 제약 산업의 신흥 시장을 말한다. 이에 파머징 시장에 대한 국내 제약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퀸타일즈IMS연구소는 2021년까지 글로벌 제약시장이 연평균 4~7%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중에서도 파머징 시장은 연평균 6~9%로 선진국 시장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에는 파머징 시장이 글로벌 제약 시장의 22%정도를 점유할 전망이다. 

파머징 시장에서는 국가별 진출 전략이 중요할 전망이다. 한국형 신약, 개량 신약, 브랜드 제네릭 분야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국가별 글로벌 제약시장 순위/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브라질·러시아·중국 시장을 잡아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파머징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연평균 10~13%, 러시아가 11~14%, 브라질이 9~12%, 중국이 6~9%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지역에서 주목받는 국가는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등이 있다. 주로 정부 의약품 구매 비중이 높아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규모의 의약품 시장으로 꼽힌다. 브라질에서는 제네릭과 바이오의약품이 급성장하고 있다. 브라질은 아직 의료 서비스가 취약해 향후 서비스 질 향상과 함께 관련 시장의 성장도 기대된다. 2015년 기준 브라질 수출 상위 10개사로는 녹십자, 동아에스티,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LG생명과학, 삼성정밀화학, 동아제약, 메디톡스, 종근당바이오, 한국바스프, 동국제약이 꼽혔다.

러시아는 유라시아의 최대 제약시장으로 불린다. 러시아는 의약품 수출량보다 수입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국가다. 특히 제약시장 소매부문에서 외국산 의약품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러시아 의약품 시장은 2011년 글로벌 15위 수준에서 2021년에는 13위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령제약은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 판매 허가를 올해 하반기에 러시아에서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나브는 멕시코 등 10개국에서 의약품 출시 허가를 받은 상태다.

중국 제약시장은 지난 10년간 10% 이상 고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의료 개혁으로 의약품 허가가 이전에 비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이 북경한미를 통해 중국 시장을 개척 중이며, 녹십자는 녹십자차이나로 혈액제제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양약품, LG생명과학, 보령제약 등도 중국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 국내 제약사의 진출이 활발한 곳은 아세안 의약품 시장이다. 아세안 시장은 인구가 6억명으로 제네릭 의약품 중심이다. 종근당은 2015년 인도네시아에 오토와 합작회사인 CKD-OTT를 설립하고 항암제, 면역억제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후 바이오의약품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인도네시아에 대웅인피온이라는 바이오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동아에스티는 캄보디아에 박카스를 2015년 기준 연 520억원 규모로 수출했다. 

▲ 출처=SK증권

한국형 신약·개량 신약·제네릭에 ‘주목’

IMS에 따르면 2021년까지 파머징 시장에서는 비오리지널 의약품이 연평균 9~12%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시장은 오리지널 의약품 판매가 69%를 차지하는 반면 파머징 시장은 오리지널 이외의 의약품이 78%를 차지한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향후 한국형 신약과 개량신약, 브랜드 제네릭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파머징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오리지널 의약품이 크게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형 신약은 국내 임상을 통과해 허가를 받은 의약품으로 국내에서 성공한 신약은 해외 진출 가능성도 크다는 설명이다.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단순 복제한 것이 아니라 기능이나 약효를 추가하거나 제형을 변형한 것들을 일컫는다. 브랜드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으로 기존 브랜드명이 아닌 새로운 이름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은 것을 말한다.

한국형 신약으로는 보령제약, LG생명과학, 일양약품, 녹십자, 메디톡스, 대웅제약, 이수앱지스, 안국약품 등이 파머징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중남미, 러시아, 중국, 동남아에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를, 동남아6개국에 고혈압치료제 토둘라를 수출했다. 카나브 복합제 역시 수출 예정이다. LG생명과학은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를 중남미 23개국과 신흥국 79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임상을 진행 중이다. 또 필러인 이브아르가 중국에서 높은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일양약품은 항암제인 슈펙터를 콜롬비아, 러시아, 터키, 중국 등에 기술수출했거나 허가 업무를 진행 중이다. 항궤양제인 놀텍은 에콰도르 시판 허가를 획득했고 남미, 중동 등에 추가로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칠제인 헌터라제, 메디톡스는 주름개선제인 매디톡신, 대웅제약은 주름개선 효과가 있는 나보타, 이수앱지스는 고셔병치료제인 애브서틴, 안국약품은 천연물신약인 시네츄라시럽을 각각 수출하고 있다. 

개량신약에서는 한미약품, 유나이티드제약, 부광약품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 혈전치료제 피도글을 동남아 7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항혈전제인 실로스탄CR을 중국에, 항혈전제 클란자CR을 동유럽, 러시아, 중국 시장에 진출시켰다. 부광약품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인 덱시드정을 필리핀, 베트남 등 6개국에 수출했다.

제네릭 의약품이나 기타 품목에서는 동국제약이 말단비대증치료제 옥트린라르와 필러인 벨라스트주사를 브라질과 중국에 각각 수출했다. 대원제약은 항생제를 중심으로 동남아, 중동, 중남미 3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휴온스는 필러인 엘라비에와 안구건조 치료제인 점안액 등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박카스를 캄보디아에 수출 중이며,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을 브라질에 수출하고 있다. 또 항결핵제를 인도, 유럽, 남아공 등에 진출시켰다. JW중외제약은 항생제인 이미페넴을 중국 등 40여개국에 수출했다.

파머징 시장에 대한 국내 제약사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도 파머징 시장 진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려 하고 있다. 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의약품 시장 정보 제공과 국가 간 양해각서(MOU) 체결에 힘쓰고 있다. 파머징 시장 진출에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2018~2020년에는 한국 의약품의 파머징 시장 진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출처=SK증권

쉽지 않은 시장...국가별 ‘전략’ ‘중요

물론 파머징 국가가 향후 글로벌 제약 시장을 이끌어 갈만큼 성장하고는 있지만, 진출하기에 쉽지만은 않은 시장이다. 선진국 수준의 의약품 허가·등록 제도가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임상 비용과 향후 이익 창출 측면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인도나 중국산 저가 의약품이 많아 가격 경쟁력 확보도 쉽지 않다. 파머징 정부는 대게 제네릭에 관해 자국 제약사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어 국내 제약사들에게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파머징 시장은 새로운 기회가 존재하는 곳이다. 선진국과는 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별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특히 아직 개량신약이나 제네릭에 대한 구분이 잘 이뤄지지 않은 국가들도 있어 진출 시 비용과 이익 측면을 잘 생각해야 하는 시장이다. 

하 연구원은 "파머징 시장을 분석하고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개발하면 한국산 의약품의 파머징 시장 진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약품, R&D, 네트워크 등의 장점을 살려 장기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제약사들은 개량신약으로 파머징 시장 내 프라이빗 시장에 진출해 고품질 시장으로 접근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제약이 존재하는 파머징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전략 설정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향후 파머징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