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구체적인 개념은 걸리지 않지만,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 중 하나가 디스플레이라는 주장에는 업계의 이견이 없는 상태다. 이유가 뭘까? 매우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피드백'적 관점의 주장에 시선이 쏠린다.

예전에는 특정 기기의 작동에 있어 일반적인 이용자가 기기의 구동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기술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며, 그럴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기기의 작동영역이 다양해졌으며, 이러한 기기의 정보는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 소통의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콘텐츠의 중요도가 올라가며 디스플레이의 매력은 더욱 높아졌다.

그런 이유로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17에서는 자율주행차 등의 비전과 더불어, TV 및 태블릿과 노트북, 스마트폰 및 기타 기기의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 출처=삼성

대형 디스플레이 전쟁
CES는 전통적으로 TV 중심의 박람회다. 내년에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들의 TV 전쟁이 날카롭게 벌어지며 대형 디스플레이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QD비전 인수를 바탕으로 3세대 퀀텀닷 TV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SUHD TV가 진화하는 셈이다.지난 11월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은 QD비전을 두고 "자산을 인수하는 것"이라며 원천기술을 통한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나름의 존재감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퀀텀닷은 물질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나노 크기 영역에서 광흡수와 광발광 파장이 달라지는 양자 국한 현상을 보이는 초미세 반도체 나노 입자를 말한다. 입자 크기와 모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어 조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자연색에 가까운 색 표현이 가능하기에 고화질 고선명성의 TV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HDR(High Dynamic Range) 플러스도 장착했다. HDR은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표현하는 명암비를 대폭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소식을 알리며  ‘HDR플러스(HDR+)’는 어떤 영상이라도 최적의 HDR 화질을 찾아주는 기능으로, 더욱 풍부한 색과 깊어진 명암비로 TV 영상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고 밝혔다.

분위기도 좋다. 삼성전자의 퀀텀닷 SUHD TV는 유럽 10개국 소비자연맹지 평가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독일 소비자연맹지 '테스트(test)' 12월 평가에서도 TV 부문 전체 1위에 올라 SUHD TV가 소비자 연맹지 평가 1위에 오른 국가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등 10개국으로 늘어났다.

영국에서는 퀀텀닷 SUHD TV가 연이어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국 전문매체인 '트러스티드 리뷰(Trusted Review)'는 TV와 AV 부문에서 삼성전자 SUHD TV(KS7000)와 사운드바(HW-K950)를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OLED 진영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대표 가전업체인 스카이워스(Skyworth), 콩카(Konka), 창홍(Changhong)은 LG전자와 함께 OLED 진영으로 분류되며 지난 9월부터는 필립스도 중국에서 OLED TV를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소니도 마찬가지다. CES 2017을 통해 55인치와 65인치 OLED TV 신제품을 공개하며 동맹군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OLED에 합류한 파나소닉의 존재감도 관심사다. 한국-중국-일본-유럽 OLED 연합군인 셈이다. 이들은 삼성의 퀀텀닷 경쟁력과 경쟁하며 프리미엄 TV 시장의 미래를 정조준하고 있다.

중심은 LG전자다. OLED 동맹군의 핵심으로 활동하며 경쟁력을 가다듬고 있다. CES 2017에서 새로운 60인치 롤러블 OLED TV 출시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기술개발에 매진한 상태에서 일정정도 성과를 보여줄 전망이다.

LG전자는 HDR 기술에 최적화된 OLED TV 경쟁력도 키우고 있으며 B2B에 최적화된 OLED TV 라인업 집중도 단행하고 있다. 나아가 웹OS 3.0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TV 주도권도 관심사다.

분위기는 역시 좋다. 디스플레이메이트는 지난 10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최신 LG OLED TV 화질 평가(2016 LG OLED TV Display Technology Shoot-Out)’ 포스팅을 통해 UHD 해상도의 65인치 OLED TV와 최신의 LCD TV 화질 비교 평가결과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UHD 해상도의 65인치 OLED TV(모델명: 65E6)와 최신의 LCD TV를 대상으로 화질 평가 전부분에 걸쳐 이뤄졌다. 그 결과 LG디스플레이의 OLED TV는 자발광 블랙, HDR 구현 최적화, 정확한 색표현력 등을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 출처=디스플레이메이트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각각 퀀텀닷과 OLED를 무기로 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사의 경쟁력을 강고하기 위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단적인 사례가 '중국에서의 신경전'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OLED 사업부장인 여상덕 사장 주관으로 중국 언론 대상 ‘OLED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LG디스플레이 여상덕 사장은 “3년내 전세계 프리미엄 TV시장의 50%는 OLED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LG디스플레이는 생산, 판매, 고객, 품질 4가지 측면에서 만반의 준비를 마친 만큼 OLED로 프리미엄  TV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퀀텀닷과의 신경전이다.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 윤수영 상무는 “QD(퀀텀닷) 방식 LCD는 색재현률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 중 하나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결국 LCD라는 기술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자발광인 LCD가 가지고 있는 시야각, 응답속도, 명암대비 등등 에서의 약점은 그대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불어 “이러한 QD방식 LCD를 OLED와 비교해서 마치 새로운 기술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더 나아가 실체도 없는 QLED를 OLED와 차별화된 앞선 기술로 포장하고 마치 금방이라도 시장에 선보일 것처럼 하는 마케팅은 어폐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삼성전자가 대화면 TV 시장의 무기로 삼은 퀀텀닷 TV를 겨냥한 셈이다.

▲ 출처=삼성

중소형 전쟁...'기기의 영역을 파괴하라'
CES 2017에서 중소형 디스플레이 전쟁도 벌어질 전망이다. 폴더블 등이 핵심이다. 먼저 스마트폰 측면을 살필 필요가 있다. 김동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이 폴더블 스마트폰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성장에 직면한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서 폴더블에 집중한 전략들이 다수 등장할 것이라고 본 셈이다.

지난 6월 레노버가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태블릿이 단적인 사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월드 2016'에서 레노버는 폴더블 스마트폰 '씨플러스(CPlus)'와 태블릿 '폴리오(Folio)'를 시연하며 업계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맥카시는 팔찌처럼  구부려 손목에 착용할 수 있으며 폴리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모두 지원하는 '마법'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물론 일종의 웨어러블 영역까지 치닫게 만드는 하드웨어 폼팩터의 변신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신이 탄력을 받을 경우 노트북과 태블릿의 경계까지 아우르는 '울트라 단말'의 등장을 전망하기도 한다. 중국의 오포도 최근 폴더블 태블릿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의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일본의 방산기업 미네비아와 협력해 폴더블 스마트폰 시제품을 전격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은 해당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나, '소재의 일본'을 무시하면 곤란하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한 칼이 있다. 갤럭시X로 통칭되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루머가 꾸준히 나올 정도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9일(현지시각) 삼모바일이 삼성전자의 미국 특허 등록 사실을 알리며 이러한 전망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삼성전자의 폴더블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었기 때문이다. 외향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랜더링이 나와 특히 관심을 모았다.

▲ 출처=삼성

애플도 폴더블 스마트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폴더블 아이폰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출원한 특허로 보이는 본 기술은 디스플레이를 앞뒤로 완벽하게 접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접은 상태에서도 디스플레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 출처=애플 특허

국내 주요 플레이어 중심으로 살피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6세대 플렉서블 OLED 라인 1개를 가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4분기 플렉서블 생산라인 10개의 가동을 시작해 월 1000만대가량의 7인치 폴더블 패널을 생산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형 시장과는 달리 중소형에서 삼성의 존재감은 강렬한 편이다. 올해 3분기까지 OLED에 5조9000억원을 투자한 상태에서 4분기 5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기본적인 점유율 방어에 나서는 한편 POLED 장악력도 바짝 조인다는 복안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시장에서 삼성에 밀리지만, 중소형 OLED 시장에 관심이 많다. 중소형 POLED 패널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올해 전체 시설투자 규모 4조5000억원 중 절반을 OLED에 투입한 상태에서 내년 월 1만5000장 규모의 6세대 POLED 패널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경쟁의 흐름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변형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는 디스플레이적 측면에서 태블릿과 노트북의 경계를 파괴할 수 있는 원동력도 가지고 있다. 기기의 경계를 파괴하는 순간, 새로운 시장이 펼쳐질까. 물론 신중론도 있다. 갤럭시노트7 발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기기의 변형은 그 자체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복마전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