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4차 산업혁명의 정의는 아직 불분명하며, 초연결은 패러다임 그 자체로 일종의 '공기'가 될 전망이다. 이는 불확실한 패러다임을 성공시키려는 각자의 노림수가 '초연결'을 기본으로 끌고가며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즉, 연결의 겹침은 당연한 작동이라는 뜻이다.

▲ 출처=구글

"너무 많아요"
최근 구글은 브릴로의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안드로이드씽스(Android Things)를 정식으로 발표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그 위에 초연결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게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라'는 주장이 공허하게 메아리치는 가운데 현재의 모바인 운영체제 시장에서 확보한 장악력을 온전히 미래시대로 전이시키기 위함이다.

크게 보면 메이드 바이 구글의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도 이러한 미래시장 경쟁력 전이를 매끄럽게 끌어내기 위한 생태계 단속 전략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안드로이드씽스가 매력적인 것은, 미래시장으로의 경쟁력 전이를 추구하며 그 외연을 크게 넓혔다는 점에 있다. 방대한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을 초연결 플랫폼으로 빠르게 유입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장터를 세워주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안드로이드오토와 데이드림 등 다양한 영역의 공격적 확장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이제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은 구글홈을 넘어 공유기나 CCTV에도 손을 뻗칠 수 있다. 스마트홈을 넘어 스마트시티의 초연결 장터는 구글의 손에서 키워질 수 있을까? 현 상황에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다. 퀄컴도 이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구글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한 칼이 있다. 가전제품을 제조한다는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 상태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구성기 IBM 글로벌 솔루션 사업본부장을 스마트가전 TF팀장으로 영입한 상태에서 가전제품 본연의 경쟁력을 초연결로 승화해,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스마트싱스 인수 후 아틱까지 출시하며 네이버와 협력하는 등 외부협력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 출처=삼성전자

LG전자는 가전 경쟁력의 부흥을 기점으로 조성진 사장이 부회장으로 진급, 본격적인 초연결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최근 스마트폰 인력 일부가 사물인터넷 사업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H&A사업본부 아래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을 담당하는 ‘H&A스마트솔루션BD(Business Division)'까지 만들었다.

스마트씽큐 허브와 스마트싱큐센서를 통해 관련 로드맵을 힘있게 끌고간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무선랜 연결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LG전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나아가 아마존과의 협력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 10월에는 생태계 전략의 일환으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스마트 전구, 스마트 플러그, 모션센서 등 사물인터넷 연동기기 3종을 출시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끈다. 스마트 전구, 스마트 플러그, 모션센서의 출하가는 각각 4만 9천원, 4만 5천원, 5만 9천원이다.

▲ 출처=LG

삼성전자에 아틱이 있다면 인텔에는 큐리가 있다. 의료용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중심으로 관련 장악력을 끌어 올린다는 각오다. 또 마이클 델 회장은 지난 5월 델테크놀로지스를 사물인터넷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국내 통신사들도 신사업 확충을 위한 스마트홈 전략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로 유명한 SK텔레콤은 T맵과 연계한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의 비전까지 더듬고 있다. KT는 IPTV를 활용한 가칭 기가 지니를 통해 미디어 콘텐츠와 인공지능의 결합을, LG유플러스는 홈 IoT 가입자 50만 가구를 돌파하며 최근 스마트 욕실까지 외연을 넓히고 있다.

▲ 출처=LG

연결과 연결의 결합
초연결을 지향하는 사업자는, 각자의 주특기를 발휘하거나 취약점을 보강하는 쪽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의 경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강력한 파괴력을 초연결 패러다임으로 이식시키며 일종의 플랫폼을 깔아주는데 집중한다. 애플은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로 플랫폼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상황이지만, 일정정도 오픈소스의 기조를 품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가전제품을 실제로 제조할 수 있는 사업자는 이미 확보된 하드웨어 제품에 영혼을 불어넣는 방식을, 반도체 기업은 관련 생태계의 특화 전략을,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기반의 대단위 생태계 전략을 위해 초연결을 지향하고 있다.

당연히 통신사는 네트워크 사업자로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을 선점하고, 스마트홈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경험의 끊임없는 연결을 위해 자율주행차 실험에 나서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5G와 디스플레이, 전장사업 일부가 살아나고 있다.

문제는 연결, 그 이후다. 새로운 초연결 시대의 핵심은 '모든 것이 연결된 상태'를 기본으로 전제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로봇, 클라우드 등의 신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연결은 그 자체로 목표가 될 수 없으며, 결국 연결이 전제된 상태에서 의미있는 피드백을 끌어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점이다.

"인터넷은 공기가 될 것"이라는 에릭 슈미트 회장의 오래된 격언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전자상거래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천명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전언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기술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패러다임이 기본이라는 뜻이다.

현 상황에서 이러한 방법론을 추구하는 스펙트럼은 꽤 다양한 편이다. 보안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기업이 있으며 하드웨어 중심의 연결을 완성해 유기적인 연결 즈 자체를 사용자 경험의 축으로 사용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생태계를 자사 중심으로 꾸려 일종의 판을 키울 수 있는 구글의 방법론이다. 안드로이드라는 성공적인 내수시장이 있기에 가능하며, 아틱 등의 생태계를 꾸려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전격적인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초연결이 기본이 되는 순간, 이를 움직일 '자사 중심의 생태계'가 필요하다. 물론 하드웨어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