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빈집에서 행복을 찾다> 이케다 하야토 지음, 김정환 옮김, 라이팅하우스 펴냄

솔직히 시골집에서 살아보라고 부추길 자신이 없다. 몇 년간 도시 외곽 산기슭의 전원주택에서 살아봤다.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인적이 뜸해 평온한 삶을 기대했지만 안으로는 요란스런 일의 연속이었다. 계곡물이 줄면 수돗물도 끊겨 세수도 못 한 채 출근해야 했다. 비포장도로는 비만 오면 진창이 되어 출퇴근을 가로막았다. 여름은 에어컨 없이도 시원하다지만 흰색 외벽 가득 달라붙는 엄지손톱만 한 무당벌레는 침대 속으로도 파고들었다. 애써 벌집을 태워놓으니 말벌들은 처마 밑 깊숙이 거처를 옮겨 창 밖에서 위협 비행을 해댔다. 인터넷업체는 인터넷을 깔려면 그전에 전봇대를 몇 개 세워놓으라고 했다. 스카이라이프가 없었다면 문명사회에서 멀어질 뻔했다. 신문 구독신청은 거절됐고 피자는 M피자만 배달이 가능했다. 지인들도 한 번 찾아오고는 바쁘다며 발길을 끊었다. 그래도 새벽 시골 공기의 상쾌함은 맘껏 맛볼 수 있었다. 매일 치르는 상경길 혼잡을 피해 ‘새벽 별 보기’를 하며 마침내 올빼미 생활을 청산한 것이 바로 그때였다. 도시인에게 시골집이란 ‘아무 것도 모를 때’만 멋지다.

이 책 저자는 노숙자의 재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의 일본판 편집장이었다. 덕분에 도쿄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해 이해가 깊었다. 어느 날엔가 그는 35년 장기 대출로 장만한 작은 아파트에 짓눌려 은행의 노예가 된 채 살아가는 도쿄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았다. 그는 아파트에 젊음을 저당 잡힌 채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의 수립한 시골 이주 프로젝트는 매우 계산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영리하게도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면서, 낭만 따위는 후순위로 미뤘다. 시골 이주 자체도 단계적으로 실천했다. 처음부터 바로 시골로 이주하지 않고 지방의 중심 도시로 먼저 이주했다가 다시 산 속의 빈집으로 이사하는 식이었다. 그는 성공적으로 시골 이주를 하려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중요 정보를 확인해가며 단계별로 이주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결국 그는 도쿄를 탈출해 2014년 시코쿠 고치현의 한계마을에 정착할 수 있었다. 한계마을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경제활동이 지속될 수 없어 소멸로 향해 가는 마을로 65세 이상 인구가 70% 이상인 곳이다.

저자는 주민 수 150명의 산촌 마을에서 산다. 월세는 1/3로 줄었다. 넓은 주차장과 개를 키울 수 있는 마당, 텃밭이 딸린 단독주택, 무엇보다 사계절 풍요로운 해발 500미터의 자연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도시의 불필요한 인간관계와 경쟁도 사라져 건강을 되찾았다.

물론 소득원 확보는 여전히 문제다. 저자는 거주지를 완전히 버릴 수 없을 경우 대도시에 거점을 남긴 채 지방에도 생활 거점을 두는 ‘다지역 거주’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책에는 다양한 산촌 자본주의의 사례들이 소개된다. 혁신이 시골 변방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