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롤렉스 어워드 수상자들. 출처=롤렉스

일등 브랜드라는 말로 롤렉스를 다 설명하기는 힘들다. 일등 스토리텔러라면 모를까. 사실 스토리텔링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스토리텔링은 원시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이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행하던 오랜 예술 형식이자 놀이다. 사람은 선천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고, (조선시대 후기 핫스팟을 누빈 전기수처럼) 뛰어난 이야기꾼에 강렬한 매력을 느낀다. 이런 점 때문에 거의 모든 기업이 뛰어난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어 하지만, 뛰어난 스토리텔러가 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기업은 광고를 잘 만드는 일 외에는 스토리텔러 역할을 거의 못하고 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사람들을 몰입시키기보다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주입하려고 안달이 나 있을 뿐이다. 오히려 그런 과정에서 선정적이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말을 늘어놓아 이야기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책이나 게임, 영화나 음악이 끝나면 우리는 그것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물론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 계속 다시 찾아가고 싶은 경험을 만들어줬다는 전제에서다. 바로 이런 종류의 경험을 고객을 위해 디자인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혁신 분야 전문가이자 미래학자인 브라이언 솔리스가 쓴 <경험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를 보면 뛰어난 스토리텔러의 첫 번째 덕목은 (유창한 말솜씨가 아니라) 경청이다. 그들은 듣는 이의 반응에 맞추어 이야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청중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그 반응에 따라 이야기를 조율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속도도 조절하고 생생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감정을 술렁이게 만들 줄도 안다. 한 장면이나 장이 시작될 때는 눈을 뗄 수 없이 주의를 집중시키고, 끝날 때는 서둘러 다음 장면을 따라가게 이끈다.

아주 오랫동안, 대부분의 기업은 자신들의 브랜드 메시지를 이야기해왔다. 이는 지나치게 일방적이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신디 채스테인은 그 점을 지적했다. “브랜드 메시지는 더 이상 팔리는 물건이 아니다. 팔리는 건 경험이다. 우리가 찾는 무형의 기쁨, 감정, 의미를 이야기나 서사 기술을 사용해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강한 매력을 발휘하는 제품 경험을 구축할 것이다. 기업은 더 매력적인 경험을 만들어낼수록 충성도가 높고 경험에 까다로운 기준을 지닌 수많은 고객에게서 이득을 얻는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제품 경험에 어떤 특징을 포함시키고 어떻게 실행할지 선택한다면 진부하고 고객의 생각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 좋은 기업이나 브랜드는 여지없이 뛰어난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며 매력 만점의 제품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롤렉스가 대표적이다. 마치 롤렉스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롤렉스에서는 ‘2018 롤렉스 어워드(The 2018 Rolex Awards for Enterprise)’ 지원자를 모집 중이다. 롤렉스 어워드는 흔해 빠진 시상식이 아니다. 보다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그 역사만 40년이 되었다. 전 세계 만 18~30세의 젊은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환경, 응용과학 및 기술, 탐험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창의적인 프로젝트로 인류의 지식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5명을 최종 선정한다. 선정된 수상자는 이전 지원금의 2배인 1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1억2000만원)의 프로젝트 지원금과 롤렉스 시계를 받고,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홍보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도 얻는다. 롤렉스의 발표에 따르면 뛰어난 리더십을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수상자를 선정하고, 신청 시 제출한 프로젝트 계획을 평가한다. 프로젝트는 뚜렷한 목적, 독창성,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는 잠재적 가치 등을 지녀야 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갈 진취적 사고와 리더십도 관건이다. 수상자는 2018년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롤렉스의 스토리텔링은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이어진다는 특징도 있다. 1976년 시작된 롤렉스 어워드만 해도 벌써 4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140명의 수상자가 선정됐고 지난 프로젝트로는 교육 방송 프로그램 제작 및 확대, 빈농들의 소득 수준 향상을 위한 라디오 네트워크 구축, 남미 지역의 동굴 탐사,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진단법 개발 등이 실행에 옮겨졌다. 2018 롤렉스 어워드 신청서는 롤렉스 어워드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으며, 지원 기간이 끝나는 2017년 6월 30일 기준으로 만 18~30세에 해당하는 이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마흔을 훌쩍 넘긴 필자는 나이 제한에 걸려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애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