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경계령이 내렸다. 유럽발 금융 위기에 폭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호들갑을 떤다. 증권가의 분위기도 크게 다를 게 없다. 한랭전선이 증시를 통과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정말 힘들다. 투자 의견을 내놓기도 힘들다. 아무리 좋은 정보를 제공해도 투자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증권가 관계자에게 지난 8월은 끔직했다. 유럽발 금융 위기의 피해는 컸다. 한국증시에 핵폭탄을 떨어뜨렸다. 지난 1일 2200포인트를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9일 1800포인트로 폭락했다. 장중 1684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인 31일 1880포인트까지 회복은 했지만 1892포인트에서 1710포인트까지 넘나드는 숫자놀음에 개인투자자의 시름은 깊어졌다. 무작성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에 추격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일부에선 폭락장에서 오히려 높은 수익을 올렸다.

(사진=연합)

서릿발장세 진정될 때가 오히려 기회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가치투자다. 조민규 리서치가이드 대표는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 주당 순이익 등을 주시하며 가치투자를 할 경우 투자의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살 때 사고, 팔 때 파는 기본적인 원칙만 지키면 된다는 것. 잘못됐다고 해도 ‘본전치기’는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선 차트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트가 무엇인가. 일봉, 주봉, 월봉 등 기업의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다.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차트엔 투자 대상의 중요한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제가 생기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주가는 반드시 투자자에게 시그널을 보낸다. 시그널이 아닌 증권가 정보를 투자에 활용해 봐야 백전백패다.

증권가에서 방귀 깨나 뀐다는 사람이면 알만한 내용으로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시장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손절매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확신이 없어 투자 후 손실이 나면 매도를 하고, 오를 때 추격매수를 하면 손실이 발생 할 수밖에 없다.

조 대표는 “주가의 흐름을 살핀 다음은 주당 순이익과 분기 순이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당 순이익은 기업의 세후 순이익을 발행된 전체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것을 말한다.

주당 순이익의 증가율이 높으면 주가 상승률이 높다고 이해하면 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주가희석화 작업이 진행됐는지 따져보기 위해 전년 동기 대비 변화를 같이 체크해야 한다.

분기 순이익은 매출액 또는 매출액 성장률을 짐작케 하는 단서로 활용이 가능하다. 분기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 분기 매출액이 늘었거나 3분기 이상에 걸쳐 매출액 성장률이 바탕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차트와 주당 순이익, 분기 순이익의 시그널을 볼 수 있다면 이뤄지면 9월이 투자의 최적기다. 주가 탄력이 높은 우량종목을 저가매수 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테마주나 급등주 대신 3분기 실적 개선주에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기관과 외국인 수급이 뒷받침 되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대신 단기매매보다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부터 증시가 안정을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8월 증시가 올해의 바닥으로 한두 달 간의 시간이 지난 뒤 상승세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그는 본격적인 성장을 앞두고 성장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9월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선 3분기 실적주,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선 4분기 실적주 구입의 적기다.

달러 약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소형주 종목에 투자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김철중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9월 코스피는 1750∼1900포인트 사이의 박스권 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코스피가 월 단위 8% 이상 급락한 이후 1개월 동안 제한적인 반등에 머물렀고, 투자자금이 국내주식형 펀드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펀드의 움직임은 보수적인 투자신탁회사가 매수 주체로 나선다는 의미로 실적이 좋은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차·화·정’ 달리는 말은 멈추지 않는다

올해 증시를 이끌고 있는 것은 자동차, 화학, 에너지 업종이다. 이중 실적 모멘텀이 안정적인 자동차 업종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2분기 실적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예상수치가 아닌 실적 발표 수치를 토대로 다양한 전략 구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분기 높은 매출액을 보인 곳은 기아차와 삼성테크원을 꼽을 수 있다. 각각 1조319억원과 188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는 6832억원, 종근당은 210억원, CJ CGV는 1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곳으로 3분기와 4분기까지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업 분야의 중공업 기업도 관심종목이다.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거나 3분기 매출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조선업의 특성상 2분기와 3분기는 쉬어가는 구간으로 봐야 한다.

상반기 예상치 이상 수주 확보로 추가 계약 체결에 있어 선별적으로 대응하면 4분기 높은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8월 말까지 신규수주 90억달러(한화 9조5940억원)를 확보했고, 9월초까지 연간 신규수주 100억달러(한화 10조6600억원)가 예상된다. 2분기 어닝쇼크를 보였던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마찬가지. 3분기와 4분기 매출 상승세에 기대해 볼만 하다.

이밖에도 증권가에선 보험, 자동차, 조선, 은행, 에너지 업종을 3·4분기 실적 기대 사업분야로 꼽고 있다. 삼성테크원, 현대해상, SKC, 한화, 외환은행 등이 대표적 종목이다.

하반기 주식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다만 한두 달의 성장통이란 터널을 지나며 불안감과 기대감이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 테마주나 급등주를 활용한 높은 수익률을 추구보다는 실적 위주의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대신證 “장기 소외 중소형주 주목하라”

대신증권이 지난달 말 개인투자자를 위한 3분기 투자전략을 공개했다. 기본에 충실하며 실적 개선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형주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증시에서 중소형주의 강세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지만 국내 증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회복 과정에서 중소형주가 장기간 소외됐다는 게 이유다.

지난 2년간 국내 증시는 실제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주가 괴리율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3분기는 실적 기대감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작용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2분기와 3분기에 강한 실적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는 추천종목으로 태광, AP시스템, 에스에프에이, 태웅, 덕산하이메탈, SK브로드밴드를 추천주로 제시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