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회사 하나 세우려면 얼마 들어요?”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인도에 대한 질문은 대기업 임직원이나 개인사업자나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인도에서 외국인이 활동 가능한 회사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다. 게다가 하고자 하는 사업 목적에 부합된 회사의 성격, 이에 따른 자격과 필요 요건 그리고 절차를 구분해 묻는 질문은 아예 없다. 그저 ‘얼마예요?’가 질문의 전부다. ‘얼마 주면 회사 하나 세워줄래?’인 셈이다.

한국엔 회사법이 없다. 상법에 포함되어, 3편 ‘회사의 규정’에 7개의 장(章)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이를 법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단순 행정절차로 아는 경향이 있다. 관공서(등기소 등)에 법무사를 통해 비용을 지불하면 뚝딱 나오는 공산품 정도로 안다. 그러나 법에 의해 행위 주체로 법인격(法人格)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형식적인 의미와 실질적 의미에서 회사를 민형사상 법조문으로 이해하려면 간단치 않다. 인도는 이를 29장(章), 470조문 그리고 7별칙(Schedule)의 단일법으로 정하고 있다. 이것이 인도 회사법(Company Act 2013)이다.

이 회사법에 의해 외국인이 인도에서 비즈니스할 수 있는 형태가 자세히 규정되었고 각 규정에서 요구하는 조건 역시 나열되었다. 즉, 우리 기업이 인도에 사업장을 만들려고 한다면 ‘얼마예요?’를 먼저 묻기보다는 이 내용을 알고 어느 모양으로 어떻게 구성할지를 정하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법조문으로만 약 2000페이지에 달하고 그중 회사의 이사(Director)에 대한 해설만도 500여 페이지 책으로 발간되는 인도 회사법을 정확히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세부 내용은 해당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만, 도움 받기에 앞서 회사법의 핵심 내용에 대한 요해 정도는 인도 비즈니스의 상식으로서 챙겨둬야 한다. 막대한 비용, 손실 발생은 물론 회사의 존망과도 관계되기 때문이다.

인도 회사법은 1956년에 제정되었는데 사회 변화에 따라 2013년 대대적으로 개정되었다. ‘Company Act 2013’이 그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인도에 사업장을 둘 수 있는 형태로는 연락사무소, 지사, 프로젝트 사무소와 등록회사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등록회사(法人)이다. 외국인이 사업장을 낼 때 인도인처럼 개인사업체(OPC)를 할 수 없어 법인으로 해야 하는데, 법인 설립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이사(理事, Director)이다. ‘Company Act 1956’에서는 이사의 국적이나 거주 여부에 조건이 없었다. 하지만 개정법에서는 이사 중 한 사람은 국적은 상관없지만 법인 설립 직전연도에 반드시 182일 이상 인도에 거주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기본조건 때문에 진출하고자 하는 시기에 맞추어 법인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이 조항은 인도 시장에 참여하려면 인도에 182일 이상 체류하면서 외국인 등록도 하고 그에 맞는 소득세를 내든지 아니면 인도인을 이사로 참여시키라는 무언의 압박이기도 하다.

▲ 김응기 대표가 필자로 참여한 인도 회사법 해설집

거대시장 인도엔 준비된 이들이 참여할 수 있다. 조급히 단시간 내 우회하려고 할 때 사기꾼의 덫에 걸리기 마련이다. 이름을 빌린 이웃(?) 인도인으로부터 약속과 달리 터무니없는 사례비를 요구받거나 이사를 교체할 때 애를 먹이는 경우는 그중 일부이다.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제도 이해와 함께 시간표에 의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현지 운영에서도 회사법 이해는 필수조건이다. 이사회 운영을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어떤 꼬투리든 잡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무) 의무규정도 있고, 여성 이사도 강제화돼 있다.

인도는 법규의 나라이다. 인도에서는 뇌물로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 인도 뇌물은 되는 것을 되게끔 하는 정도이다. 법이 자세해 이해 부족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게끔 하는 뇌물이다. 기본이라도 알아야, 담벼락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답답한 상황에서 면할 수 있다는 ‘알아야 면장’이란 말처럼, 인도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 안에 들어가려면 최소의 규정은 알아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그 방면의 전문가를 존중하고 가까이 하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