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인생 명예를 건 리뷰 배틀이 시작된다. 콜라 데스매치 승자는?

815 콜라 “꿀리지(?) 않는 맛” -박정훈 기자

수많은 데스매치를 치러(?) 왔지만 오늘같이 힘든 대결이 다시 있을까 할 정도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건 마치 <드래곤볼>의 ‘야무치’가 끝판왕 ‘마인부우’를 상대해야하는 뭐 그런 기분이랄까요. 하물며 데스매치 상대가 ‘콜라’라는 음료 그 자체를 상징하는 코카콜라라니. 오늘의 데스매치는 여기서 끝입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하면 안 되겠죠? 

▲ 815 콜라. 출처= 웅진식품

그래요, 확실히 ‘콜라맛’ 이라는 기준은 코카콜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콜라가 코카콜라만 있는 것은 아니죠. 물론 상대적 시장 점유율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펩시콜라도 코카콜라와의 차별화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죠. 펩시콜라만을 마시는 마니아들도 많고요. 세상에 수없이 다양한 입맛과 기호가 있을진대 시대가 어느 때인데 획일화된 맛이라니요. 콜라맛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요즘 10대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20~30대 소비자들에게 815 콜라는 나름 친숙한 브랜드입니다. 815 콜라는 지난 1998년 4월 1일 ‘콜라 독립’을 슬로건으로 출시됐는데요, 이듬해인 1999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콜라 시장 점유율 13.7%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어설프게 코카콜라를 따라 했다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콜라라는 콘셉트로 맛까지도 차별화하는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815 콜라는 기존 주요 브랜드들의 ‘물량 공세’를 버티지 못해 시장에서 그 이름을 감췄습니다. 그랬던 815 콜라가 소비자들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하늘보리, 옥수수수염차, 그리고 “널 깨물어주고 싶어”라는 공전의 유행어를 남긴 초록매실을 만든 웅진식품이 2016년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젝트죠. 

맛의 비교를 위해 815콜라 제품을 실제로 구해서 마셔 봤습니다. 확실한 것 하나는 기존의 코카콜라나 펩시콜라와는 맛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코카콜라보다는 살짝 단맛이 덜한 듯 하면서도 탄산음료 특유의 개운한 뒷맛을 잘 담아냈습니다. 압도적으로 코카콜라보다 맛있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맛에서 차이를 두면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나름의 맛을 냈습니다. 

▲ 출처= DINGO 페이스북

테마 동영상 사이트 딩고(DINGO)에서는 얼마 전 재미있는 실험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각 브랜드별 콜라를 가지고 광화문 일대를 지나가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인데요. 거기에는 코카콜라, 펩시콜라, 815콜라가 있었습니다. 즉석에서 진행된 맛 투표 결과 815콜라는 코카콜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몇몇 고객들은 “외국산에 꿀리지 않는다”거나 “코카콜라와 맛이 좀 다르긴 하지만 맛있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죠. 

이전 회차의 데스매치처럼 상대를 까(?)지는 못했지만, 815 콜라라는 브랜드는 글로벌 브랜드에 용감히(!) 맞서는 우리나라의 콜라 음료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코카콜라 "아류 음료는 창고로 GO" -조재성 기자

원조 주변엔 아류가 따릅니다. 아류가 원조를 뛰어넘는 일은 역사에서 그다지 많지 않았죠. 콜라의 원조가 뭡니까? 굳이 얘기해봤자 입이나 아프겠죠. 그래도 그 이름 한 번 불러봅니다. 코카콜라. 무려 100년도 더 전입니다. 1886년 미국 약사인 존 팸버턴이 탄산수에 풍미가 가미된 시럽을 만들었어요. 이게 바로 코카콜라의 시초입니다. 모든 콜라의 시작이기도 하고요.

이후 ‘코카콜라=콜라’라는 등식은 오랜 세월 깨지지 않습니다. 콜라라는 말조차 코카콜라로부터 비롯됐죠. 간혹 콜라를 코크(Coke)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코크는 코카콜라를 부르는 다른 말입니다. 코크가 원래는 코카인을 부르는 속어라는 건 안 비밀입니다. 비록 펩시라는 브랜드가 치고 올라오기도 했지만 원조는 강했습니다.

펩시도 안 되는데 815 콜라라니요. 네? 옛날옛적에 단종된 구석기 유물 같은 음료 아니냐고요? 실은 올해 웅진식품이 되살렸습니다. 죽다 살아났죠. 식품 담당 기자가 제발 시음해보라고 떼쓰며 815 콜라를 한 캔 건넸습니다. 마지못해 한 모금 마셔봤습니다. 정직하게 얘기할게요. 특별할 것 없는 맛입니다. 코카콜라보다는 덜 달아서 밍밍하네요. 이 정도로 원조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네?

815 콜라는 이름부터가 애국심 마케팅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입니다. 90년대에도 결국 통하지 않았는데 요즘 시대엔 더 안 먹히지 않을까요? 국내 콜라 시장에서 점유율을 한 모금 이하 정도로 빼앗아올 수는 있을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글로벌 시장에서 코카콜라의 맞수가 되기엔 콘셉트부터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흔한 카피캣 정도로 취급을 받지 않으면 다행이죠.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죠. 815 콜라가 단종이라는 흑역사를 이번에는 피해갈 수 있을까요?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코카콜라는 이미 인류의 문화상품 혹은 문화식품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코카콜라가 쌓아놓은 탑에 815 콜라는 고작 돌맹이 하나를 더 얹으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애석하게도 코카콜라라는 거대 탑을 무너트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코크가 콜라 맛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탓이죠. 사람들 입맛 쉽게 변하지 않아요. 변했다면 지금의 코카콜라는 없었을 겁니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다른 음료가 아니라 물이다. 우리는 음료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1위지만 전체 물 시장에서는 고작 3%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우린 아직 한참 멀었다.”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코카콜라 전 회장의 말입니다. 815 콜라는 한참 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