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30대 초등교사 양 모 씨는 지난 9월 결혼한 신혼부부다. 결혼을 기점으로 많은 게 달라졌다고 한다. 배후자와 함께 새로운 가족들이 생겼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줄고 귀가 시간이 앞당겨졌다. 그리고 예·적금통장이 마이너스통장으로 바뀌었다. 그는 결혼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대출 상담을 받아봤다.

결혼자금으로는 총 1억9400만원이 들었다. 그중 대출금이 3000만원이다. 정책금융상품 ‘버팀목’을 활용했다. 시중은행 대비 저렴한 2%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 같은 다른 정책상품도 알아봤지만 지원조건을 만족할 수 없었다. 소득 기준, 사용목적 등이 예상보다 까다로웠다.

 

결혼비용 중 70% 주거비용

양 씨는 “결혼자금 대부분이 집을 구하는 데 사용됐다. 1억6000만원으로 전셋집을 장만했다”며 “나머지 금액은 결혼식과 신혼살림을 장만했다”고 말했다. 이어 “알뜰살뜰한 부인 덕분에 저렴하게 결혼할 수 있었다”며 “한복은 대여하고 노후한 신혼집 내부는 직접 손질해 비용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양 씨를 포함한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은 얼마일까. 웨딩컨설팅 업체 듀오웨드의 ‘2016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를 보면 2억7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2억3778만원) 대비 15% 증가한 금액이다. 주거비용은 1억9174만원을 기록했다. 총 비용 중 약 70%를 차지한다. 주거비용은 지난해보다 13.9%(2339만원) 상승했다. ▲예식장 2081만원 ▲예단 1832만원 ▲예물 1826만원 ▲혼수용품 1628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30세대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근 지난 2013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전세가격 상승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서울 하위 20% 아파트 전세가격은 6800만원에서 지난달 8300만원으로 22% 올랐다. 반면 2030세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월 소득은 같은 기간에 442만원에서 451만원으로 2%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을 적용하면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월급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동안 전세가격은 날아오른 셈이다. 사실상 대출을 받지 않고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안정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당국이 정책 방향을 급선회해 금융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4년 7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취임과 함께 부동산 부양정책이 가동된다. 7.24 대책은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낮췄다. 50~60%였던 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일괄 완화 적용했다. 50%였던 총부채상환비율(DTI)도 60% 높였다. 9.1 부동산 종합 대책은 건설 규제를 약화시켰다. 재건축 연한·안전기준, 청약 1순위 자격, 그린벨트 해제 공공택지 전매 기간 등을 완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신혼부부 주거지원을 위한 행복주택 공급물량이 확대됐다. 퇴임을 앞둔 최 부총리의 작품이었다. 주택구입자금 대출(디딤돌 대출) 시 대출보증도 확대시켰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급증하게 됐다. 빚이 늘어난 만큼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약화됐다. 소비침체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 초 유일호 부총리 체재로 전환되면서 부동산 정책은 급변했다. 8.25 가계부채 대책은 주택 공급 조절에 방점을 찍고 있다. 택지매입 단계에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도입했다. 초과공급이 우려되는 지역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주택을 공급하려는 사업자가 부지를 사들이기 전 사업성·수행능력·사업여건에 대한 심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예비심사를 거치지 않을 경우 분양보증 자체가 거부된다.

집단대출에 대한 관리는 강화했다.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은 시행사의 사업성을 평가해 집단대출을 실행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가 이를 보증해왔다. 개별 차주에 대한 신용심사 없이도 대출이 이뤄졌던 것. 지난 10월부터 이들 공적기관의 보증은 1인당 최대 4건에서 2건으로 제한됐다. 그간 HUG와 주금공에서 각각 2건씩 최대 4건까지 보증을 받을 수 있었다. 보증비율도 100%에서 90%로 축소시켰다. 빚을 내서 집을 사라던 당국이 1년 6개월 만에 상반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2030세대 위한 주택 정책 부재”

2030세대 특화 정책이 부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대주택 공급과 금융지원은 대표적인 청년 주거지원 제도다. 전세임대주택은 저소득 무주택자가 자신이 살려는 집을 구해오면 LH 등 공공기관이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어 해당 주택을 확보해 재임대하는 형태다. 보증금을 대출해주는 금융정책인 셈이다. 젊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빚이 추가로 생기게 된다. 공공임대주택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주 연령을 보면 전체의 90% 정도를 35세 이상이 차지, 청년 입주자를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급된 행복주택은 임대주택 대비 임대료가 저렴하지 않다는 부연이다.

전문가들은 매입형 임대주택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임대주택은 일반적인 아파트와 유사한 단지형으로 구상됐다. 하지만 일반단지 입주민이 임대단지 입주민을 차별해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매입형 임대주택은 소규모 공동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방식이다. 저소득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돼 왔다. 다세대주택이 아닌 까닭에 입주민 사이에 분란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신속하다. 대규모 단지를 새로 구성할 필요가 없다. 기존에 있던 거주지를 임대해서 내부 구조만 바꾸면 바로 입주 가능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실련 관계자는 “집값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지만 2030세대에게는 여전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지역을 보면 강남, 송파 등”이라며 “젊은 금융소비자가 선호하는 빌라나 연립은 치솟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국 정책은 투기 세력을 잡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청년층을 위한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드라마틱한 변화는 기대할 수 없지만 공공주택 비율을 늘려 주변의 집값을 낮춰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