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판도라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우리나라에서의 원전(原電)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 ‘판도라’가 개봉 5일(12/7~12/11)만에 100만 관객(145만9276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금도 안전성 문제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것과 더불어 판도라는 영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도 회자되고 있어 영화업계와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판도라를 통해 영화업계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은 과연 무엇이며, 업계에는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있을까.

영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크라우드 펀딩은 벤쳐창업이 활발했던 IT업계에서 자주 쓰이던 말로 ‘군중(Crowd)’와 ‘모금(Funding)’의 합성어다. 이는 주로 신생 기업이 자신들의 사업 계획을 공개하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을 뜻한다. 특히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활용한 홍보마케팅 및 모금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소셜 펀딩(Social Funding)으로 불리기도 한다. 크라우드 펀딩의 대부분은 투자 단위가 십만원 단위에서 최대 몇백만원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중되는 부담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대출)를 연결해주는 P2P 금융(개인간 직거래 금융 서비스)의 성격을 가진 대출형, 신생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개발 프로젝트 등에 투자를 유치하고 투자 비율에 따라 수익을 배분 받는 투자형, 그리고 수익을 통한 배당이나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모금인 기부형이 있다.

영화 제작의 경우, 기본적으로 투자/배급사가 있어 작품에 투자할 사람들(혹은 창업투자 회사)들을 모집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영화 펀드 LP(Limited Partner, 출자자)의 범위를 투자회사에서 소규모 개인 투자자에게까지 확장시킨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영화 크라우드 펀딩의 사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된 국내 영화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귀향(2015)이 있다. 우리 역사 속의 슬픈 단면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작품으로 개봉 후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적시며 화제가 됐다. 또한 관객 60만명의 손익분기점을 돌파해 총 35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면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귀향은 제작 초기 상업성과 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투자배급 회사들에게 외면당했고, 결국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 및 영화배우들의 의기투합을 통해 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정부의 간첩조작 사건을 파헤친 ‘자백(2016)’, 故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무현:두 도시 이야기(2016)’, 그리고 전두환 대통령 암살을 소재로 다룬 ‘26년(2012)’이 있다. 일련의 작품들은 영화의 공익적 의미에 중점을 두고 수익으로 인한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후원형(기부형) 펀딩으로 제작된 영화다.

▲ 기부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된 영화들. 출처= 네이버 영화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나서는 경우 제작비 투자 모금이 이뤄지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작품이 상업성과 거리가 있(다고 판단되)거나 정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면 투자 유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영화 발전을 위해 정부에서 조성한 자금을 활용하는 데 있어 개봉 이후 여러 가지 문제에 휘말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 영화라고 해서 모든 작품이 기부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2016)’의 경우 지난 4월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을 시작해 7일 만에 267명의 투자자로부터 5억원 이상을 투자받았고 관객 수 700만명을 돌파하면서 개별 투자자들은 대략 10%가 넘는 수익률로 투자금을 상환 받았다.

판도라의 경우 300명이 넘는 투자자들로부터 크라우드 펀딩 투자 상한선인 7억원을 넘어서는 금액이 모이기도 했다.  

인천상륙작전이나 판도라는 영화 홍보 마케팅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진행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펀딩을 통해 전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냄과 더불어 마케팅 비용으로 활용되기에 충분한 비용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일종의 선순환으로 작용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국내 영화 콘텐츠의 발전과 더불어 소재의 다양성이 확보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점차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투자 활성화 ‘긍정적’ 그러나 법적 체계 보완 필요 

국내 산업 여건상 투자금의 안정적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영화 제작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 활성화와 더불어 마케팅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상륙작전이 개봉한 올해 이전까지는 관련 사항에 대한 법적인 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보완돼야 할 점도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영화가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 투자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은 업계의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라며, “다만 관련된 체계가 완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개별 투자자들의 피해가 가능한 최소화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들이 조금 더 보완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