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의 흥망성쇠를 예측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오늘의 영광이 내일은 좌절로 변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으니까요.

LG경제연구원이 올해 초 발간한 <지속 성장 기업의 조건>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 ‘Fortune America 500’에 꼽힌 기업 중 2005년까지 그 지위를 유지한 곳은 292개(58.4%)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후 10년간 또 80개 넘는 기업이 사라져 2015년에는 42%만이 살아남았다고 하네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진 탓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며 경영 환경은 더욱 급변하기 마련입니다. 기업들은 성장과 생존을 동시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IT 중심의 산업 지도가 펼쳐지면서 이 같은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망한 테슬라’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전기차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선구자들입니다.

당시 미국의 자동차 시장 환경은 사실상 ‘전기차의 무덤’ 이었습니다. GM·도요타 등 주요 메이커들은 해당 기술 개발에 관심이 없었죠. 몇몇 신생기업들이 혁신가를 자처하며 선두에 섰을 뿐입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업체가 테슬라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테슬라가 전기차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든 업체도, 가장 앞서가던 회사도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경쟁자들과 혁신가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사연이 있었습니다.

‘피스커 오토모티브’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카르마’라는 고성능 전기차를 자체 생산했던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질투에 눈이 먼 테슬라가 이 회사에 ‘기업 기밀을 빼갔다’는 거짓 소송을 제기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초반에는 승승장구 했습니다. 카르마라는 자동차는 모델 S 수준의 역작이었고, 디자인 완성도 또한 뛰어났습니다. 2011년께는 여러 곳에서 자금을 끌어 모아 총자본 규모가 5억달러를 넘어섰다고 알려졌습니다.

가능성이 충분한 피스커였지만 신생 자동차 업체일 뿐이었습니다. 수많은 악재들이 한순간 몰아치며 휘청거리게 됐습니다.

배터리 계약 업체와의 공급 문제, 안전 관련 결함이 발견된 자동차에 대한 리콜, 정부 보조금 문제 등이 한 번에 몰려왔죠. 회사가 어렵다는 소식이 돌고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게 됐습니다. 급기야 허리케인이 신차 300대를 날려버리는 비극까지 잇따랐습니다.

결국 파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는 중국 기업이 이를 인수, 항저우를 중심으로 다시 신차 생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압테라 모터스’와 ‘코다’라는 초창기 회사들은 디자인 혁신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사라져갔습니다. 압테라는 지나치게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코다는 오래된 구식 이미지를 지닌 탓에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이들은 돈을 모으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대출 신청은 계속해서 연기됐고, 일부 차종의 리콜 비용도 마련해야 했죠. 마무리는 결국 파산 절차였습니다.

급변하는 시장 속, 무엇이 기업의 내일을 좌우하게 될까요. 유연한 자세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만큼이나 ‘운’도 중요한 요소라는 판단입니다.

물론 테슬라 역시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위기도 여러 차례 넘겼으니까요. 대신 ‘불운’을 맞아 적극적으로 투쟁했고, ‘운’을 만나면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테슬라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