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시대의 대세가 되며 '또 다른 나'를 설명하는 일종의 개방적 속마음 증폭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정치인들은 자신의 소신을 SNS에 털어놓고 여론의 향배를 살피기도 하며, 나아가 속마음을 털어놓는 공개된 일기장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덕분에 기자들은 약간 편해졌어요. 예전이면 누군가 화제가 될 경우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이야기도 들어보고 SNS도 뒤져볼 수 있습니다. 정보가 그만큼 다양해졌어요. 그런데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더 피곤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을 살피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SNS는 초연결의 패러다임을 지향하며 개인과 개인을 연결합니다. 그런데 일종의 '인플루언서'들은 이를 개인과 대중의 소통으로 정의하기도 해요. 이것이 무슨 말이냐면, 개인과 개인의 연결에 있어 유명한 개인은 대중이라는 집단지성과 집단광기의 거대한 몸통과 소위 '간 보기'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이걸 '의도되지 않은 어그로(aggressive)꾼'으로 부릅니다. 공격적이란 뜻의 '어그레시브(aggressive)'와 어떤 행동을 즐겨 하는 사람이란 뜻의 '꾼'을 합쳐 만든 신조어인 어그로꾼은 SNS 도처에 살아 있습니다. 그 일부만 찾아보겠습니다. 네? 명색이 기사인데 아무리 편하게 말하는 [IT여담]이라고 비속어를 사용하면 곤란하다고요? 에이, 요즘 유행하는 스타카토 답변으로 말하죠. "비속어 아.닙.니.다'...어그로꾼은 지난 2015년 3월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4년 신어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어그로꾼은 어디에나 있다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미리 말하지만, 어그로꾼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선동의 의미로 보면 약간 위험할 수 있지만 어그로꾼이라는 의미에는 '자신의 철학을, 심지어 자신의 철학이 절대다수의 의견에 반한다고 해도 꾸준히 설파하는' 의미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는 공화국에 살고 있습니다. 어그로꾼은 존중받아야 하며, 어디에나 있어요.

그 종류는 너무 많으니 '관련해 기사를 쓰면 최소의 트래픽은 반드시 보장한다'는 비선실세 논란에서만 찾아보겠습니다. 누가 어그로꾼일까요? 전 마법사입니다. 여러분이 누구 생각을 했는지 알아요. 네,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 것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입니다. 김진태 의원은 국회에서 "촛불도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말로 이슈가 되었던 의원입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당시 자신의 SNS에 '내가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탄핵안이) 용케 국회를 통과해도 헌재에 가면 기각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김진태 의원에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그 발언의 옮고 그름을 떠나 SNS를 통한 김진태 의원의 발언은 그 자체로 어그로꾼의 정수며, 나아가 그 역시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자, 여, 여기까지.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냉정한 판단으로 보면 '화가 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가치판단'이 들어가는 어그로꾼을 찾아 보겠습니다. 누굴까요? 네, 학사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눈에 들어옵니다. 정유라는 SNS에 '돈도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남겨 극강의 어그로꾼으로 등극했어요. 물론 이는 논란이 불거지기 전 작성된 SNS며 순수한 개인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아, 그런 생각을 했구나'라던가 '아, 원래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데 뭔가 화나는 일이 있었구나' 정도로요.

우주의 기운을 받아 또 하나의 어그로꾼이 떠오릅니다. 가수 윤복희 씨가 SNS에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빨갱이'로 표현했다는 의혹이 있었지요. 대중문화에 있어 강렬한 족적을 남겼으나 으르렁거리는 짐승돌의 등장으로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잘 몰랐던 가수 윤복희 씨. 그녀는 이 SNS를 통해 다시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어그로꾼, 인정.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어그로꾼, 아니, 의도되지 않았던 어그로꾼을 두 사람 만나보겠습니다. 먼저 조대환 청와대 민정수석입니다.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난관을 이겨야 할 그가 임명되기 전 SNS에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제기해 눈길을 끕니다. 조대환 수석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가 불거져 구속된 다음 날 "뇌물을 직권남용으로… 아직도 멀었다. 전두환 비자금 사건 기록을 참고하면 바로 답이 나올 것"이라는 충격적인 멘트를 적었습니다. 이에 조대환 수석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적었던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는 후문입니다. 우리, 영화 무간도 한 편 찍나요.

비선실세의 중요 인물인 차은택 씨도 SNS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기 전에 적은 내용으로 파악됩니다. 아, 그러셨구나.

▲ "어그로를 끌어라!". 출처=유튜브

어그로꾼, 그들의 재미있는 심리
SNS는 개인적 공간이면서도 오픈되어 있습니다. 싸이월드에 '힘들어'라고 적으며 내 고통을 내심 남이 알아주길 바랬던 미묘한 감정. 여전히 살아있는 겁니다. 개인의 소신이 적히며 논란도 되고, 호재도 되고 그럽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SNS의 속성입니다. 이제 SNS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소통의 창구로 부상하며 '공개된 일기장, 공개된 속마음'이 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요. 자신의 소신을 더욱 자세하게 적거나 이를 바탕으로 어그로를 끌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자세는 고무적입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지만, 어그로 자체를 막아서면 곤란합니다. 최소한의 선만 지키면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 가이드 라인은 어디에 있는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있는 구조에요. 명심해야 합니다. SNS 어그로꾼은 그 자체로 필요하며, 좋습니다. 다만 그 자체로 책임은 져야 합니다. 내 속마음을, 혹은 대외적인 선언을 적는 순간 SNS는 그 생각을 세상에 풀기 때문이에요. 물론 자기검열의 폐혜가 걱정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감내해야 합니다.

떳떳하다면 계속 어그로를 끌어야 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시끄럽게 완성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기자인 저는 오프라인에서도 열심히 뛰겠지만, SNS도 열.심.히. 뒤지겠습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 IT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세요? [아이티 깡패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