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시장에서 하나의 원작을 다양하게 해석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는 이제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콘텐츠를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수요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검증받은 콘텐츠들만이 수없이 재해석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대부분 그러한 콘텐츠들의 근원에는 원작이 아니면 생각해낼 수 없었던 독특한 아이디어인 세계관이 존재하고 있다. 즉, 세계관은 오래 사랑받는 메가 콘텐츠의 필수요소다. 이번 시간에는 판타지의 원조 ‘반지의 제왕’과 전 세계를 유저들을 흥분시킨 게임 ‘포켓몬스터’의 세계관을 소개한다.

“현대 판타지의 원조” 반지의 제왕 세계관 

영화 반지의 제왕 3: 왕의 귀환(Lord of the Rings 3 : The Return Of The King)은 2003년 아카데미상에서 총 11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벤허, 타이타닉과 어깨를 나란히한 시대의 걸작으로 기록됐다. 특히 영화 특수촬영의 기법은 이 영화의 전과 후로 나눠진다고 할 정도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계속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원작자인 J.R.R 톨킨의 방대하면서도 치밀한 판타지 세계관이다.

▲ 반지의 제왕 3: 왕의귀환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우리가 흔히 반지의 제왕이라고 부르는 이 작품은 ‘실마릴리온(The Silmarillion)’이라는 큰 세계관에서 ‘반지 전쟁’이라고 불리는 작은 에피소드다. 실마릴리온은 판타지라는 장르에 항상 등장하는 엘프, 오크, 드워프, 드래곤 등의 콘셉트를 정형화된 이미지로 정립시킨 최초의 작품이다. 실마릴리온은 ‘일루바타르’라는 창조주가 만든 세계인 ‘아르다’의 3단계(등불의시대, 나무의 시대, 해와 달의 시대)역사를 다룬 이야기다. 여기에서 해와 달의 시대는 1~4시대로 나눠지고 영화로 만들어진 ‘호빗’과 ‘반지의 제왕’은 제2~3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톨킨이 출판물로 가장 먼저 소개된 작품은 호빗(1937)이며, 이 작품의 인기로 속편의 의뢰를 받은 작가가 쓴 작품이 바로 반지의 제왕(1954)이다.

놀라운 것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엘프, 오크 등 각 종족들의 언어 체계는 작가인 톨킨이 직접 만든 것인데, 이 언어들은 실제로 그를 활용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치밀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치밀한 구성과 방대한 서사구조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의 절정으로 여겨졌고 첨단 영화기술을 만나 만들어진 작품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록에 따르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상영수익은 약 30억 달러(3조9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는 SF 블록버스터의 원조 격인 ‘스타워즈’ 시리즈를 넘어서는 것이며 그 외로 DVD 판매를 통해서도 영화 상영에 버금가는 액수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있는 것은 반지의 제왕도, 호빗도 실마릴리온 전체 세계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본 작품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출처= 포켓몬고 공식 홈페이지

전 세계적 팬덤을 가진 귀여운 괴물들의 세계관 ‘포켓몬스터’  

지난 7월 6일 구글의 사내벤처로 시작해 독립한 회사 나이안틱랩스(NianticLabs)가 출시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Pokemon GO)’는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에 포켓몬 신드롬을 일으키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재 포켓몬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스마트폰 게임으로 기록돼 있다.

흥미롭게도 포켓몬고의 원작 역시 게임이다. 포켓몬고의 설정은 일본의 게임 ‘포켓몬스터’ 적, 녹 버전에 근간을 둔다. 포켓몬스터는 일본의 개임개발사 게임 프릭(Game Freak)이 1996년 2월에 출시한 비디오 게임이다. 포켓몬이라는 동물과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가상의 배경을 기반으로 수집, 육성, 진화, 전투 등의 요소를 가미해 만든 RPG(Roll Playing Game)다. 전반적인 흐름과 디자인은 같고 세부적 설정이 살짝 다른 적(RED) 버전과 녹(GREEN) 버전으로 출시된 포켓몬스터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미국, 한국 등지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코믹스(만화책)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미국 월트디즈니의 상징인 미키마우스와 비교되는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포켓몬스터 초반의 세계관은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마을이 속한 ‘관동지방’의 8개 도시와 몇 개의 섬으로 한정돼있었다. 등장하는 포켓몬의 종류도 150마리였다. 포켓몬스터의 인기를 실감한 게임프릭은 관점을 다른 지역으로 바꿔서 또 다른 포켓몬들이 등장하는 새로운 설정들을 추가한 버전들을 선보인다.

▲ 포켓몬스터 적(RED) 버전의 리메이크작 파이어레드(FIRE RED) 버전과 최신 버전인 썬&문 버전. 출처= 게임화면 캡쳐/포켓몬스터 공식 홈페이지

이후 출시된 금/은/크리스탈 버전의 배경은 ‘성도지방’, 루비/사파이어 버전의 배경은 ‘호연 지방’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배경들이 추가됐다. 심지어는 게임 내에서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면, 각 버전들은 서로 연결되며 확장하는 등으로 크로스오버 되기도 했다. 새 버전이 추가될수록 포켓몬의 수도 점점 늘어났다.

최근에 출시되는 버전에 이르러서는 마치 마블이나 DC처럼 평행우주의 개념을 적용시켜 시공간과 우주를 초월하는 설정이 적용되기도 했다.

물론 모든 버전은 줄기가 되는 초기의 기본 설정이 어느 정도 반복되는 방식을 유지한다. 그러나 콘텐츠와 세계관의 계속된 연결 및 확장으로 시대가 갈수록 새로워지는 포켓몬스터는 처음 출시된 지 약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세계적 팬덤을 보유한 메가 콘텐츠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