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출처 = 대한항공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반도인데 육로마저 막혀 있다.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운송 수단은 한정적이다. 하늘길이 가장 효율적이다. 공항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얘기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국제선을 이용한 항공 여객은 8692만6295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7403만2055명) 대비 17.4% 오른 수치다.

수요가 늘었다고 업계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대표되던 시장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무서운 기세로 덤벼들면서 ‘항공사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고객 유치를 위한 수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생존을 위한 가장 큰 덕목으로 ‘가성비’가 꼽히고 있다. 보다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승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게 모든 항공사들의 목표다.

소비자들의 불만·불편을 최소화시키는 것은 숙명이 됐다. 다양한 사람들이 비행기 위에 오른다. 해외 여행을 처음 떠나는 사람,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 노약자, 어린이 등.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필수다. 업체들이 홈페이지·모바일 앱 등을 통해 ‘소통 창구’를 열어두고 이를 활용하고 있는 이유다.

이코노믹리뷰는 국내 항공사들의 홈페이지 고객 센터에 같은 내용의 질문을 게재, 답변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봤다. 단순한 호기심일 뿐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을 논하고자 함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12월8일 오후 3시, 주사위를 던지다

테스트 대상 항공사는 총 8개로 정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이다.

목요일인 12월8일 오후 3시. 모든 사이트 창을 열어두고 로그인을 한 뒤 1:1 문의 게시판에 같은 글을 남겼다.

상대적으로 무난한 질문을 올렸다. 답변이 금방 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제목은 ‘기내식 선택 관련 질문드립니다’로 정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채식주의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조만간 가까운 지역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인데, 기내식을 제 마음대로 선택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채식 위주 식단을 원합니다.

각 사이트마다 고객들의 질의응답을 받는 창구의 이름·구성은 조금씩 달랐다. 로그인 이후 개별로 글을 남긴 뒤 메일 등을 통해 답변을 받아본다는 큰 맥락은 동일했다.

오후 3시1분 대한항공 ‘문의-객실서비스’ 항목에 해당 글을 올렸다. 아시아나는 3시3분 ‘기내-기내식’, 진에어는 3시4분 ‘문의-기내서비스’, 제주항공은 3시4분 ‘문의-기내서비스’, 티웨이항공은 3시5분 ‘기내서비스’, 이스타항공은 3시6분 ‘문의-기내서비스’, 에어부산은 3시7분 ‘문의’, 에어서울은 3시8분 ‘기내서비스’문의‘란에 각각 같은 글을 작성했다.

아시아나·에어부산 ‘압도적 속도’

질의응답 작성과 동시에 ‘의견이 접수됐다’는 안내 메일을 보내온 곳이 있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에어서울 등이다. 대한항공(3시2분)과 에어서울(3시7분)은 등록과 동시에 안내 메일이 왔으며 아시아나는 4시31분에 도착했다. 대한항공·에어서울은 시스템이 일괄 배포, 아시아나는 담당자가 글을 확인한 뒤 확인 메일을 보낸 것으로 판단된다.

▲ 에어부산 회신 메일

실제 답장을 가장 빨리 보낸 곳은 에어부산이었다. 별도의 등록 확인 절차는 없었지만 같은날 3시13분 질문에 대한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 6분 가량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 아시아나(왼쪽)와 대한항공(오른쪽) 회신 메일

아시아나도 빠른 속도를 뽐냈다. 8일 오후 4시46분에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문의사항 등록 이후 약 1시간43분여 만이다.

다음은 대한항공이었다. 같은날 오후 6시17분 회신을 받았다. 약 3시간16분만이다.

▲ 티웨이항공 회신 메일

티웨이항공의 답장은 같은날 오후 8시18분에 왔다. 약 5시간13분이 걸린 셈이다.

“24시간이 모자라”

진에어와 이스타항공의 경우 8일 중 답변이 작성됐지만 정확한 시간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들은 메일 전송 대신 홈페이지에 답글을 달아주는 형식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데, 시간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진에어(왼쪽)와 이스타항공(오른쪽) 답변 내용

정황상 8일 오후 6시~11시 사이 대답을 전한 것으로 예측된다.

에어서울은 9일 아침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은 8시28분. 약 17시간20분이 걸렸다.

▲ 에어서울 회신 메일

제주항공은 9일 오후4시까지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24시간이 모자랐던 셈이다. 자체적으로 ‘데드라인’을 9일 오후3시로 정해준 상황인지라 미련 없이 사이트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 제주항공 사이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항공서비스 이용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소비자 불만·피해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여객운송서비스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12년 396건에서 2015년 900건으로 늘었다. 관련 소비자 피해가 매년 30%씩 늘고 있어 항공사 선택·이용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게 소비자원의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 경쟁이 치열해진 판도에서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다양한 소통 창구를 열어 불만을 최소화하고 궁금증을 해소해주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SNS 마케팅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