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금리 상승 전망으로 보험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보험사들이 보유한 장기채권 가치가 하락,  지급여력 비율을 높이기 위한 추가 자본확충에 비상이 걸렸다.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과 맞물려 자본확충이 시급한 가운데 보유 채권가격 마저 하락하면서 지급여력(RBC) 비율을 맞추기 위한 자본 확충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 회계기준에 자본확충을 맞춰놓은 보험사들도 금리 급등에 따른 보유 채권 가격 하락으로 추가 확충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말연시에 보험사들의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이 다시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채권 가치 지속 하락…자기자본 축소 우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고채 10년 금리는 2.199%로 지난 9월말 대비 무려 77.5bp가 급등했다.

채권의 가치가 오르게 되면, 채권으로의 수요가 몰려 채권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반면 채권가치가 하락할 경우 수요 감소에 의해 공급이 확대되면서 채권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즉, 채권금리 급등은 채권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의 감소는 보험사 자기자본의 축소로 이어지고, RBC(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RBC비율이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RBC비율이 100%이면 모든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RBC비율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자산운용이익률 상승을 통한 긍정적인 영향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며 “반면 채권평가이익 감소로 자기자본이 줄어들면서 RBC비율이 악회되는 영향은 즉시 반영된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금리가 10bp(1bp=0.01%포인트) 상승할 때 보험사 RBC비율은 2.4~8.2% 하락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RBC하락과 더불어 국제회계기준(IFRS17) 변경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도 커진다.

▲ 출처=유안타증권

IFRS17는 부채평가방식 부문에서 현재의 시장가격(시가)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지금까지는 계약 시점에 약속한 금리에서 계약 시점 당시 금리를 반영해 보험사가 거둬들일 수 있는 예정이율만큼을 뺀 뒤 부채로 인식했다. 이럴 경우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줄 보험금과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의 비율이 계약 시점과 종료 때까지 변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시가평가가 도입되면 현재 시장금리를 반영해 산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상황에서는 보험료를 벌어들일 수 있는 보험사 이익이 줄고 과거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 때문에 보험사가 지불해야 할 부채 규모가 커지게 된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유상증자도 단행”

보험사들은 후순위채와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후순위채란 채권 발행기관이 파산했을 경우 일반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다음에 원리금을 상환 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후순위채에 투자한 돈은 다른 빚을 모두 갚은 뒤에야 받을 수 있으며, 우선주나 보통주보다 그 변제 순위가 앞서지만 일반 채권보다는 후순위다.

다른 채권보다 상환 순위가 낮아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고수익을 이룰 수 있다.

흥국생명은 1500억원 규모의 10년물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자율은 국고채 10년물 금리에 2%포인트 안팎을 합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에는 NH농협손해보험이 1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10월엔 흥국화재가 그룹 계열 재단인 세화예술문화재단에 후순위채 200억원을 발행했다.

NH농협생명의 경우 내년 초 최대 3000억원 가량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도 1000억원 수준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중국 안방그룹을 대상으로 6246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의 경우 주당 가치는 떨어지지만 자본금을 손쉽게 확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한화생명은 최근 5000억원의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시기는 내년 1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에 경우 일반적으로 국고채 5년물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발행돼 후순위채보다 금리가 높다. 때문에 지금처럼 금리 상승이 예견되는 경우에는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금리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발행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며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이 유리하지만 후순위채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