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트렌드 2017> 한국디자인진흥원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디자인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트렌드 전망서를 출간했다. 책에는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산업별 트렌드 키워드가 제시됐다. 이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기술, 사회, 환경 각 부문에서 디자인이 다른 여러 분야의 산업과 어떤 방식으로 융합하는지, 어떻게 새로운 부(富)를 창출하며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지 살펴보고 있다.

KIDP가 제시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트렌드 키워드는 ‘모난 것에서 둥근 것으로’이다. 개방성과 유연성을 추구하는 ‘둥근 것’이 정밀함과 차별적 첨예함을 추구하는 ‘모난 것’을 압도하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디자인은 특정 제품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포장, 감성적 시각화 등에 충실하면서 정밀함과 첨예함의 가치, 즉 모난 지점에서의 역할을 우위에 두었다.

하지만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자인은 친밀함, 편의성, 유연성, 개방성, 지속성 같은 것들, 즉 융합을 상징하는 ‘둥근 것’의 가치를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써 제품과 소비자, 경제와 사회 전반에 새로운 품격 가치를 부여하는 최고의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다. ‘모난 것’에서 ‘둥근 것’으로 진화한 디자인은 하나의 자원, 하나의 역량, 하나의 혁신으로서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디자인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구체적 해법으로도 확장된다. 대표적인 예로 생필품들에 센서를 삽입해 건강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 디자인, 고령화 사회에 맞춰 이동의 편의성을 높인 스마트 시티 또는 무장애 주택 디자인, 알츠하이머를 앓는 환자들의 식사를 도와주는 식기 디자인, 미세먼지나 물 부족에 대비하는 마스크 또는 정수 디자인 등을 들 수 있다.

책 속에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 헨리 드레이퍼스(Henry Dreyfuss)의 말이 나온다. “사람들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 디자이너는 성공한 것이다.” 저자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인공지능, 스마트 시티,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산업 등과 같은 미래 유망 산업을 준비할 때 무엇보다 생활의 편리성, 일상의 행복, 인간다운 삶에 대해 고민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