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핏빗

핏빗(Fitbit)이 스마트워치 전문기업 페블(Pebble) 인수를 7일(현지시간) 확정했다. 핏빗은 페블의 소프트웨어, 펌웨어 관련 지적 재산권과 함께 핵심 개발 인력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스마트워치의 선구자격인 페블은 결국 경영난과 경쟁업체들의 도전에 밀려 피트니스 트래커 업체인 핏빗에 흡수된다.

페블은 7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더는 페블 기기를 생산하고 판매하지 않을 것이다. 페블의 혁신은 핏비트에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핏빗은 페블에게 3400만~4000만 달러(약 398억 원~468억 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블은 에릭 미기코프스키가 2012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페블워치'를 발매하고, 1000만 달러 모금에 성공하며 해성처럼 등장했다. 페블 워치는 귀여운 모양의 스마트워치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까지 판매된 페블 제품은 총 200만 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마트워치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중화에도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블은 출시 예정이었던 페블코어와 타임2 모델도 출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제품을 선주문한 고객은 킥스타터를 통해 환불받을 수 있다. 페블 코어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사물 인터넷 기기로 GPS, 3G,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을 지원한다. 구글핏과 우버 등 다양한 피트니스 앱(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며,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가 적용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페블 코어는 빛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 출처=페블

실적 저조해도 페블 인수 감행한 핏빗, 어딜 보고 있나?

핏빗은 2007년 재미교포 제임스 박이 에릭 프리드먼과 함께 설립한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다. 애플을 제치고 현재 웨어러블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핏빗의 4분기 실적은 저조했다. 핏빗이 제시한 4분기 실적 가이던스가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며 뉴욕증시 시간외거래에서 30% 하락했다.

핏빗의 매출액은 5억4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5억700만 달러에 못 미쳤으나, 분기 주당순이익(EPS)는 19센트로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부합했다. 특히 핏빗은 연휴시즌이 포함된 4분기 매출액을 7억 2500만 달러에서 7억5000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9억851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가이던스다. 지난 6월 18일 상장된 핏빗의 주가는 55% 이상 하락했다.

핏빗의 공동창립자이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파크는 "핏빗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수익도 내고 있다"고 밝혔으나 "성장 속도는 과거와 비해 둔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핏빗은 페블 인수를 통해 '피트니스 트래커' 시장을 넘어 '스마트 워치' 시장으로 영토 확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핏빗은 페블의 하드웨어 부분을 뺀 운영체제 및 지적재산권 을 인수한다. 페블의 주요 기술자들도 핏빗에 충원될 예정이다.

▲ 출처=페블

특히 페블의 독자 운영체제인 '페블OS'는 황금알이나 다름없다. 페블은 1만5000개가 넘는 앱을 지원하는 '페블OS'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다. 페블은 소규모 회사임에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하지 않고 자체 OS와 앱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앞으로 핏빗이 페블의 OS를 어떻게 이용할지 주목된다. 예상되는 향로는 피트니스 밴드의 고도호와 스마트 워치 시장 진출을 들 수 있다. 핏빗의 박 CEO는 “스마트워치는 소비자의 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페블을 통해 웨어러블 시장에서 핏빗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마트워치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최근 ID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3분기 페블의 출하량은 20만 대에서 10만대로 54% 감소했으며 점유율도 3.2%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