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올 3분기 우리나라 40대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이 505만2000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0.03% 줄었다고 발표했다. 가구당 소득통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40대 가구는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소득이 증가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비율로 보면 ‘0.03% 줄어든 게 뭐 대수냐’고 할지 모르지만, 가장 왕성하고 안정된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40대 가구 소득의 감소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창업시장을 중심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통계자료는 통계청과 상권정보 제공 기업인 ㈜나이스지니데이터(www.nicebizmap.co.kr), 그리고 관련 연구기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다.

대한민국 40대. 이들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소득도 다른 세대에 비해서 가장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조사에서 절반 정도는 스스로를 우울한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과 의무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우선 40대의 지출구조를 보면 크게는 교육비, 부양비, 노후보장저축 등이며 생활비를 포함해서 수입의 86%를 지출하고 있다. 대부분 청소년 자녀를 둔 40대는 교육비로 번 돈의 10.82%(2014년)를 사용하는데 30대(4.90%)보다 2배 이상 많다. 고령화로 인해 갈수록 부양비도 늘고 있다. 2016년 현재 40대 가운데 부양 책임을 지고 있는 비율은 37.2%로 이들은 15세 미만 소년세대(18.6%)와 65세 이상 노년세대(18.5%)를 양 어깨에 메고 간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의 노후를 보장해줄 저축은 53%만이 교육비 비중의 절반 정도 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일까? 한국은행이 2008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5년간 대출자 50만명의 신용등급 변화를 추적한 자료를 보면, 저신용등급으로 추락한 대출자 가운데 40대 비중이 30%로, 퇴직시기인 50대(23%)보다 더 높다. 남편의 불안한 미래를 대신해 창업한 것으로 추정되는 40대 여성의 온라인 창업 비중 또한 2014년 7.5%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8.2%까지 높아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혹시나 하고 복권을 사는 40대도 많이 늘었다. 작년에 40대가 복권을 산 금액이 7억5000만원인데 2년 전인 2013년의 3억1000만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40대, 880만명은 주로 어떤 업종에 돈을 쓰고 있을까? 40대의 소비행태를 짚어보는 것은 이들 세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창업자들에게도 유용한 데이터가 될 것이다.

업종은 전국 소상공업과 의료기관 등을 163개로 분류해서 2015년도 신용카드 결재자를 세대별 비율로 환산했다. 그 결과 40대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사교육 업종이었다. 입시학원은 72.3%를 40대가 결재했고, 종합학원(70.8%), 외국어 학원(63.1%) 등 모든 학원에서 50%를 훨씬 넘는다.

※ 순서 : 업종명/20대/30대/40대/50대/60대/남/녀 순

물론 소매업종인 교복(76.1%)과 서점(50.4%), 악기(44.2%)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의료기관에도 상당수 진료과목은 40대 비중이 높다. 치과와 성형외과는 34.1%, 피부과도 33%로 대부분 자녀들의 맵시 가꾸기를 위한 투자로 판단되고, 비뇨기과(41.5%)만이 오롯이 자신을 위한 지출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교육과 의료는 대부분 자녀를 위해 사용하다 보니 정작 외식은 저렴한 식당을 찾는다. 사업상 필요한 유흥주점(40.4%)을 제외하면 부대찌개(38.1%), 닭갈비(37.7%), 해장국(36.9%), 삼겹살(34.4%) 등 가벼운 술 한 잔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외식도 자녀를 우선으로 배려하는 업종이 눈길을 끈다. 아이스크림이 38.1%로 나타났고, 도너츠와 스파게티 전문점이 37%, 피자(35.2%) 등으로 40대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자료에 의하면, 이렇게 비교적 낮은 객단가 업종을 찾는 40대이면서도 2016년 올해 외식비를 줄였다는 응답자가 39.2%나 될 정도로 더욱 옥죄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유흥주점은 2016년 8월 현재, 전년 대비 5.7% 줄었지만 소주방이나 포장마차로 향하는 40대의 지출의 합이 최근 2년 새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50%나 늘었다.

이에 비해 고단한 자신의 휴식을 위해서는 그다지 돈을 쓰지 못했다. 휴식할 때는 TV를 보거나(45%), 영화관을 찾거나(25.1%), 혹은 당구장에 가는 게 고작이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전체 당구장 매출은 31억원에서 63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절제된 낭만을 즐기기 위해 스크린골프장(44.5%)이나 낚시용품점(33.4%)에 들르는 정도다.

평균연령 47세인 일본의 40대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은둔형 외톨이 즉, ‘히키코모리’족 가운데 40대가 무려 40%에 이른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돈을 쓰지 못하자,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다.

최근 2~3년간 지속된 저성장에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 여기에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소위 ‘최순실게이트’까지 겹쳐서 OECD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서도 내년 성장률을 2.6%로 낮췄다. 갈수록 내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 통계로 알아보는 생활 밀접 업종 현황’을 보면, 올 8월 말 현재 전체 사업자는 689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4.4% 늘었다. 같은 날 통계청은 올 3분기 1인 자영업자는 408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403만7000명)보다 1.3%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금과 같은 소득 감소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창업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저성장으로 기업은 투자를 줄이면서도 직원 밀어내기는 심화될 것이지만 채용에는 인색할 것이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다. 따라서 불경기라고 움츠리기보다 적극적인 도전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떠밀려 창업하는 것보다는 능동적인 도전이 당연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불안한 면도 없지는 않다. 40대의 가구당 명목소득이 줄어든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그동안 연간 5% 이상 꾸준히 증가해왔던 근로자 소득이 이번에는 2.9% 줄어든 반면, 자영업자들의 사업 소득은 5.9% 떨어져 창업해도 영업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어서다.

나라는 다르지만 일본을 보면 그래도 희망적이다. 2015년 현재 일본은 40대가 창업하는 비율이 28.4%로 우리나라(26.3%)와 비슷하고, 창업 당시 종업원 수도 2인 이하가 51.2%로 절반이상이 어렵게 시작한다. 그러나 창업 후 만족도는 58%로 두 명 중 한 명은 물적 혹은 심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40대를 분석한 ‘일본 중소기업청’ 자료는 또 다른 희망을 준다. 45세 이하에서 부유층은 8%에 불과하지만 45세 이후에 창업해서 부유층으로 진입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다. 40대에 조금 부족하다고 기죽지 말자는 얘기다.

문제는 무슨 업종으로 할 것인가인데, 앞서 소개한 40대의 소비행태를 다시 눈여겨보면 그곳에 해답이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2015년도 중위연령은 41.2세. 수적으로도 880만명으로 10세 이하(457만명)의 두 배에 가깝다. 따라서 40대를 목표 고객으로 하는 업종을 선택하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육아 경험자가 아이의 심리를 더 잘 알듯이 40대는 40대가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에도 유리하다.

만일 자영업이 체질에 안 맞는다면 그간의 인맥과 커리어를 살려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 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지속 가능하고 이타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정부의 다양한 정책자금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서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더불어 동행하는 큰 가치를 나눔으로써 만족도가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SNS에서 회자되는 말 가운데 공감 가는 내용이 있어 여기 옮겨본다. ‘20대는 정답이 있는 세상에서 살고, 30대는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산다. 반면에 40대는 정답을 만들어가면서 세상을 산다.’ 2017년 새해에는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가는 40대의 지혜가 작동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