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건강 관리 앱들이 쏟아지고 있다. 헬스케어는 세계의 고령화 추세에 힘입어 미래 먹거리로 꼽히곤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자가진단하고, 또 의료진이 모니터링하면서 실시간으로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헬스가 언급된다. 궁극적으로는 치료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까지는 예방이나 관리 목적이 더 크다.

스마트 헬스에서 핵심은 ‘자가 진단’과 ‘데이터’다. 사용자가 스스로 진단하고 데이터를 기록해서 쌓여야 제2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한 헬스케어 전시회에서는 혈당체크 기기부터 앱 서비스까지 다양한 업체가 있었지만, 사용자의 데이터가 상용화 가능할 정도로 수집됐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곳은 아이를 가진 엄마들을 위한 앱 서비스 제공 업체 하나뿐이었다. 반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업체 관계자는 데이터 누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령화 시대에 필수 산업으로 꼽히는 헬스케어인데, 왜 정작 고령층에서는 데이터 누적이 잘 되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 헬스케어는 고령 친화적이지 않다. 기기 사용법이 복잡하고,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사실 무용지물인 셈이다. 사용자가 기기를 쓸 때 불편함을 느껴 자주 쓰지 않는다면 의미를 도출해낼 만한 데이터 누적도 잘 되지 않는다.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국내 헬스케어 산업은 뒤처진 부분이 많다. 기술력은 최고라고 하는데 산업 성장은 더디다. 헬스케어 업체들은 국내에 산업 관련 컨트롤타워가 없고 정책 체계가 미흡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지난 1955년부터 관련 시범 사업들을 진행했지만 상업화로 이어진 것은 많지 않았다.

스마트 헬스는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사용자와, 그렇지 않은 사용자로 나눌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원격 진료가 크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로 의료 접근성이 너무 높아서라고 하는데, 도심이야 그렇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병원까지 가는 데 너무 먼 지역이 많다. 그렇다면 지역별 병원 접근성에 따른 서비스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한 헬스케어 전문가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사용자에 얼마나 적합하게 설계됐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헬스케어는 ‘자가 진단’이 핵심이다. 사용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헬스케어 서비스는 누구를 위해 설계되고 있는 걸까. 잠시 멈추어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