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플랫폼(Platform)은 흔히 IoT 미들웨어라고 불리며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기기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운용체제라고 할 수 있다. 같은 플랫폼에 속한다는 것은 인터넷에 연결된 장치를 구동하는 프로그램 언어가 같다는 의미로, 한 IoT 장치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전송 프로토콜을 사용해서 다른 IoT 장치로 연결되어 데이터 융합이 가능하다. IoT 플랫폼은 센서들을 서로 연결해주고, 센서들이 쏟아내는 데이터 다발에 내포된 의미들을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따라서 사물인터넷 시대의 주인공이 되려면 이 플랫폼을 선점해야 한다. 통신사들은 자사의 스마트폰에 다른 IoT 기기들을 연결해 통합 제어하려는 구상을 펼치고 있고, 가전기기 제작사들은 자사의 기기들을 중심으로 다른 IoT 기기들과 연결하려는 시도를 계속 해오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이 각자 독자적인 사물인터넷망을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가전사는 스마트 TV를 중심으로 기기를 통합하려 시도했다. 구글은 네스트(Nest)를 합병해 실내온도 조절기를 이용해서 가전기기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한 적도 있다.

 

가정용 IoT 플랫폼

IoT 플랫폼을 통해서 기기의 작동을 제어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플랫폼에 장치의 IP 주소를 입력하고 데이터 입출력 명령을 삽입하고 장치 사용자명과 암호를 설정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일명, 작동 시간, 장치의 작동 명령어를 지정해주기도 한다. 리눅스 계통의 프로그램 언어인 파이선(Python)으로 만든 IoT 플랫폼인 ‘홈 어시스턴트(Home Assistant)’를 예로 들면, 현재 연결할 수 있는 컴포넌트의 수가 483종 정도 된다.

작동 기능에는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은 기본이고 경보 작동, 장치 자동화, 일정 관리, 카메라 작동, 날씨 및 온도조절, 문이나 뚜껑 조작, 센서 작동, 임의 동작, 다운로딩, 에너지 통제, 팬 작동, 계좌 관리, 건강 체크, 이력 관리, 허브(Hub) 운영, 조명 관리, 문 열쇠 관리, 미디어 작동, 알림 관리, 인기척 감시, 원격 관리, 외부조명 관리, 센서 측정량 관리, 근접위치 추적, 시스템 상황 관리, 설비 관리, 물류 관리, 음성 감지, 기타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제어 가능한 형태로 바꾸어 사물인터넷 망에 접속시킬 수 있다. 이런 IoT 플랫폼은 기기들의 작동을 통합제어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아마존(Amazon)은 가정용 스마트 스피커 ‘에코(Echo)’를 개발해 IoT 플랫폼으로 삼고자 했다. 집안의 모든 가전기기를 스피커에 등록하면 스피커를 통해서 사용자가 음성 명령으로 가전기기들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삽입했다. ‘에코’에 내장된 인공지능 ‘알렉사(Alexa)’는 자연어 대화를 통해 IoT 기기들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살아 있는 정보를 함께 제공해주는 스마트 비서 역할도 한다.

음성 명령에 따라서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일정 관리를 해주고, 날씨를 알려주고, 교통상황, 실시간 뉴스를 제공하는 등 스마트폰이 아니면 제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던 서비스를 스피커가 제공해주는 묘수를 생각해냈다. ‘알렉사’는 아마존 클라우드인 AWS에서 작동되므로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음성 명령들을 학습하는 효과가 있고,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대화 능력이 향상되고 인터넷 검색 기능 역시 향상되고 있다.

아마존이 고안해낸 대화형 IoT 플랫폼에 기기를 연결하면 그 기기에서도 대화형 접속 기능이 가능해지므로 다양한 분야의 기기들이 앞다투어 플랫폼에 들어오고 있다. 기존 비즈니스 서비스를 바로 대화형 음성지원 서비스로 바꿔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자 제휴사들이 앞다투어 자사의 비즈니스를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화하고 있다. 제휴사들은 아마존 웹서비스를 활용해서 데이터 저장, 데이터 분석, 메시징, 기기통합 등 매우 복잡한 기능들도 쉽고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므로 아마존 ‘에코’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아주 짧은 시간에 ‘에코’는 커다란 개발자 커뮤니티를 구축해냈다.

 

대화형 홈 어시스턴트가 대세

아마존의 ‘에코’ 전략이 성공하자 구글은 서둘러 ‘구글 홈(Home)’을 개발해서 시판하기 시작했다. 물론 ‘구글 홈’도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라는 인공지능 비서를 채택해 학습기능을 강화했다. 아마존 ‘알렉사’와 차별화된 장점은 사용자가 틀을 벗어난 명령을 내리더라도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 명령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능이 강화된 것이다. 기존의 구글 ‘나우(Now)’보다 진화된 형태의 대화형 인공지능비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홈’의 특징은 강력한 검색 기능에 있다. 구글이 제공하던 다양한 서비스 즉 일정 관리, 번역, 뉴스, 방송, 음악, 영상, 교통, 쇼핑, 상식 등 정보 제공이 모두 가능하며 각종 스마트 홈 기기의 제어 역시 모두 가능하다. 플랫폼에 전자기기를 등록할 때 명칭을 지정하지만 실제 작동 명령을 내릴 때는 기기 명칭을 비슷하게 대도 인공지능이 알아서 구분하는 유연성이 있다.

단점은 아마존 에코에 비해 제3자 서비스 망을 아직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 망에 안주한다는 측면에서 아마존 ‘에코’에 비해 확장성이 낮다. 다만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을 외부기기나 비즈니스가 활용하도록 플랫폼을 개방하면 빠른 속도로 IoT 플랫폼 기능을 구축할 수도 있다. 애플이나 삼성도 스마트 스피커를 곧 개발할 것이라는 풍문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아마존의 ‘에코’ 전략이 다른 기술경쟁사들에게 매우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중국에선 인터넷 유통망을 운영하고 있는 딩동(DingDong, 叮咚)이 iFlytek의 중국어 음성 인식기술을 이용하고 제작사인 링롱(LingLong, 灵隆)과 합자해 아마존 ‘에코’와 같은 ‘딩동-A3’을 지난 11월부터 시판하고 있다. 음악을 연주하고 오디오 북을 읽어주며, 날씨와 뉴스를 검색해주고 일정 관리를 지원한다. 물론 가정에 설치된 전자장치들을 음성 명령으로 제어해주며 10여개 제3자 제휴사들의 서비스를 음성으로 서비스 중계도 해준다. 아마도 아마존과 협력해 중국의 사물인터넷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디어들은 평가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SK가 지능형 스피커 ‘누구(NuGu)’를 지난 9월부터 시판하고 있다.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은 멜론을 통한 음악 감상, 스마트 홈 원격제어, 폰 찾기, 알람, 일정 관리 정도이며 인터넷 검색 기능이나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아직 지원되지 않는다. 통신사가 개발한 제품이라 해당 통신사에 가입한 스마트폰의 앱을 활용하는 한계가 있다.

비즈니스용 IoT 플랫폼과 별도로 가정용 IoT 플랫폼에 흡수할 수 있는 서비스 분야는 스마트 오락, 스마트 홈 모니터링과 자동화, 스마트 계측, 디지털 건강, 커넥티드 카, 커넥티드 가전기기 등이다. 지금은 오락이나 홈오토메이션과 관련된 데이터의 비중이 높지만 앞으로 헬스케어 기기들이 발달하면 디지털 건강 분야의 데이터 비중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실제로 한 사람의 일생 동안 발생하는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 비중을 구분해보면 병원 진료에 참조하는 데이터는 0.4테라바이트이고 선천성 유전자 데이터가 6테라바이트인 반면, 후성유전에 영향을 미치는 일상생활을 점검하는 건강 관련 비정형 데이터는 1100테라바이트로 거의 대부분이라는 분석보고가 있다. 이런 건강 관련 비정형 데이터까지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면 헬스케어 산업은 엄청난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된다.

 

가정용 IoT 플랫폼을 슈퍼컴퓨터 급으로

최근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제4차 산업혁명이 헬스케어의 발전에 미치는 비중(45%)이 교육(11%), 금융(15%), 기반구조(14%), 에너지(15%) 등 다른 분야의 발전에 미치는 비중보다 월등히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헬스케어는 개인의 사생활에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건강 관련 데이터를 공용 클라우드에 직접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를 모두 공용 클라우드에 올리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너무도 방대한 데이터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센터의 운영규모를 물리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데이터가 발생하는 말단에 막강한 성능의 엣지(Edge) 또는 포그(Fog) 컴퓨터를 설치하고 중요한 데이터만 중앙에 설치된 공용 클라우드로 보내는 방안을 시스코(Cisco), 인텔(Intel), IBM, 휴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HPE) 등이 주장해왔다. 가정용 IoT 플랫폼이나 비즈니스용 IoT 플랫폼과 같이 사생활이나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데이터는 말단 컴퓨터에서 처리하는 엣지 클라우드 개념이 중요해지게 된다. 지금도 일부는 가능하겠지만 5G 통신이 가능해지면 비정형 데이터를 모두 가정용 IoT 플랫폼에 전송해 저장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용 IoT 플랫폼이 강력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추고 컴퓨팅 성능이 슈퍼컴퓨터 급으로 한층 더 강화되어야 한다.

최근 휴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는 기존의 프로세서 중심의 컴퓨터 구조에서 탈피해 데이터 중심의 프로세서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컴퓨터인 더머신(The Machine)의 시제품 가동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컴퓨터보다 실행 속도가 8000배나 빠른 슈퍼컴퓨터를 저가로 작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술은 무어의 법칙을 능가하는 컴퓨터 기술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고, 기존의 데이터 센터는 물론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까지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컴퓨터라면 모든 가정용 장치들과 가족들의 일상생활을 지능적으로 관장하는 가정용 IoT 플랫폼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현재 가정용 IoT 플랫폼으로 등장한 ‘에코’ 등 스피커형 인공지능 홈 어시스턴트는 미래형 엣지 클라우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