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혜 티웨이항공 국제선 사무장 / 출처 = 티웨이항공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한껏 고무된 얼굴이었다. ‘모델 포스’가 느껴졌지만 군데군데 인간미를 엿볼 수 있었다.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표정.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국내 대표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 승무원 교육실에서 만난 이지혜 국제선 사무장은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짓궂은 질문도 웃으며 받아칠 수 있는 내공을 갖추고 있었다.

수십분간 ‘달력’을 주제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갔다. 2017년 달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급기야 대화 도중 이를 수차례 넘겨보기까지 했다. 이 사무장의 달력 사랑. 이유가 있었다.

티웨이항공 승무원, 카메라 앞에 서다

이 사무장은 지난 2011년 5기 객실승무원으로 티웨이항공에 입사했다. 6년여간 국내외 곳곳을 누비다 현재 객실 승무원 훈련 교관 및 보안 훈련 담당 교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 그가 카메라 앞에 섰다. 2017년 새해를 맞아 ‘달력 모델’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 이지혜 티웨이항공 국제선 사무장 / 출처 = 티웨이항공

“회사를 대표해 달력 모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롭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달력의 판매 수익금은 어려운 소외 계층을 위해 기부하거든요. 뿌듯한 감정도 있었죠.” 이 사무장의 회상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두 차례 새해 달력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외부의 도움 없이 이를 제작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게 업체 측의 구상이다. 2016년 달력의 수익금 전액은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 전달됐다. 기부금은 겨울철 난방비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쓰였다.

“고민은 없었어요.” 따뜻한 취지의 활동에 선뜻 ‘재능 기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게 이 사무장의 설명이다. 다른 객실 승무원들도 뜻을 모아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유니폼 디자인을 다채롭게 변형해 패션 화보적인 성격을 높인 것이 이번 달력의 특징이다. 사진 촬영부터 제작까지 모두 직원들의 손을 거쳤다. 사진작가를 자처한 마케팅팀 직원은 꼬박 이틀을 봉사했다는 후문이다.

“새롭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어요. 3시간 정도 촬영을 했으려나?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네요. 재능 기부라는 게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이 사무장은 자신의 모습을 12월 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조용히 덧붙였다. 새해 달력을 기내에서 구매 가능하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 티웨이항공 달력 모습. 1월부터 12월까지 객실 승무원들의 ‘모델 재능 기부’를 통해 제작됐다. 수익금 전액은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 출처 = 티웨이항공

“뉴욕 노선 가른다” LCC의 미래 꿈꾸다

“처음 입사 당시에는 김포-제주 노선밖에 없었죠.” 이 사무장은 국내 LCC 시장의 ‘폭풍 성장’을 일선에서 경험한 산 증인이다. “입사 초반에만 해도 유니폼을 입고 다녀도 알아보시는 분이 많이 없었어요. 지금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기분이 좋아요.”

그는 티웨이항공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가족 같은 사내 분위기’를 꼽았다. “객실 승무원의 경우 멘토-멘티 제도를 철저하게 운영하고 있어요. 선후배 간 장벽을 낮추고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죠.” 이 사무장은 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많은 승무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내 이벤트팀(캘리그라피, 악기 연주, 성악 등)에 지원, 승객들의 편안한 비행에 일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끼가 넘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애사심을 숨기지 않았다. 6년 넘게 하늘길을 가르며 티웨이항공과 쌓은 ‘정(情)’이 느껴졌다. “사내에 ‘우리’라는 벽화그리기 봉사활동 모임이 있습니다. 미술에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삭막한 콘크리트 외벽에 따뜻한 그림을 그려주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죠. 달력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나누고 있어요.”

▲ 이지혜 티웨이항공 국제선 사무장 / 출처 = 티웨이항공

한창 회사 자랑을 이어가던 이 사무장은 갑작스러운 고백으로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개인적인 이유로 비행을 할 때는 타사 항공기를 이용한다는 것. 의아했다. 항공사 직원들은 자사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큰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직계가족은 물론 형제·자매까지 이를 적용할 정도로 복지가 훌륭하다.

“다른 승무원과 항공사의 서비스를 유심히 살펴요. 그들의 특징이나 장·단점을 잘 기억해뒀다가 동료들과 공유합니다.”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 티웨이항공이 운영하는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이 같은 경험을 한 직원들의 ‘건의사항’이 틈틈이 올라온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만든 게시판이 맡은 바 소명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면 대부분 단점만 보여요. 우리가 그만큼 잘하고 있으니까요”라며 익살스러운 농담을 덧붙였다.

이 사무장은 승무원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는 게 핵심이었다. “비행 일정·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감정 노동을 하다 보니 꾸준한 운동 등을 통해 체력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무작정 기내에 올랐다간 몸을 망치기 십상이거든요.” 그의 목소리에 진심이 묻어 나왔다.

▲ 이지혜 티웨이항공 국제선 사무장 / 출처 = 티웨이항공

여행을 좋아한다는 이 사무장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포부를 털어놨다. LCC들이 쾌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뉴욕 노선에 몸을 싣고 싶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회사와 개인이 함께 성장해나갔으면 해요. 티웨이항공 역시 고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이를 이웃들과 나누고 싶어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 달력 제작에도 꼭 재능 기부를 할 계획입니다.” 이 사무장과 티웨이항공이 함께 띄우는 꿈이 하늘 높이 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