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AI 식료품점 ‘아마존 고(Amazon Go)’로 쇼핑의 미래를 제시했다. 계산대가 없어 줄 서서 결제하는 과정을 생략한 식료품점이다.

아마존은 머신러닝·인공지능(AI)기술 등을 접목한 오프라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를 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서 문을 연 이 매장은 현재 아마존 직원에게만 개방해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정식 개장은 2017년 초로 예정돼있다.

아마존 고 이용법? 상품 골라 나오면 끝

아마존은 공식 홈페이지에 아마존 고 소개 영상과 FAQ를 공개했다. ‘아마존 고’는 체크아웃이 필요 없는 새로운 종류의 상점이라고 설명돼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매장 입구를 지날 때 마치 지하철 개찰구를 지날 때처럼 스마트폰에 로그인된 아마존 계정을 스캔하면 된다. 매장 내에서 원하는 상품을 집어 들면 자동으로 장바구니에 기록되며 상품을 제자리에 두면 장바구니 목록에서 제거된다. 상품이 진열된 선반에 센서가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계산을 위해서는 상품을 들고 그냥 매장 밖으로 나가면 된다. 매장을 나가는 동시에 결제가 되며 영수증은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애틀에 선보인 아마존 고는 약 50평 정도 규모다. 빵, 우유 같은 일반 식료품에서 숙련된 치즈, 현지 초콜릿 등까지 다양한 제품이 진열될 예정이다.
 
자율주행차와 같은 기술 적용 ‘저스트워크아웃기술’

아마존 고에 도입된 기술은 컴퓨터 시각화, 인식 센서, 딥러닝 기술 등을 융합한 ‘저스트워크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이다. 아마존 측은 자율주행차에 적용하는 기술과 같다고 설명했다. 저스트워크아웃 기술은 제품 진열대에서 상품을 꺼내거나 다시 놓아두는 행위를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다. 동시에 상품을 가상의 장바구니에 추가한다.

아마존 기술의 특허출원 움직임은 작년부터 포착됐다. 관련 내용을 IT 전문매체 레코드가 보도한 바 있다. 특허 출원 내용을 살펴보면, RFID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고객이 진열대에서 상품을 가져온 시점을 감지 한 다음 손에 들고 있는 장치에 데이터를 동기화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고객의 움직임을 바로 감지해 실시간 데이터가 전송되기 때문에 기존의 계산대가 필요 없어졌다.

▲ 출처=아마존

눈여겨볼 점은 아마존이 ‘고객 상품 구매 내역’이라는 빅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물건 고르는 시간, 구매패턴, 구매순서 등 더 자세하고 방대한 정보를 얻는 것 자체로 활용가치가 크다. 더 정확한 데이터 구축을 위해 시스템 내에서 자체 데이터 활용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고객이 물건을 집어 들 때 과거 구매 내역 데이터가 이용된다. 재고관리 시스템이 방금 고객이 고른 물건이 케챱병인지 겨자병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을 경우, 과거 구매 내역을 통해 이를 유추하는 방식이다. 만약 과거에 케챱병을 주로 고른 고객이라면 케챱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원리다.

아마존은 “4년 전부터 계산대 없이 줄을 서지 않고 쇼핑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며 “컴퓨터 시각화와 머신 러닝의 발전이 우리의 꿈을 실현해 줬다”고 설명했다.

물건을 그냥 들고 나가는 계산 방법은 편리한 만큼 보안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계산대도 계산원도 심지어 셀프 체크아웃 기계도 없는 대신 많은 카메라가 고객을 지켜보고 있다. IT 전문매체 더 버지는 “아마존 계정에 안면 인식 기술을 매칭시켜 절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오프라인 식료품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여기서 ‘오프라인’과 ‘식료품’ 두 가지 키워드 모두 중요하다.

동네 서점 노리는 공룡 아마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아마존은 다가오는 O2O 시대를 앞장서 준비하기 위해 오프라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번이 첫 번째 오프라인 사업은 아니다. 이미 시애틀, 샌디에이고, 포틀랜드에 아마존 북스토어를 오픈한 바 있다. 특이한 점은 그동안 수많은 오프라인 서점을 문 닫게 했던 아마존이 오프라인 사업에 뛰어든다는 점이다. 보통은 기존에 운영하던 오프라인 사업에 온라인 서비스를 도입하는 형태가 많은데, 이와 반대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온라인 커머스 기업이 오프라인 사업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 아마존 북스토어. 출처=아마존

지난해 아마존은 시가총액이 월마트를 넘어서며 유통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온라인 유통이 오프라인을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넘어섰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라고 평가받는 일은 점차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O2O 서비스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현재 ‘공룡이 동네 서점을 노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오프라인 서점을 400개까지 늘릴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식료품’에서 발견한 O2O 사업 기회

아마존은 ‘식료품’의 특징을 잘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많이 구입한다. 또 신선도와 유통기한 때문에 적은 양을 자주 구입해야 한다. 모건스탠리리서치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식료품 지출 비용은 총 지출액의 20%나 되지만 식료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비중은 전체 거래의 2%에 그쳤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식료품 매출규모는 지난해보다 2배 많은 420억 달러(약 47조 2000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기준 신선식품 시장은 700조 원이 넘는다.

오프라인 신선식품 매장 아마존 고가 그냥 등장한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이미 2007년부터 신선식품에 사업에 진출했다. 연회비 299달러(약 33만원)를 낸 고객에게 정해진 시간 내에 식료품을 당일 배송해주는 ‘프레쉬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연회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논란이 거세져 연회비 99달러·월 이용료 15달러로 낮춰 서비스하고 있다. 아마존고는 신선도, 유통기한, 소량 구매 등 식료품 판매 시의 애로사항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부분 소비자가 퇴근길 식료품을 구매한다는 점에서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 전략은 월마트와 같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맞서 시장 경쟁력을 키워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오프라인 강자 월마트 역시 최근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면서 주문한 물건을 바로 가져갈 수 있는 ‘픽업 매장’을 늘리고 있다.

첫 번째 카드 ‘아마존 고’, 남은 두 카드는?

아마존은 쇼핑의 미래를 제시하며 세 가지 카드를 보여줄 생각이다. 아마존 고는 그 중 첫 번째다. WSJ은 “아마존이 ‘아마존 고’를 포함한 여러 형태의 식품매장을 2000개 이상 열 계획”이라며 “아마존 고는 온라인 소매 업체가 탐구하는 최소한 세 가지 형식 중 하나일 뿐”이라고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마존이 준비 중인 또 다른 미래형 매장의 형태는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물건을 받아가는 ‘픽업’ 방식이다. 그중 하나는 일반 식료품을 팔 예정이고 다른 하나는 달걀처럼 반복구매가 발생하는 전체 식료품 중 20%의 품목만 갖춘 마트다. 모두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방식으로 시범 서비스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미래형 매장을 제시하며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줄 설 필요 없는 스마트한 아마존 고, 온라인에서 미리 주문하고 물건을 픽업하기만 하면 되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 신선식품에 특화된 픽업 매장, 더 나아가 아마존 알렉사, 아마존 프라임 등 다양한 서비스들까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이 그리는 거대한 생태계 전략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