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현대자동차

충무로에서는 매번 영화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인기 배우들에게 ‘흥행보증수표’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도 나왔다 하면 대박을 치는 차량들이 있다. ‘국민차’ 쏘나타, 엔트리카의 기준 아반떼 등이 그렇다. 프리미엄 세단의 대명사 그랜저의 이름도 빼놓기 힘들다.

현대차 그랜저가 6세대 모델로 새롭게 돌아왔다. ‘왕의 귀환’이었다. 가장 큰 특징은 그랜저가 젊어졌다는 점이다. 차분하고 안락한 자동차라는 이미지 대신 역동적인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옷을 입고 나왔다. 내·외관 이미지는 과감할 만큼 세련미를 추구했다. 이유가 있었다.

‘동안 크림’ 바른 그랜저

현대차 신형 그랜저를 시승했다. 신차의 가장 큰 특징은 외관의 변화다. 파격적으로 얼굴을 고쳤다. 앞서 HG가 보여줬던 수준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면부 대형 캐스캐이딩 그릴과 가로 라인의 LED 주간주행등이 눈에 띈다. 고집스러운 듯 강인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볼륨감 넘치는 후드와 만나 여성스러운 분위기도 풍긴다. 차체가 약간 낮아진 느낌인데,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위치가 하향 조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측면부 라인이 꽤나 깔끔하게 잘 뻗었다. 루프라인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지는 곡선이 인상적이다. 휀더 부분에 볼륨감을 넣은 것도 작은 디자인 포인트다. 리어 콤비 램프는 좌우를 가로지르는 크롬 가니쉬와 어울려 젊은 감각을 뽐낸다. K7 등과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최근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전장 4930㎜, 전폭 1865㎜, 전고 1470㎜, 축거 2845㎜의 크기를 지녔다. 이전 모델보다 전장과 전폭을 각각 10㎜, 5㎜ 늘렸다. 차체가 길지만 특유의 ‘라인’을 잘 살려 둔해 보이는 느낌은 없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실내 디자인은 무난하다. 고급 소재를 적당히 적용하고 곳곳에 적재 공간을 마련해 활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디스플레이 화면의 시안성은 상당하다. 인체공학적 설계를 통해 운전 중 전방 시야에 방해를 거의 받지 않고 내비게이션 화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시보드까지 라인을 깔끔하게 가져가다 보니 아날로그 시계의 위치는 다소 애매하다. 이를 두고 포인트 역할을 해줘 만족스럽다는 목소리와 실내 이미지를 망친다는 상반된 의견이 엇갈렸다. 분명 호불호가 갈릴 요소다. 기자 역시 만족스럽지는 않았으나 없애버리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동안 크림’을 바르고 나온 그랜저의 전략을 주효했다. 사전 계약 고객 중 절반가량이 30~40대였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꽤나 젊다는 평가를 받았던 HG보다도 7% 높은 수치다.

“이렇게 조용해도 되나”

그랜저 3.0 모델은 V6 람다2 개선형 가솔린 엔진을 품고 있다. 6400rpm에서 266마력, 5300rpm에서 31.4㎏·m의 힘을 낸다. 앞서 K7에 장착된 바 있는 전륜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연비는 19인치 기준 9.9㎞/ℓ를 기록했다.

▲ 출처 = 현대자동차

기대 이상의 정숙성을 보여줬다. 주행 중은 물론 정차 상태에서도 공회전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스티어링 휠에 진동이 크게 전달되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가혹한 수준의 고속 주행에서도 수준급의 소음·진동을 차단 능력을 보여줬다.

달리기 능력도 젊어졌다는 평가다. 안정감보다는 직결감에 크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K7 대비 엔진 회전 영역을 보다 폭넓게 사용하고 기어 변속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보다 탄탄해진 하체를 통해 속도감을 살린 것도 특징이다. 고속 주행에서 속도감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안정적이다.

▲ 출처 = 현대자동차

첨단 안전사양을 모은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도 유용해 보인다. 주행 조향을 직·간접적으로 보조해주는 LKAS 시스템과 수준급의 센서 능력을 보여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인상적이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제네시스 차량에 적용되는 모든 안전 시스템이 신형 그랜저에도 적용됐다.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후방 카메라 화면을 보여주는 기능은 최초로 탑재됐다. 초보 운전자에게 유용한 기능으로 보였지만 방향지시등과의 연계 등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랜저’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자동차라는 총평이다. 제네시스 차량과의 차별화를 위해 억지로 젊은 감각을 입었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그랜저는 높아진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감히 ‘동안 크림’을 발랐다.

▲ 출처 = 현대자동차

가격은 가솔린 2.4 모델이 3055만~3375만원, 3.0 모델이 3550만~3870만원, 디젤 모델이 3355만~3675만원, LPi 3.0 모델이 2620만~329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