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정치리더십 공백속에 국방부가 무리수를 두며 체결했던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의 여파가 한중 경제교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악영향을 걱정하는 경제부처의 위기감이 외교안보라인에 전달될 통로마저 사실상 마비된 정책조율 공백 상황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정부와 대중 수출업체 등에 따르면 사드(THAAD) 배치 결정이후 다소 누그러졌던 중국 정부의 냉한(冷韓) 기류가 한일군사비밀보호 협정 체결이후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현지법인들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당하고, 한류스타들의 중국 내 방송활동을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이 퍼지는 등 중국 냉기류의 직접적인 배경이 사드 보다는 한일군사기밀보호협정 탓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사드 이슈보다는 한일군사비밀보호 협정 체결이 최근 냉기류의 결정적인 배경이라는 얘기를 대중(對中) 수출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듣고 있어, 정확한 사실을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사드는 중국 정부가 묵인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최근 급선회한 태도는 예상치 못한 것“이라고 당혹함을 드러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취하긴 했지만,  사드 레이더의 위협을 크게 중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의 종말단계 레이더 탐지범위가 600~800km 수준에 불과하고, 이는 현재 국군이 운용하고 있는 그린파인레이더의 탐지범위 800~1000km내이기 때문에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한일군사비밀보호 협정은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새롭고, 심각한 차원의 문제라는 것.

이 관계자는 “중국내에서 일본은 `가상의 적국`”이라며 “ 때문에 이번 협정은 한국 군이 수집하는 중국 군사정보가 곧바로 일본에게 넘어가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지난달 23일 한일 협정 체결이후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양유준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동북아에서 새 불안요인을 추가하는 것이며, `냉전의 조짐`을 보인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일 군사기밀보호협정은 한국과 일본이 2급이하 군사기밀을 미국을 거치지 않고 한일 양국이 직접 공유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 정부 인사들과 가까운 한국측 기업인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에 거부감이 매우 크다는 것은 중국 정부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가상 적국에 자국 군사정보를 한국이 직접 넘겨주는 협정을 맺은데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뒷받침했다.

연간 1000억원대 제품을 수출을 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체 대표도 “당국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주진 않았지만, 협정 체결이후 세관 통관이 계속 지연되는 등 뭔가 은밀한 지침이 내려온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더 심각한 것은, 최근 최순실사태이후 정부 리더십 공백으로 이같은 경제적 악영향의 우려가 정부 외교안보라인 간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가뜩이나 약했던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이 새 부총리 내정 발표이후 더 약화된 데다, 국무회의 등 현안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마저 마비돼 우려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사실상 막혔다”고 말했다.

한일군사비밀보호 협정이후 중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대중 비즈니스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