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동보다는 수유리라는 명칭이 더 익숙한 것은 우리의 감성과 연결된 도시의 옛 숨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하철 4호선으로 연결되는 수유역 상권은 핫하고 정적인 두 가지 모습을 가진 곳이다.

수유역은 2015년 승하차 기준 일평균 9만2301명의 4호선 최고 이용자 수를 자랑하며, 이는 같은 해 1호선 종각역 일일 승하차 이용객인 9만857명보다 많은 숫자다. 지리학적으론 평탄한 개활지에 속하지만 상권 특성은 전형적인 항아리 상권처럼 고객들이 흩어지지 않는다. 수유역 일대는 통과 유동인구가 아닌 최종 소비지 상권으로 상당히 넓은 범위의 고객층 유입이 발생하는 곳이다. 현장 답사 시 ‘수유리 먹자골목’과 ‘수유역 먹자골목’을 구분하는 것이 상권분석에 효율적이다.

수유역 주변은 나 홀로 가구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20~30대 혼삶족들이 선호하는 서울 내 거주지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지역에 수유역이 포함됐다는 것은 상권을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인근에 덕성여대, 성신여대 미아캠퍼스 등 상권에 영향을 미치는 고정 수요층이 존재한다.

 

올드하고 정적인 수유리 먹자골목

8번 출구에서 강북구청사거리를 건너 시작되는 ‘수유리 먹자골목’은 한천로 140길을 말한다. 40대 이상의 고객을 주 타깃으로 하는 고깃집, 횟집, 찌개 등의 메뉴를 앞세운 수유리 구(舊)상권중심지다. 현지 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거래된 전용 66㎡ 점포는 보증금 3000만원에 권리금 7000만원, 월세 170만원이다.

과거에 비해 먹자골목을 찾는 수요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활성화된 상권이다. 아쉬운 점은 우이교 옆 메가박스로 유입되는 젊은 고객들이 먹자골목상권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약하고, 우이천 너머 쌍문동과 창동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과 연결을 부드럽게 해줄 고리 역시 부족하다는 점이다.

상당한 규모의 골목상권임에도 주변의 소비층을 흡수하는 한방이 부족하다. 먹자골목 방문쿠폰 발행이나 특화된 메뉴를 조성하는 등의 자구 노력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수유역 먹자골목’ 상권에 밀려 쇠락할 가능성도 있다. 천호동 주꾸미골목의 성공을 참조한다면 기존 상권의 인지력에 더해진 상승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수유역 2번 출구

한천로 144길 강북종합시장길에선 재래시장 분위기와 조화되는 ‘태국식 볶음밥’, 부산 깡통시장의 ‘비빔당면’ 같이 호기심을 끄는 메뉴들의 입점이 성공 가능성 있다. 시장길 끝 수유교로 이어진 쌍문동 주민들을 유입하면서 수유리 먹자골목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상권 확장이 바람직하다.

한국관나이트클럽에서 우이교 앞 메가박스까지 도봉로 대로변은 의류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는데 수유역에서 좀 떨어진 데다 수유리 먹자골목 상권의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헌팅술집 거리로 뜬 수유역 먹자골목

수유역 7번 출구를 기점으로 발전한 수유역 먹자골목은 일명 헌팅클럽·헌팅술집이라는 특별한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곳으로, 주말이면 젊은 남녀들로 거리가 가득 메워진다. 그렇다고 젊은이들만의 공간도 아닌 이유는, 등산복 차림의 기성세대들도 상당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북구청 앞 한천로139길 용우동사거리에서 도봉로87길이 중심상권 골목이고 노해로8길 등으로 상권이 연결된다. 용우동사거리가 수유역 상권의 중심이다. 상권 1층 66㎡ 기준 보증금 1억, 월세 500만원, 권리금 1억5000만원 선이다. 헌팅상권답게 주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노래방의 숫자도 다른 상권에 비해 높은 점유율을 보여준다.

창업 도전자는 상권 특성에 맞는 아이템을 분명하게 정해야 하는 곳이다. 현재는 일본식 주점이 상권의 핵심 테마로 작용 중인데 좀 더 다양한 메뉴의 접근도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 수유역 상권은 상권 내 각각의 건물이 독립적인 테마 형식으로 발전하는 기획형 매장 구성이 먹힌다. 단일 건물 하나 혹은 두 개를 묶어 일본식 주점 테마 외 다른 특색을 콘셉트로 한 상권 공략을 추천한다.

소규모 자영업이라면 젊은 층의 높은 비율에 맞춰 메인골목 안쪽에 헤어살롱, 네일아트, 타투전문점 창업도 유망하다. 상권 구성에서 의외로 컵밥 같은 간편식 전문점도 괜찮은 곳인데 마땅한 입지를 찾으려면 발품이 필요하다.

 

 

강북경찰서 방향 2번 출구

수유역 7번 출구가 주말을 중심으로 고객 집객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지만, 2번 출구 쪽은 주중 주말 균형적인 고객 분포를 보여준다. 최근 거래 기준 1층 66㎡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50만원, 권리금 7000원이다.

1번, 2번 출구 구간에 맥도날드, 스타벅스, 올리브영, 볼링장, 교보문고, 알라딘 중고서점, 던킨도너츠 등의 익숙한 브랜드들이 집결해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수유역 먹자골목 네온의 화려함이 아닌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의 모습을 보여준다.

속칭 브랜드 상가들은 수유역을 중심으로 도봉로 대로변에 고르게 분포돼 있고 대부분 활성화된 상가들이다. 대각선 방향 5번 출구 쪽에 국내 최대 규모 다이소가 들어와 있고 다른 브랜드들도 성업 중이다. 수유역 일대는 대로변과 이면도로 모두 상권이 활성화된 곳이다.

맥도날드 옆 골목 오패산로 강북경찰서 사이에 커피 전문점 등의 점포들이 들어서 있는데 관심 지역으로 분류된다. 건너편 먹자골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주말 주중 모두 안정적인 매출이 기대되는 곳이다.

 

주변 개발과 상권 변동성

수유사거리에 롯데시네마 등이 입점하는 대형쇼핑몰이 들어서고 있어 기존에 운영 중인 우이천 옆 메가박스와 더불어 수유역 상권의 고객 집객력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재 강북종합시장 재건축이 주상복합계획으로 진행 중이며, 사업 완공 시 기존 강북종합시장과 수유리 먹자골목까지 연결된 스트리트형 상권이 조성될 여지도 예상된다.

신설동에서 우이동까지 연결되는 ‘우이선’ 경전철이 2017년 7월 개통되면 상권지형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고, 기존 4호선 수유역과 우이선 골목구간으로 상권이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수유역 상권은 신설되는 우이선 경전철과 창동권 도시재생사업이 악재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우이천으로 구분된 쌍문동과 창동의 기존 대규모 주거단지 배후인구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지역 차원의 국소적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우이선 경전철 - 신설동에서 우이동까지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총연장 11.4㎞ 경전철로 13개 정거장으로 계획됐다. 기존 성신여대입구역(4호선), 보문역(6호선), 신설동역(1, 2호선)과 환승 연결되며 2017년 7월 개통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