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체구의 40대 남성이 진료실에 들어왔는데 토끼 눈처럼 붉게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역시나 그는 오후만 되면 눈이 충혈되고 통증도 있으며 눈이 뻑뻑하고 눈의 피로를 느낀다는 증상과 함께, 머리가 잘 아프며 몸에 열이 많아서 땀을 많이 흘린다는 증상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안과병원에서 안구건조증 진단을 받고 수개월간 치료했으나 호전되지 않아 한방 진료를 위해 내원한 것이다. 상기 증상으로 일단 간열증으로 추정 진단하고 영상촬영 및 검사를 시행한 결과, 간열증을 확진하고 간의 열을 끄는 침과 한약을 처방했다.

간에 열이 많이 차 있어 제반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더니 “제 간에 열이 있다고요?”라며 다소 놀란 모습을 보였다. 환자는 간에 큰 병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의학에서의 간과 간열증에 대해 설명하자 곧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 결국 그 환자는 진료절차에 따라 약 1개월간 치료 후 눈 충혈을 포함한 제반증상들이 호전되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은 양방 내과에서 다루는 간을 포함한 포괄적 개념의 장기이다. 한의학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황제내경>에 ‘간은 눈(目)에 개규한다’, ‘간의 기는 눈(目)에 통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즉 간의 생리, 병리 현상이 눈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래서 상기 환자의 경우 눈이 충혈된 것을 보고 간열증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환자의 경우 사상체질병증으로는 태음인 열증에 해당되며 음식물의 소화 흡수 기능은 발달했으나 찌꺼기를 배설하고 순환시키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러면 몸 안에는 나가야 할 찌꺼기들이 자꾸 쌓이게 되고 나쁜 열이 쌓이게 된다. 그래서 몸에 열이 많게 되고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은 땀으로 열을 배출하는 것이다.

또한 열을 식히기 위해 찬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땀이나 갈증은 몸이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현상인 것이다. 이렇게 몸 안에 쌓여가는 찌꺼기 중 저밀도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은 피를 탁하게 만들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동맥경화는 더 나아가 심장병, 중풍과 같은 성인병을 유발하게 된다.

열태음인(태음인 열증 소견을 가진 사람)의 경우 대부분 항상 몸에 열이 많아 ‘땀을 비 오듯 흘린다’고 호소하며 얼굴은 붉고 입 냄새도 심한 편이다. 뒷목이 뻐근하게 당긴다는 표현을 자주 하고 만성두통이나 어지럼증, 목‧어깨 결림, 손발 저림 혹은 변비, 성욕 감퇴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또한 음주(과음) 후 숙취가 오래 가고 피곤함을 많이 느끼며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만성피로에 찌든 듯한 느낌이 있다. 특히 열태음인의 경우 과로와 무절제한 음주, 과식 습관으로 간열증을 조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태음인의 체형, 성격, 호발 질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체로 골격이 큰 몸으로 뼈대 자체가 굵어서 실제보다 커 보이며, 허리와 복부가 발달하여 서 있는 자세가 굳건하고 안정감 있어 보이나 목덜미의 기세가 약하다. 성격은 마음이 너그러우며 일을 꾸준히 추진하며 자기 의사 표현을 잘 하지 않아 속에 능구렁이가 들어 있다는 소리를 잘 듣는다. 태음인은 태생적으로 간대폐소(肝大肺小)라 간 기능은 튼튼하지만 폐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저하되는 현상을 나타내는 바, 잘 걸리는 질병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중풍 등의 성인병이다. 감기가 잘 들며 기관지염, 천식과 같은 호흡기질환과 피부질환, 대장질환이 잘 발생할 수 있다. 참고로 태음인은 땀이 잘 나올 때 건강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소변과 대변의 소통이 잘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겨울에는 손과 발을 따스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