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매니저 김수(金數)는 눈을 뜨면 ‘2% 부족할 때’를 마십니다. 아침 조갈증을 풀어주는 데는 이 음료가 최고랍니다. 가볍게 ‘2080’으로 양치를 하고, 롤업 청바지에 재킷을 걸치고 ‘샤넬 No.5’로 가볍게 마무리를 하면 출근 준비 완료입니다.

아침식사는 보통 회사 앞 ‘세븐일레븐(7-Eleven)’에서 김밥이나 가벼운 즉석식품을 먹곤 합니다. 오늘 오전에는 오후 일정으로 새로 영입한 클라이언트 ‘제로투세븐(0to7)’과 미팅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미팅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배스킨라빈스31’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동료들과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나른한 오후엔 달달한 아이스크림만한 간식은 없겠죠.

퇴근 무렵, ‘예스24’에 접속해 야심차게 준비한 2017년 독서 목표 달성을 위해 책을 주문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예전 직장 선배들과 송년모임이 있었습니다. 오늘 모임은 골프 애호가 선배가 지난주 골프장에서 받은 선물이라고 자랑하며 ‘1865’ 와인 한 병을 꺼냈습니다. 와인이 오고 가고, 소주도 오고 가니 모두 거나하게 취했습니다. 마칠 무렵, 제일 나이가 많은 선배가 송년 건배사를 했습니다. 자, ‘9988 1234~’, 모두 그러자고 제창하며 마쳤습니다. 오늘도 귀갓길에 ‘여명808’을 마시며 내일의 태양을 기약했습니다.

가상 스토리입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에는 숫자가 담긴 브랜드 네임이 많습니다. 이런 브랜드 네임에는 반드시 숫자에 브랜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브랜드 특성, 브랜드 미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담긴 브랜드 스토리죠.

롯데칠성의 ‘2% 부족할 때’는 우리 몸 속에 수분이 2% 부족할 때 마시는 음료의 의미로 시작하여, 무언가 부족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표현이 되었습니다. 애경의 ‘2080’은 20개의 치아를 80대까지 보존하자는 의미죠. 샤넬의 향수 ‘샤넬 No.5’는 조금 다른 스토리가 있습니다. 코코 샤넬은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에게 꽃을 추상화한 향수를 개발하게 했는데, 개발된 시제품 중에서 코코 샤넬은 ‘No.5’라고 적힌 시제품을 선택했고 그 시제품 번호를 그대로 브랜드 네임으로 정하여 지금의 ‘샤넬 No.5’가 되었습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설립 당시 다른 소매상점과 달리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비교적 긴 영업시간을 원칙을 담았고, 매일유업이 설립한 ‘제로투세븐’은 0세부터 7세까지 육아전문기업을 뜻합니다. ‘배스킨라빈스31’은 한 달 동안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겠다는 의미의 31일이고요, ‘예스24’ 역시 24시간, 하루, 나의 삶, 생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독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와인 ‘1865’에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한국 골프 애호가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이유는 한국의 와인판매사가 ‘18홀을 65타에 치자’는 행운의 스토리가 담았기 때문이죠. 또 송년회 부장님 건배사 ‘9988 1234~’는 ‘99세까지 88하게 살고 하루 이틀 앓다가 3일째 죽자’라는 재미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명808’은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807번 실패하고 808번째 성공해서 만든 제품이라는 개발 스토리가 있습니다.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이렇게 숫자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숫자 활용 스토리텔링의 장점 첫 번째는 강한 전달력입니다. 숫자나 기호는 다른 문자와 함께 있을 때 눈에 띄기 쉽고,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합니다.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에피소드나 탄생 스토리를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소비자에게 궁금증을 줍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네임에 있는 숫자를 보면 대부분 ‘어, 이 숫자를 왜 썼지’ 하고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스토리 개발에 고민 중인 마케터라면 이것저것 여러 가지 숫자를 한 번 찾아보기 권합니다. 가수 ‘세븐’의 이름 탄생 스토리는 세븐이 데뷔 무렵 이름을 고민 중에 설렁탕집에서 눈에 띈 깍두기 개수가 일곱 개라서 세븐이었다고 하니까요.

▲ 숫자에 스토리를 담은 제품들. 사진 촬영 : 김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