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월초부터 이어진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중단,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8.25 가계부채 대책 후속조치’ 발표 등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거래는 줄고 가격도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100주만에 처음으로 하락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지난달 15일 이후 HUG의 분양보증심사가 재개되면서 일정이 지연됐던 단지들이 견본주택 문을 열고 청약신청을 받고 있다. 이들 하반기 유망단지들은 예상보다 강한 규제와 관망세가 주를 이루는 시장 상황으로 인해 분양 성적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정부의 규제 정책의 주타깃이 된 강남 재건축 아파트 한 곳이 분양을 앞두고 견본주택을 열었다. 삼성물산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52번지 일대 한신 18ㆍ24차 통합 재건축 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가 그 주인공이다.

개관일인 2일 송파구에 위치한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견본주택을 찾았다. 견본주택이 차려진 송파 래미안 갤러리 밖은 흡사 개관 전처럼 썰렁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내부에 들어와도 예전과 같은 인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델하우스 안내 데스크에서는 내방객을 30명씩 다른 자리에 대기하게 했다가 견본주택이 위치한 2층으로 이동시켜 혼란을 막았다고 하지만 대기인원은 많지 않았다.

2층 견본주택에도 내방객은 많지 않았다. 몇 달 전만해도 서울 시내 대부분의 모델하우스는 출입구, 견본 유닛, 청약 상담 접수처, 내부 이벤트 부스 모두 발디딜 틈 없이 길게 줄을 섰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삼성물산은 전용84㎡A 한 개 유닛을 만들어 내놨다. 출입문에는 안면인식 출입 시스템을 설치해 첨단 보안 장비를 자랑했다. 현관에서 바로 보이는 침실1은 래미안 아파트 특유의 슬라이딩 도어를 이용해 가족서재형으로 꾸몄다. 각 세대에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 2개소와 세대 창고가 무상 제공되고 독일 명품 주방가구인 ‘노빌리아’ 제품과 독일욕실 브랜드 ‘그로헤’ 제품이 설치된다. 거실과 욕실 바닥도 이태리산 마감재를 유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주방은 아일랜드 식탁까지 설치해 ‘F’자 모양으로 구성하고도 6인용 식탁이 여유있게 자리잡아 주부의 생활 편의를 더했다. 특히 터치로 개폐할 수 있는 센서 기능의 주방 상부장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모았다. 안방은 드레스룸 대신 '붙박이장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고 침실2에는 책상이 붙어있는 붙박이장을 유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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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인근에 거주한다는 50대 장지현(가명) 씨도 유닛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고 있었다. 장 씨는 “조금 비싼 것 아닌가 싶다. 올해 인근에서 분양한 신반포 자이와 아크로 리버뷰의 경우 전매 제한이 아예 없거나 기간이 짧지 않나. 청약을 넣는다면 입주해서 살 각오를 해야하기 때문에 좀 더 신중히 고려한다”고 전했다.

'래미안 리오센트'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4250만원이다. 59㎡는 9억9900만원에서 11억원 중반대다. 84㎡는 13억원 중반에서 15억원 중반대에 공급한다. 지난 9월에 분양한 잠원동 '아크로리버뷰'(4194만원)보다는 조금 높고 반포 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신반포 자이’(4900만원)보다는 낮다. '아크로리버뷰'는 일반 분양이 고작 28가구 모집에 그쳐 평균 3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

▲ 사진=이코노믹리뷰

실거주자 입장에서는 일반분양분이 모두 저층에 위치해 한강 조망이 불가능했던 ‘아크로 리버뷰’보다 저층부터 고층까지 일반분양이 고루 할당된 ‘래미안 리오센트’ 단지가 더 매력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분양 담당자는 “내방객은 주로 강남권 주민들로 이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한강 조망’ 여부였다”며 “적지 않은 세대에서 한강이 보인다는 사실에 호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 때문에 청약경쟁률이 더는 무의미하다”며 “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실제 계약률이 훨씬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교통과 학군 등 생활 환경이 우수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반포 일대 신규 분양이 없어 청약경쟁률이 높지 않더라도 실제 계약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 재건축 단지들이 고가 분양에 성공해 신흥 부촌으로 거듭난 것에 대해 반포와 대치 등의 재건축 조합원들은 내심 편치 않은 속내다. 이 쪽(잠원·반포)이 개포동보다 단지의 입지 면에서나 생활 수준 면에서 더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높여 부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내년부터는 강남권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며 신규 아파트 수요는 많다고 평했다. 실제로 견본주택을 찾은 다수의 중년층 방문객들은 출가한 자녀들의 집을 마련해 주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견본주택 개관 전날인 1일 롯데건설이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을 재개발하는 ‘경희궁 롯데캐슬’ 아파트가 분양권 전매제한 및 청약 요건 강화라는 악조건에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3대 1, 최고 200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조기 마감됐다. 전날인 11월 30일 송파구에서 분양한 ‘잠실 올림픽아이파크’ 단지가 강남권으로 전매제한이 더욱 강하게 제재받는 규제지정 지역임에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4대 1로 마감된 것도 고무적이다.

‘래미안 리오센트’의 청약 일정을 앞두고 업계는 높은 분양가와 정부의 ‘정조준’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 재건축 단지의 명성을 이어갈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는 지하3층에서 지상 32층 6개동, 전체 475세대로 이 중 일반분양은 146세대다. 일반분양분 전체는 전용85㎡ 이하 중소형으로 이뤄뎠고 타입별 세대수는 ▲59㎡A 10세대, ▲59㎡B 18세대, ▲84㎡A 59세대 ▲84㎡B 28세대 ▲84㎡C 31세대다. 6일 특별 공급에 이어 7일 1순위 청약을 받는다. 당첨자 발표는 15일이며 계약은 20일부터 22일까지 예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