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인생 명예를 건 리뷰 배틀이 시작된다. 즉석 카메라 데스매치 승자는?

 

라이카 소포트 “가장 저렴한 라이카, 가격 혁명” -조재성 기자

즉석 카메라의 대명사는 폴라로이드죠. 아예 이런 제품을 통틀어 폴라로이드 카메라라고도 부를 정도입니다. 그런데 폴라로이드는 2007년에 카메라 생산을 중단합니다. 2009년에는 필름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기로 했고요. 그 틈을 공략해 후지필름의 인스탁스가 시장을 평정합니다. 적수가 없었죠.

최근 강력한 맞수가 등장했습니다. 이름값으로는 어느 카메라 회사랑 비교해도 밀리지 않은 업체죠. 독일 라이카 카메라입니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명품 카메라를 만들어내는 업체죠. 카메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라이카라는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고들 합니다. 라이카가 즉석 카메라를 출시했습니다.

▲ 출처=라이카 카메라

라이카 소포트입니다. 가장 먼저 가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네요. 해외에서는 299달러, 한국 판매 가격은 38만원입니다. 비싼 것 아니냐고요? 라이카 기존 라인업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가격대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소포트는 가장 저렴하게 만나볼 수 있는 라이카 카메라입니다. ‘라이카의 대중화’ 이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소포트가 껍데기만 라이카인 것은 아닙니다. 즉석 카메라로서 성능도 탁월하죠. 라이카 특유의 감성적인 사진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감성의 라이카와 감성의 즉석 카메라가 만났으니 감성 시너지가 대단하지 않겠습니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촬영 모드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전방에 직사각형 거울을 달아 셀카(셀프 카메라) 촬영도 용이합니다.

특히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사진 안 찍고 패션으로 가지고 다녀도 ‘패피(패션 피플)’ 소리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이트, 오렌지, 민트 등 3가지 색상 모두 매력적이죠. 스트랩, 보호 케이스, 스토리지 박스 등 다양한 액세서리도 구매 가능합니다. 필름도 컬러와 흑백 2가지 버전이 있는데, 저렴한 후지필름의 필름도 호환이 됩니다.

인스탁스 미니90이 낫지 않느냐고요? 물론 가격은 더 저렴하죠. 다만 전체적인 만듦새에 있어서는 소포트가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으로 만든 즉석 카메라가 시장 지배자의 최상위 모델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니 대단하지 않나요? 그리고 고품질 즉석 셀카를 원한다면 소포트가 낫습니다. 미니90도 전면 세로 셔터에 비치는 모습을 보며 셀카를 찍을 수 있다고 하지만 보이는 장면과 찍히는 장면이 썩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인스탁스 미니90 “성능‧가격‧감성 만족시키는 끝판왕” - 김태환 기자

후지필름은 디지털 시대에도 필름 생산을 접을 생각이 없습니다. 심지어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어도 ‘필름의 색감을 구현하겠다’는 목표 아래 설계가 들어갑니다. 그만큼 후지의 카메라들은 디지털이든, 즉석 카메라든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합니다. ‘인스탁스 미니90’은 후지의 노하우가 집약된 완전체입니다.

디자인부터가 ‘옛날 카메라’라는 생각이 들도록 앤틱합니다. 검은색과 은색이 적절히 배합돼 앤틱한 느낌을 줍니다. 갈색 버전은 따스함까지 강조했습니다. 특히 즉석 카메라임에도 다양한 카메라 기능들이 추가됐습니다.

▲ 출처=한국후지필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벌브 모드’입니다. 셔터 개방 시간을 길게 늘릴 수 있어 야경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셔터를 두 번 눌러 서로 다른 이미지를 겹치게 만드는 ‘이중 노출 모드’도 인상적입니다. 여자 친구와 꽃을 번갈아 찍으면 여친 얼굴에 희미한 꽃이 떠오릅니다. 스냅 사진을 주로 찍는 사용자 특성을 반영한 ‘접사 모드’, 재빨리 움직이는 아이나 반려동물을 포착하기 쉽도록 해주는 ‘키즈 모드’도 지원합니다.

무엇보다도 필름과 카메라의 기술적 연관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제품을 만들어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세세한 표현이 모두 잘된 사진이 연출됐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온갖 필터를 덧씌워도 따라 하기 힘든 이미지를 잘 잡아냈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환 기자

자꾸 라이카 ‘소포트’와 비교를 하자고 하네요. 사실 세계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과거에나 라이카의 기술력이 대단했지, 지금은 카메라 기술이 상향평준화 됐습니다. ‘라이카 빨간딱지’ 하나로 수십만원을 더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라이카 라인업 중 가장 싸다고 해도 30만원대의 가격은 부담스럽기 마련이죠.

심지어 즉석 카메라의 경우 라이카가 후지를 따라 하는 입장이 됐죠. 기능부터 물리버튼 위치까지 모두 카피한 느낌이 강하네요. 라이카의 화려함에서 벗어날 때가 됐습니다. 게다가 라이카 제품은 사진 이미지가 좀 밝지만 흐릿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네요. 선예도 면에서 좀 더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성능과 가격, 아날로그 감성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은 미니90이 훨씬 나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