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등에 비해 디지털 헬스케어 성장이 느린 편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데이터 수집’ 체계의 미흡함이 꼽힌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는 다른 부분이 많아 우리에게 맞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의를 내리는 주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지만 포괄적으로 보면 헬스케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것을 말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은 ‘데이터’다. 디바이스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 정보를 분석한 뒤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개인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개인 건강기기, 개인 건강 어플리케이션과 수집된 개인 건강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플랫폼 그리고 이를 활용한 의료·건강관리 서비스가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정보 수집을 하려면 헬스케어 디바이스와 스마트폰은 필수다. 여기서 문제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아 데이터 누적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헬스케어 기업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사용자가 디바이스를 사용해 검사를 하고 그 정보가 스마트폰으로 보내져 꾸준하게 데이터가 누적 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그래프로 보여주거나 데이터 분석으로 어떤 의미를 도출해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실상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이 데이터 수집이 잘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블루투스 기능으로 디바이스와 스마트폰 앱을 연동시켜야 하는데 상대적 고연령층은 블루투스라는 단어 자체부터 생소하게 받아들인다. 따라서 기기 연결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관계자는 “앱을 다운 받는 건 처음 기기 구입 시에 직접 해드리고 사용법을 알려드릴 수 있지만 문제는 집으로 돌아갔을 때”라며 “그나마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헬스케어 프로젝트는 한 달에 한 번 집으로 방문해서 직접 검사를 해드리고 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되는데 이것마저도 한 달에 한 번이라 더욱 더 정교한 데이터 구축이 어렵고 만약 방문을 멈추면 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젊은 친구들보다 스마트폰을 더 능숙하게 다루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민선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소장도 지난달 28일에 열린 <웰니스 융합포럼 2016>에서 데이터 수집에 대한 부분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데이터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국내는 그 체계 마련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모두가 데이터 구축 이후의 먼 곳만 바라보고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집중하기보다 결론적으로 그 서비스를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지금은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웰니스 산업의 한 부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웰니스 케어에 대해 사람들이 비용이 높은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 방안 중 하나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꼽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원격 의료, 원격 진단 등이 디지털 헬스케어의 주요 기능으로 꼽힌다.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진료를 받거나 케어를 받는 것을 가능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서비스는 대체로 사용자가 헬스케어 기기를 통해 자가 진단을 실행하고 앱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많다. 그 서비스를 만들 때는 데이터가 기반이 된다. 몸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실제 의사를 찾아가도록 주변 병원을 검색해주거나 의사의 소견을 앱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등의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

▲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별 성장 전망/ 출처=한국보건산업진흥원

헬스케어의 ‘디지털’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

한편, 한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의료 시스템이 너무나 잘 구축 돼 있기 때문이다. 원격으로 사용자의 상태를 진단해주는 서비스가 핵심인데 우리나라는 병원 접근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원격 진료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 트렌드는 확실히 디지털 헬스케어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사물인터넷과 더불어 혁신을 이끌어갈 대표 산업으로 꼽힌다. 한국 역시 느리더라도 그 흐름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많은 병원들은 이를 활용하기 위해 많은 환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 데이터들은 예측진단분야와 정밀의료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예측진단은 결과적으로 신약 개발을 줄여줄 수 있고, 정밀의료는 IBM의 왓슨처럼 인공지능 헬스케어 기술 등을 활용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동안 우리나라도 헬스케어에 대한 정부 사업이나 연구가 꾸준히 진행 돼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e-Health, u-Health, m-Health 등 이름만 바뀔 뿐 아직 뚜렷한 정부 사업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 소장은 포럼에서 “국가에서 진행한 시범사업들이 정말 많았고 이를 통해 많은 부분을 검증할 수 있었다”며 “다만 이 시범사업을 산업 활성화로 연결시키는 부분이 미흡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시범사업은 사실상 시범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상업화 연결 고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그는 “그동안 기술 중심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해 왔으니 이제는 서비스 측면을 고려한 실증사업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이어 호주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례를 언급하며 “먼저 의료 취약지역부터 관련 서비스나 체계를 마련, 점차 원격의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국가적 전략 방향을 먼저 수립하고 실증 프로그램이나 투자 등이 포함된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로드맵을 세워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헬스케어, ‘뜬 구름’ 잡지 말자

단순 헬스케어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로 가는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김민선 소장이 지적한 것처럼 ‘먼 곳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한국은 ICT 융합 의료 산업과 관련해 IT 인프라, 전 국민 대상 의료보험 체계, 고급 전문인력, 의료정보 빅데이터 활용 등에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구체화시키고 이를 통해 체계적인 발전 계획이 필요하지만 늘 ‘최종 단계’만을 상상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전자의무기록(EMR)과 의학영상정보시스템(PACS) 보급률 세계 1위이며 이와 관련된 IT·소프트웨어 등에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IT서비스와 인터넷보급이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ICT융합 의료산업을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술 표준 및 제도적 여건은 충분치 않다. 특히,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여건이 완비돼 있지 않아 정보 구분, 사용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부재하다.

또, ICT융합 의료는 ICT 인프라 구축에 많은 자금이 소요되고 전문성이 높은 분야이므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의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EMR 등을 기반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우선적으로 지원해 ICT융합 의료시장에 진입·선점할 경우, 리스크는 줄이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선진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16.4%로 지출 비용이 가장 높다. 이에 미국은 국가 의료비 절감을 목표로 ICT융합 의료산업을 육성한다. 하지만 한국은 GDP 대비 의료가 6.9%로 OECD 회원국 평균인 8.9%보다 낮다. 따라서 한국은 의료비 절감보다는 신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의료정보의 공개범위 설정 등을 통해 ICT 융합 의료 개발과 서비스 확대의 장애요인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투자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방대한 의료데이터 수집을 위해 스타트업의 연구개발(R&D) 참여를 독려하는 등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ICT 융합 의료산업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ICT융합 의료산업 특성상 투자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위험이 높은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를 마련해 R&D 투자를 촉진하는 셈이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뜬 구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서의 한국의 강점을 더욱 살리고 주요 선진국들의 산업동향을 파악하되 국내 실정에 맞는 현실적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