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2050년 10월. 회사원 박모 씨는 암 보험 가입을 위해 홀로그램 창을 허공에 띄웠다. 화면에는 젊은 여성이 웃으며 박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성은 박씨의 스마트워치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혈압과 체질량지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지금까지 기록된 건강정보를 조회했다. 또 가족병력을 확인한 뒤 위험한 질병이 있는지도 점검했다.

그는 박씨의 경제조건까지 확인한 뒤 가장 이상적인 암 보험 세 가지를 추천했다. 고액암 보장 위주로 구성된 상품과 3대 주요질병을 보장하는 CI 암보험, 소액암에 대한 보장을 득약으로 구성할 수 있는 암보험 등이었다.

박씨는 여성이 추천하는 상품을 꼼꼼히 비교분석 해본 뒤 고액암 보장 상품을 선택했다.

“소비자 설득해 가입…설계사 필요성 여전”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된 미래에는 보험사들도 ‘AI 설계사’를 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보험상품 특성상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것보다 전문적인 분석과 설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AI기반 상담 서비스가 도입되는 등 보험사에도 AI관련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라이나생명은 스마트폰 어플인 ‘카카오톡’ 기반 채팅 자동상담 서비스 ‘챗봇’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보험 상품의 안내와 자주 묻는 질문(FAQ), 가입 상품안내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라이나생명은 향후 챗봇 서비스를 고도화해 기술 개발한 뒤 다양한 보험 관련 업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GA설계사들을 위한 보험료 간편 설계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라이나생명은 한국IBM 글로벌비즈니스 사업부문과 기술 제휴를 맺고, FAQ 자동응답 솔루션인 ‘IBM OurAnswer’를 도입해 응답 알고리즘을 고도화시킨다는 방침도 세웠다.

▲ 출처=라이나생명

보험연구원은 지난 28일 ‘인공지능의 보험판매채널 진출 의미’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보험산업의 AI활용 방안을 분석했다.

인공지능은 지난 2014년 튜링테스트(Turing Test)를 통과했다. 튜링테스트란 기계(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추었는지 판별하는 실험으로 인간과 같이 대화를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실험이다.

보험연구원은 인공지능이 앱의 형태로 개인의 스마트 폰에 설치되어 고객에게 보험상품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 곧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연구원 김석영 연구위원은 “앱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광고모델이나 캐릭터가 고객에게 설명할 경우, 실제 설계사와 화상통화하는 것과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앱에서 24시간 항상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객의 질문에 친절히 답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온라인 판매채널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저렴한 판매비용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소비자들의 궁금증에 대해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기대보다 성장하지 못했다”며 “고객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고 궁금증은 설계사에게 물어본 후 설계사에게 상품을 구매하게 됨에 따라, 온라인 채널(C/M)의 판매비중은 2008년 이후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 모집방법별 초회보험료 비중을 살펴보면 대면모집의 경우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96~98%의 비중을 차지한 반면 같은기간 텔레마케팅(TM)의 경우 3.52%에서 1.05%로 줄었다. 온라인판매(CM) 비중은 0.06%에 불과했다.

▲ 출처=보험연구원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예적금이나 카드상품과 같은 대부분의 금융상품은 소비자가 필요해서 가입하는 반면 보험은 설계사가 소비자를 설득해 가입하는 시스템으로 정착돼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판매와 같이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 가입하는 채널의 판매로는 정착이 쉽지 않으며 직접 고객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해 설계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속 설계사 대체 및 시장점유율 판도 변화효과

인공지능 판매채널 확대는 보험업계 시장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대형사들은 대규모 전속설계사 조직 운영을 통해서 시장지위를 유지해 왔으며, 중소형사들은 쉽게 전속설계사 조직을 양성하지 못했다.

때문에 전속설계사 조직이 약한 중소형사들은 독립대리점(GA)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중소형사들도 인공지능 판매채널을 보유하게 되면, 대형사 중심의 상품판매구조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보험사들이 상품서비스 중심으로 경쟁하게 되고 소비자는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게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장기적으로 인공지능 판매채널은 설계사 수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생명보험협회

보험 전속설계사 수는 2012년 말 기준 생명보험 11만6457명, 손해보험 9만5017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생명보험 10만2148명, 손해보험 8만1148명으로 감소했다. AI설계사를 통해 줄어든 인원만큼 보강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불완전판매 감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석영 연구원은 “인공지능에 상품판매와 관련된 기본적 설명을 반드시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함으로써 보험상품 판매에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정한 설명과 고객의 동의가 없으면 다음 구매단계로 진행되지 않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