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다.’ 최근 동명의 책이 번역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과연 기업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인 요코타 히데키(넷츠도요타난고쿠의 창업자)는 “회사의 목적은 전 직원이 인생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며, 이익이나 매출은 목적을 위한 숫자적 목표일뿐이다”라며 회사는 돈이 아닌 더 궁극적이고 가치 중심적인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어쩌면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더 풍요롭고 행복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경영학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라고 가르치면서 이윤 창출이 바로 기업을 하는 목적으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기업의 최대 관심사가 이윤이 되면서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었고, 그 결과 기업들은 이윤에 목을 매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필자는 매출 300억원대에 지난 3년간 평균 매출증가율이 27%, 순이익증가율이 8%인 어떤 중소기업을 진단한 적이 있다. 이 기업의 비전은 ‘~를 선도하는 글로벌 행복기업’으로 되어 있었다. 외형으로만 살펴본다면 훌륭한 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이 종업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제로이며, 3년간 평균 이직률은 25%에 이루고 있었다. 경영진의 생각과는 달리 이런 결과 앞에 과연 누구를 위한 행복기업인지 의문이 든다. 하나의 예로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가 좀 더 건전하려면 기업이 성과를 내고 그 결과를 재투자에, 그리고 종업원과 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바로 가치 창출을 통해 고객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진정한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하고 건전해지려면 기업의 이윤은 고객의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얻어진 결과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마케팅의 목적은 무엇일까? 최근 매출 6000억원 규모의 한 아웃도어 기업에 근무하는 마케팅 팀장으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다. “북한산에서 홍보성 이벤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사장님께 보고했는데 사장님께서 그 행사로 인해 추가 매출이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 질문해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는 것이다. 그 사장은 마케팅 행사를 했으니 당연히 매출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질문한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이 경우에는 마케팅을 영업이나 판매촉진과 구분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업이나 판매촉진의 목적은 당연히 매출 증가이다. 영업이나 판매촉진 활동을 포함해 전반적인 브랜드 활동을 총체적으로 기획하는 마케팅 역시 매출 증가를 추구하는데 이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인 것이다. 즉, 마케팅의 목적은 매출 증가가 아니라 가치 창출이며, 가치 창출 활동으로 얻어진 결과가 매출 상승으로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마케팅 활동에 따른 결과는 단기적으로는 매출 증가가,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 향상이 되어야 한다.

마케팅은 기업과 고객 사이에서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기획과 전략을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편익을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가치는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과 다르게 고객이 얻고자 하는 그 무엇을 말한다. 가격은 생산자가 받고 싶은 것이라면 가치는 고객이 얻고 싶은 것을 말한다. 고객이 얻고 싶은 것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은 가치를 느끼며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고객이 지불한 금액에 대비해 만족한다면 대체로 재구매를 할 것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또 좋은 구전을 일으킬 것이다. 이런 고객들이 많아지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 부담 없이 지속적인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윤이 상승하게 된다. 그러면 종업원들도 더 많은 성과급으로 더 큰 만족을 얻게 되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가치도 높아지면서 궁극적으로 브랜드 가치도 높아진다. 즉 마케팅은 고객의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어 지속가능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활동이다. 착한 마케팅, 진정성 있는 마케팅이 우리 사회를 보다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