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태반주사 등 400여개를 구입했다는 것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태반주사는 태반을 원료로 해서 혈액과 호르몬을 제거한 뒤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완전히 분해한 다음, 이 제재를 주사제로 이용하는 주사요법이다.

태반은 한방에서 ‘자하거’라는 한약재로 오래 전부터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사용되어 왔다. 산부인과에서 의료폐기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흔하게 구입해 다려먹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해서 태반을 가수분해해 주사제로 규격화해 상품화되어 의원과 한의원에 공급되고 있다.

자하거에는 각종 스테로이드계 호르몬(에스토리디올, 성선 자극 호르몬 등), 리소짐 등 각종 효소, 지질, 미네랄, 점액, 다당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체력증강, 피부미용, 피로회복, 갱년기 증상, 남녀 성기능 촉진, 유즙분비, 임포텐스 개선 등에 처방되어 왔다.

문제는 태반주사가 신장이 약하면서 ‘음허’한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음허’하면 배고플 때에 전신에 힘이 쭉 빠지며, 신경질적이 되고, 초저녁만 되어도 졸리고, 손발이 뜨거운 증상이 나타난다. 손발이 뜨거운 사람은 혈액이 심장에서 말초로 힘차게 보내서 말초에서 지체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성기능 촉진제라는 비아그라를 먹으면 말초로 혈액이 더 몰리고 심장근육에 혈허성변화가 오면 심장마비가 와서 바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심장전문의 진단에 따라 비아그라를 처방받아야 하는 것이다. 음허증은 또 몸에 아미노산 등의 대사물질이 급격히 모자라는 소모성 질환이 있는 환자일 수 있다. 그러나 음허가 심해 ‘음허 화왕(陰虛火旺)’해 성행위에 집착하는 사람은 오히려 극심한 체력 소모로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양인은 기운은 좋으나 항상 체내 대사물질이 부족해 쉽게 피곤하니 지구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전 국민의 약 20% 정도인 소양인에게는 태반주사가 추천할 만한 약재이다.

그러나 반대로 때가 돼도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밤이 되면 정신이 더 또렷해지고 손발이 찬 사람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 이처럼 ‘양허’한 체질은 체내에 영양물질은 충분한데 몸의 힘을 일으키는 동력, 즉 심장 박출량이 부족해 말초순환이 잘 안 되는 태음인 중에 특히 손발이 찬 한태음인에 해당된다. 이런 사람에게는 마늘주사가 효과적일 수 있다.

마늘주사의 성분은 비타민 B1(티아민)이 몸에 잘 흡수되도록 화학구조를 변경한 ‘염산 푸르설티아민’이라는 인공물질이다. 마늘주사는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 피곤함을 느끼게 하는 젖산이 쌓이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감초는 해독작용의 대표적인 약재이다. 공해에 찌든 현대인의 몸에 활력이 떨어지는 데에 좋을 것이라고 추정되기는 하지만, 노화억제‧피로회복‧피부미용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과대 선전이라고 본다. 감초에는 ‘글리시리진‧시스테인‧글리신’은 간 해독 과정에 필수적인 보조 효소들로, 숙취 후 맞으면 해독이 잘 된다고 한다. 하지만 간 건강을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쉬는 것밖에 없는데, 감초 주사만 믿고 과음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결국 알콜성 지방간부터 간경화까지 온다.

소음인이 굳이 감초주사를 맞는다면 스테로이드 성분이 피로에 약간 도움이 될 뿐이니 차라리 산삼약침이 나을 것이다. 산삼약침은 기혈순환 촉진, 면역력 향상, 기억력 저하, 큰 병 전후 치료, 수족냉증, 말초순환 부전 개선, 만성 감기 등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한약을 소재로 한 주사들은 요즘 의사들이 돈이 된다며 제약사들에게 현혹되어 미병(未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항노화, 피로, 미용에 마구 쓰고 있다. 그러다가 한약의 효과가 체질마다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실패하는 케이스가 너무 많아서, 정작 한약의 효과에도 부정적인 인식이 더 확산될까 두렵다.

효과가 빠르다고 소화기 계통을 통과하며 효과가 감소되는 특성을 줄이겠다고 한약을 주사제로 만들어 정맥주사를 한다. 하지만 고유의 효능은 변하지 않으니, 한약의 원리를 따라가지 않고 막연한 약학적 지침으로 한약주사를 처방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기 일쑤이다. 하루 속히 현대의학과 체질의학이 만나 이런 체질적 특성을 감안한 체질맞춤의학으로 우리나라의 산업동력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약이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가장 완벽한 의사는 자연이다. 환자는 겸허하게 자연을 더 배우는 것이 가장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최상의 비법이다. 의사는 더 이상 인간의 질병을 비즈니스의 상대가 아니라 전인적 인간의 몸과 마음까지도 올바로 잡아주는 구원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