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미컴이 부활했다.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가정용 게임기다. 최근 닌텐도가 패미컴 복각판을 발매했다. 호응이 대단했다. 전국 매장에서 발매와 함께 순식간에 품절됐다.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중고 가격이 치솟았다. 본래 가격의 5배까지 값을 올려 판매하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일종의 복고 현상이다.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게임을 즐기고, 가상현실(VR) 헤드셋을 통해 게임 안으로 직접 뛰어드는 시대에 나타난 예외적인 흐름이다. 그렇다면 게임기의 존재는 복고 열풍에나 불려나오는 골동품에 불과한가. 아니다. 게임기는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요 브랜드는 차세대 게임기를 발표하며 VR 생태계에 접근하는 등 신(新)게임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 출처=위키미디어

콘솔 게임기, 진화는 계속된다

여전히 글로벌 게임 시장 주류 플랫폼은 콘솔 게임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0.3% 성장한 462억6200만달러에 달했다. 시장 점유율은 35.4%로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은 각각 22.3%와 16.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콘솔 게임 시장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마이크로소프트(MS)‧닌텐도 등 일부 플레이어가 과점하고 있다. 이들은 플레이스테이션(PS)과 엑스박스(Xbox) 시리즈와 같은 메가 히트 플랫폼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꾸준히 신형 모델을 출시해 유저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모습이다.

▲ 출처=소니

소니는 지난 10일 신형 게임기 PS4 프로를 내놨다. 시리즈 중 최고 히트작으로 불리는 PS4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4K UHD 해상도와 HDR 기술을 지원해 최상의 그래픽 품질을 자랑한다는 설명이다.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스펙도 상향됐다.

넉넉한 용량의 1TB 하드디스크를 탑재했으며 4K 스트리밍 동영상도 시청 가능하다. 듀얼쇼크 컨트롤러도 업그레이드됐다. 트랙패드는 물론 후면에도 라이트바를 장착해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기존 출시 타이틀을 향상된 그래픽으로 즐길 수 있도록 패치도 적용한다.

MS도 대항마를 내놨다. 엑스박스 원S(Xbox One S)가 그것이다. 글로벌 게임쇼 E3 2016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이후 지난 25일 한국에 정식 출시했다. 이 게임기 역시 4K 환경을 지원한다. 4K 화질 블루레이와 비디오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HDR 기술로 구현해준다.

특히 겉모습이 상당히 슬림해졌다. MS에 따르면 40% 이상 작아졌다. 거추장스러웠던 전원 어댑터를 본체에 내장하면서도 크기를 줄이는 혁신을 이뤄냈다. 컨트롤러도 이전 모델과 비교해 그립감이 향상됐으며 가벼워졌다. 윈도우 10이 깔려있는 디바이스와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 출처=마이크로소프트

아울러 윈도우 10 PC와 연동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된다.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 타이틀을 구매하면 플랫폼 구분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엑스박스에서 게임을 즐기다가 저장한 뒤 PC에서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플랫폼이 다른 플레이어와 멀티플레이에 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엑스박스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독점 타이틀 부재 문제도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르자 호라이즌3’나 ‘기어스오브워4’, ‘헤일로’ 시리즈를 비롯해 100종 이상의 독점 타이틀로 PS 진영에 맞불을 놓고 있는 MS다.

패미컴의 주인공 닌텐도 역시도 지난달 신형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를 공개했다. 외부에서든 가정에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용 가능한 신개념 게임기다. 닌텐도 스위치는 기본적으로 DS 시리즈처럼 휴대용 게임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거치대에 꽂아 TV나 모니터에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 출처=닌텐도

휴대용 게임기 역할은 물론 가정용 게임기까지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셈이다. 또 게임기 좌우에 달린 무선 컨트롤러 ‘조이콘’을 본체에서 분리하면 2명이 하나의 화면을 보며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출시는 내년 3월 이뤄질 예정이다.

VR과 시너지 예고…우리 게임사는?

게임기 플랫폼은 VR 생태계와 연결되면서 가능성이 무한대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VR 대중화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게임은 VR 킬러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기 플랫폼이 VR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면서 동반 상승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게임기 회사들은 VR 생태계 대응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소니는 PS4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VR 헤드셋 PS VR을 지난달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당일 전량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 2016에서도 PS VR과 전용 타이틀을 시연해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MS는 엑스박스 원을 통해 VR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와의 연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내달 12일부터 엑스박스 원 타이틀을 오큘러스 리프트로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VR 전용 타이틀이 아닌 기존 타이틀을 유사 VR 형태로 보여줘 몰입감을 극대화해주는 방식이다.

게임기 기반 VR은 PC나 모바일 기반 VR 대비 뚜렷한 강점을 보인다. 모바일 VR의 경우 스펙의 한계로 VR 경험의 품질에 있어 한계를 보인다. PC 기반 VR의 경우 상당한 고사양 하드웨어를 요구하는 만큼 대중화에 불리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전용 기기와 게임기, 그리고 전용 타이틀만 구매해 하드웨어 스펙 걱정 없이 고품질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기 기반 VR이 초기 VR 시장에서 두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국내 콘솔 게임기 시장은 마니아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수준이다.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솔 게임 시장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0.1% 감소한 수치다. 온라인 게임(49.2%)과 모바일 게임(32.5%) 점유율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 출처=조이시티

그럼에도 게임기를 겨냥한 콘솔 타이틀을 준비하는 국내 게임사들도 있다. 먼저 조이시티는 길거리 농구를 모티브로 한 인기 온라인 게임 ‘프리스타일’을 PS4 플랫폼에 맞춰 다시 개발 중이다. 간판 모바일 게임인 ‘건쉽배틀’의 경우 삼성 기어 VR 버전은 지난 25일 출시했으며 향후 PS VR 버전도 내놓을 생각이다.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PS4 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개발하고 있다. 로이게임즈는 PS VR을 겨냥해 로맨틱 호러 게임 ‘화이트데이: 스완송’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극히 미미한 국내 콘솔 시장이 아니라 전체 3분의 1을 점하고 있는 ‘주류 시장’인 글로벌 게임기 시장을 겨냥해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