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경기부양 기대로 인한 금리상승, 달러강세가 겹치며 금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금값은 달러와 역(逆)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11월24일 기준 9개월 만에 12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한편 국내 증권가에서는 미국경제성장으로 달러강세가 지속되더라도 ▲미국 국가부채 부담 ▲보호 무역주의의 한계 등 불안요소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세, 금 광물 생산 둔화 등으로 금 가격의 반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016년, 롤러코스터를 탄 금값

2016년 금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작년 연말 온스당 1040달러를 끝으로 5년간의 하락세를 마감하고 1200달러대를 회복하며 반등했다. 미국 금리인상 지연, 달러 약세 등에 의해 투자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브렉시트 현실화와 트럼프 당선 등 글로벌 정치 이벤트의 영향으로 폭등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2016년은 금에 대한 투기세력 증가와 함께 금 ETF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세계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9개월 동안 총 55톤 증가했다. 주로 러시아와 중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매입했고 베네수엘라와 터키는 금을 매도했다. 2016년 9월까지 러시아 중앙은행은 128톤의 금을 매입해 11월 초 현재 금보유량이 1542.7톤, 외환보유액의 16.5%를 차지하고 있다. 동 기간 중국 인민은행은 76.2톤의 금을 매입해 현재 금보유량이 1838.5톤, 외환보유액의 2.4%를 차지한다.

 

그러나 현재는 트럼프 당선 이후 향후 미국 재정확대정책에 따른 미국 금리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달러인덱스가 14년 만에 최고로 오르면서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하락은 강세장 진입 신호?

한편 추후 금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들이 설득력있는 근거와 함께 제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과거 1970년 이후 금시장을 5번의 강세장과 약세장으로 구분할 경우, 약세장은 평균 47개월 지속되고 가격은 -33%에서 -5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말까지 금 가격은 53개월간 42% 하락해 과거 약세장 평균수준 기록했다.

▲ 역대 금값 차트. 출처=goldprice.org

또한 미국 명목금리가 상승하더라도 물가 상승으로 실질금리가 낮아지면 귀금속 가격은 상승한다. 따라서 추후 금값에는 금리 인상과 함께 물가상승률이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물가와 금값은 연동되는 경우가 많다. 물가 상승은 통화 가치 하락을 유발하고, 그 경우 금값 역시 상대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티디시큐리티(TD security)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이 치솟았던 1970년대 금값은 연평균 24%라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금이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위험회피 수단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한편 금값이 마지막으로 온스당 1900달러 대를 기록했을 당시에는 지금처럼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는 2011년 7월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금값 폭락을 초래했다.

즉, 과거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금리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금값이 반등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근거는 세계 금 광물 생산 증가율 점차 둔화됐다는 점이다. 2016년 상반기 세계 금 광물 공급은 전년 동기대비 1%(10톤) 감소한 1518톤으로 집계됐다. 금 가격은 저점대비 20% 상승했으나 대형금광업체들의 자본지출(CAPEX)은 지난 5년에 이어 2017년에도 추가 감소가 예정됐다.

 

상위 금광업체들의 매장량 대비 생산량 비율이 2012년 22.5배에서 12.7배로 하락했다. 공급측면에서 지난 10여년 간 대형금광 발견량이 감소했고 금광석 품위 저하, 한계 생산마진 축소, 신규광산에 대한 투자 급감 등으로 향후 금 광물 생산량 감소하면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인상‧달러강세 예상되지만 정치‧경제 불확실성 지속, 신흥국 매수세로 상승 전망

12월에는 미국 금리인상, 달러강세에 의해 투자수요가 저조하겠으나 가격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에 강유진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최근 달러강세에 의해 귀금속 가격이 하락압력을 받겠지만, 향후 달러강세가 제한되고 장기적으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귀금속 가격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더라도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의해 실질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고 미국 국가부채 부담, 보호무역주의에 의해 달러강세가 완화될 수 있는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또 “미국,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안전자산으로서 역할이 계속되고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세에 의해 금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